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에 캠코 역할 커질 듯
경기침체와 부동산 위기가 고조되면서 선제적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가 맡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업의 구조조정 시장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다만 이전 정부 인사인 권남주의 거취도 주목된다.
일각에서는 권남주를 놓고 이전 정부가 다음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세워놓은 '알박기 인사'라는 비판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입맛에 맞는 새 사장이 올 수밖에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그러나 권남주가 정치권과 인연이 적고 오히려 외환위기를 몸소 겪은 한국자산관리공사의 순혈 인사라는 점에서 확대된 역할을 수행할 적임자라고 보는 시선도 나온다.
△채무자 개인회생 돕기 힘써
권남주는 채무자의 개인회생을 돕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2022년 4월 서울회생법원과 '채무자 개인회생 성공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업무협약은 자산관리공사와 서울회생법원이 채무상환 의지는 있지만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채무자의 경제활동 복귀를 돕기 위해 개인회생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기 위한 것이다.
자산관리공사와 서울회생법원은 △개인회생 대상 채무자 전담 재판부 운영 △자산관리공사 내부직원 교육 △개인회생 신청 상담 및 법률서비스 제공 등을 통해 채무자 개인회생의 성공을 지원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이런 협력을 통해 개인회생 신청과 관련된 부담을 줄이고 개인회생 인가·이행률을 높여 다중채무자의 신용 회복과 경제적 재기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산관리공사는 설명했다. 지원 대상에게는 안내문이 발송된다.
회생절차의 단계별로 신청 단계에는 기초상담 및 법률서비스와 신속한 개인회생 인가 지원 등이 제공되고 이행 단계에는 정상이행 안내 및 긴급 생활자금 지원 등이 제공된다.
자산관리공사는 앞으로도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국민에게 힘이 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3대 경영철학 발표
권남주는 자산관리공사 사장에 오른 후 3대 경영철학을 제시했다.
권남주는 2022년 3월 부산국제금융센터에 있는 본사에서 ‘CEO 온라인 토크 콘서트’를 열고 전체 직원 앞에서 경영철학을 직접 발표했다.
권남주는 조직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소통·공정 △윤리책임 △미래전환 등을 3대 경영철학으로 내세웠다.
'소통·공정'은 직원이 행복한 조직의 밑바탕이 된다는 뜻이고 '윤리책임'은 국민과 정부 사이의 상호 신뢰와 공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가리킨다. '미래전환'은 디지털 전환과 ESG경영 등을 통해 새로운 미래에 대비하며 지속가능한 조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의미다.
토크 콘서트는 CEO의 경영철학이나 평소 CEO에게 묻기 어려운 주제에 관해 직원들이 질문하며 CEO와 소통·공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산관리공사는 온라인 소통채널 등을 통해 기업문화 전반에 걸쳐 혁신활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권남주는 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며 상호 존중과 공감을 바탕으로 활력 있는 조직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사 공동선언문 선포
권남주는 노조와 소통·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자산관리공사는 2022년 2월 부산국제금융센터 본사에서 ‘노사 한마음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권남주가 취임사에서 강조한 '노동조합과 활발한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권남주와 김승태 자산관리공사노동조합 위원장, 임직원 등이 참석했다.
자산관리공사 노사는 선언식에서 △조직의 화합과 발전 △직원의 안녕과 행복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지속성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제도 △소통과 존중의 조직문화 등의 내용을 담은 '노사 한마음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선언문에는 노사가 협력·화합해 자산관리공사를 모두가 원하고 바라는 모습으로 키워나가자는 뜻이 담겼다고 자산관리공사는 설명했다.
권남주는 노사간 소통과 화합을 통해 임직원 모두가 희망하는 건강하고 자랑스러운 일터를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김승태 노동조합 위원장은 노사가 한마음으로 단결해 내부 결속력을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에 기여하고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공공기관의 모범사례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자산관리공사 사장 취임
권남주는 22년 만에 첫 자산관리공사 내부출신 사장이 됐다.
권남주는 2022년 1월 부산 자산관리공사 본사에서 제26대 사장에 취임했다.
권남주는 1978년 서울은행에 입행했다가 1998년 자산관리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인재경영부장, 부사장 등을 거쳤다.
내부출신인 권남주가 사장으로 선임된 것을 놓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관료 출신이 아닌 내부출신을 사장으로 선임함으로써 이른바 ‘낙하산 인사' 관행을 타파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대부분 기획재정부 고위관료 출신이 맡아왔다. 1999년에 선임된 제18대 사장부터 권남주의 전임인 제25대 사장까지 모두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이었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전임 사장의 야당 입당으로 기재부가 청와대의 눈밖에 난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문성유 전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임기 중인 2021년 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국민의힘에 입당해 제주도지사에 출마하겠다며 예비경선에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권남주는 취임사를 통해 자산관리공사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 역량을 강화하는 데 모든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자산관리공사에 합류해 부실채권 관련 업무 맡아
권남주는 1998년 외환위기 때 서울은행을 떠나 자산관리공사에 ‘제1호 경력직’으로 합류했다.
자산관리공사는 외환위기 이후 금융사 등의 부실채권을 인수해 구조조정을 지원하는 소방수 역할을 맡았다. 권남주는 자산관리공사에 합류하자마자 이와 관련된 업무에 투입됐다.
부동산 처분과 관리 업무를 주로 하던 자산관리공사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구조조정 업무에 뛰어들었다. 이후 부실채권 정리와 부실기업 워크아웃 등을 주도하면서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권남주는 2003년 카드사 유동성 위기 때에도 부실채권을 인수해 금융시장을 안정화에 힘을 보탰다. 당시 전국의 금융기관을 찾아다니며 부실채권을 인수했다고 한다.
2008년부터는 저축은행의 부실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스) 채권을 인수하는 업무를 맡았다. 자산관리공사는 2008~11년에 저축은행 부실화의 원인인 부동산PF 채권을 7조 원 이상 인수했는데 그 대부분이 권남주의 손을 거쳤다고 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걸어온 길
한국자산관리공사는 부실자산의 관리 및 청산, 기업구조조정 지원 등을 하는 기관이다.
금융위원회 산하의 기금관리형 준정부기관이다. 지분은 정부 76.97%, 한국수출입은행 13.8%, 한국산업은행이 4.34%를 가지고 있다. 자회사로 캠코선박운용, 캠코시설관리 캠코CS, 캠고기업지원금융 등을 거느리고 있다.
1962년 한국산업은행의 업무를 정부가 승계받아 설립한 성업공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성업공사는 부동산 처분과 관리 업무를 주로 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가 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부실채권 정리와 부실기업 워크아웃 등을 주도하면서 규모가 급격히 커졌다.
1997년 성업공사법이 제정됐고 자본금은 1조 원으로 늘어났다.
1999년 사명을 한국자산관리공사로 변경했다. 2019년에는 자본금이 3조 원, 2022년에는 7조 원으로 늘었다.
오랫동안 대규모 구조조정 수요가 없었던 만큼 입지가 모호하다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2023년 5월 현재 경기침체와 부동산발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와 같은 목소리는 다시 잦아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