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3-07-27 16:2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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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원희룡 장관이 부동산 개발 관련해서는 잘 모르시는 것 같다. 1타강사 이래서 되게 전문가인 줄 알았더니 내가 질문하니까 당황하면서 그제야 국장들에게 물어보고 자료 들여다보고 그러더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에 날선 공세를 펼치면서 민주당 안팎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2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현안질의를 하고 있다. <이소영 의원실>
30대 초선인 이 의원은 법률과 사례 등 구체적 근거를 짚으며 논리적으로 주장을 전달하면서 원 장관의 말문이 막히게 만들었다.
이 의원은 27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전날에 이어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노선의 종점이 강상면으로 변경된 점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국토부의 해명을 조목조목 논박했다. 대안노선에 대한 조사가 부족한 상태에서 원 장관이나 국토부가 사업타당성이 높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원안은 예비타당성 조사라고 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경제성뿐만 아니라 교통량이 어떻게 분산되는지 여러 가지 것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이게 합리적인 안”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상면 종점 대안이 경제성이 있는 지가 중요한 요소 아니겠나”라며 “그런데 전날 회의에서 살펴보니 대안에 관한 B/C 분석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교통량 부분도 아주 부실한 자료밖에 첨부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고속도로가 건설돼도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토지의 이익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국토부의 해명은 ‘코미디’라고 일축했다.
국토부는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논란과 관련해 IC(나들목)가 아니라 JCT(분기점)로 연결되기 때문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지가 상승이 없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의원은 “김 여사 일가 땅이 있는 병산리에서 차로 3분도 안 되는 거리에 이 남양평IC가 있고, 이 남양평IC에서 1분도 안 되는 거리에 JCT가 있다”며 “결과적으로 이 땅에서 5분 안에 서울~양평고속도로를 탈 수가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굉장히 코믹한 해명”이라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가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원 장관의 주장도 틀렸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두 가지 점에서 틀린 말”이라며 “하나는 수변구역이라서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이 인근 일대 수변구역에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며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건희 여사 일가는 땅을 상속받기만 한 게 아니라 상속받은 땅 말고도 꾸준히 이 지역 땅을 매입해왔다”며 “매입자체가 투자목적인데 영원히 개발도 안 될 땅을 왜 매입하겠나”라고 반문했다.
이 의원은 원 장관이 사업을 백지화했던 일을 사과하고 의혹을 해명한 뒤 합리적 안을 도출해 고속도로를 건설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의원은 전날 국토위 회의에서 수변구역은 법적으로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원 장관의 주장에 한강수계법 제4조 2항 5호에 따라 주거형 지구단위 계획으로 지정이 되면 수변구역이 해제된다고 반박했다. 또 국토계획법 시행령 55조에 따라 양평군이 허가하면 김건희 여사 일가의 토지 인근 지역이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원 장관에게 "1타강사님 처음 듣느냐"고 묻자 원 장관이 "처음 듣는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김건희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씨가 개발했던 양평 공흥지구와 유사하게 개발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공흥지구도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최씨가 땅을 추가로 매입했고 양평군 공무원들이 개발을 도와줬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수변구역 개발은 아주 유능한 부동산 개발업자만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분이 최은순씨"라며 "양평 공흥지구는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보전 특별대책지역'에 들어가는 땅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말 개발이 어려운 땅이지만 (최씨는) 여기에 아파트를 지어서 105억 원의 개발이익을 남겼다"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최씨는 병산리 땅이 수변구역이든 보전관리지역이든 능히 개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이 전날 국토부 현안질의에서 원 장관을 상대로 날카로운 공세를 펼치는 장면은 각종 유튜브 채널에 올라와 하루 만에 수십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영상에 달린 댓글들도 ‘이소영 의원님 사이다’ 등 호평이 쏟아졌다.
이 의원은 국토위 현안질의를 이틀 앞둔 24일 블로그에 "원희룡 장관님, 수요일 국토위 전체회의 때 봅시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맹공을 예고했다. 철저한 준비를 바탕으로 돋보이는 질의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이 의원은 1985년 태어나 안양 백영고등학교와 성균관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2009년 제51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로 활동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나와 2017년부터 기후솔루션 부대표와 환경부 환경오염피해 소송지원 변호인단, 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 등을 맡으며 환경과 관련된 활동에 힘썼다.
2020년 민주당의 인재영입으로 입당한 뒤 같은 해 4월 총선에서 경기 의왕·과천시에 출마해 신계용 미래통합당 후보를 누르고 국회의원이 됐다. 여성 지역구 의원으로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김희정 전 의원에 이어 두번째로 젊은 나이에 당선됐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