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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챗GPT 시대 인공지능 다룬 영화 4편, 인간다움 묻는 아이러니

이현경  muninare@empas.com 2023-06-02 10: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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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레시피] 챗GPT 시대 인공지능 다룬 영화 4편, 인간다움 묻는 아이러니
▲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렸다. 인공지능도 일찌감치 SF영화의 소재로 등장했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주인공 로봇 앤드류는 200년 동안 인간에 가까워지지 위해 노력해서 마침내 인간으로 인정받는다. <영화 바이센테니얼 맨의 한 장면> 
챗GPT는 단연 올해의 화제이다. 자료를 검색해 주는 기존의 컴퓨터 기능이 아니라 그림도 그려주고 글도 써주는 한마디로 창작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탄생했다는 소식은 놀라웠다. 

언젠가 그런 날이 올 거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조금 빨리 온 느낌이다. 챗GPT의 능력이 상당하다는 감탄에서 아직은 인간을 따라오려면 멀었다는 평가까지 설왕설래하나 바야흐로 인공지능의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SF장르는 미래를 예언한다. SF영화에서는 현실화되기 훨씬 전에 휴대전화나 VR 기기 등을 보여줬다. 물론 인공지능도 일찌감치 SF영화의 소재로 등장했다. 

21세기를 앞두고 나온 ‘바이센테니얼 맨’(크리스 콜럼버스, 1999)은 새로운 차원의 로봇 소재 SF영화였다. 

로봇 3원칙을 만든 SF 거장 아이작 아시모프 소설을 원작으로 한 대중적이면서도 철학적 질문이 가득 담긴 영화다.

오늘 다룰 4편의 영화 중 감상하기 가장 편안한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가사도우미 로봇으로 제작된 앤드류(로빈 윌리엄스)는 주인인 마틴(샘 닐)의 배려와 도움 덕분에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목공예 재능까지 발견하게 된다. 이렇게 해서 가전제품으로 고안된 앤드류는 개성을 가진 최초의 로봇이 된다.

앤드류가 처음으로 장난감 나무 말을 조각했을 때 마틴 가족은 무엇을 카피했는지 물어본다. 그러나 앤드류는 기존 작품을 단순 복사한 게 아니라, 목공예 전문서적을 독파한 후 나무 재질과 모양을 연구해서 창작을 했던 것이다. 내가 아는 짧은 지식으로 볼 때 챗GPT의 원리와 비슷한 게 아닐까 싶다. 

앤드류는 2005년에 출시되어 2205년까지 200년을 살다 죽음을 맞이한다. 불멸의 로봇에서 마침내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이 된 것이다. 

SF장르는 ‘과학적 상상력’에 기반을 둔다. 즉, 현실 과학의 정합성에 위배되어도 장르 규칙 내에서는 문제 되지 않는다. 앤드류는 200년 동안 인간에 가까워지지 위해 노력해서 마침내 인간으로 인정받는다. 

처음에는 피부 질감과 유사한 물질로 금속 재질을 대체하고, 점차 인공 중추신경과 인공장기를 이식하기에 이른다.

인간이 되기 위한 앤드류의 여정은 SF소설의 효시작으로 일컬어지는 ‘프랑켄슈타인’에서 온 지구를 떠돌아다니는 ‘괴물(몬스터)’의 역경을 떠올리게 한다. 인간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짝을 구하는 데도 실패한 괴물에 비하면 앤드류는 훨씬 행복한 경우일 것이다. 
 
[CINE 레시피] 챗GPT 시대 인공지능 다룬 영화 4편, 인간다움 묻는 아이러니
▲ 외로운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컴퓨터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출연)와 사랑에 빠진다. 현실의 어떤 여자도 충족시켜 줄 수 없었던 행복을 선물 받은 테오도르는 사만다 없이는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영화 '그녀'의 한 장면> 
‘그녀’(스파이크 존즈, 2013)는 ‘바이센테니얼 맨’과 정반대의 방향에서 인공지능을 상상한 영화다. 외로운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호아킨 피닉스)는 컴퓨터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목소리 출연)와 사랑에 빠진다. 

비서이자 친구이자 연인인 사만다는 놀라운 능력을 발휘해서 테오도르의 삶을 180도 바꿔준다. 사만다는 유능한 편집자이자 시인이며 작곡가로 무한변신 한다. 

현실의 어떤 여자도 충족시켜 줄 수 없었던 행복을 선물 받은 테오도르는 사만다 없이는 살 수 없을 지경에 이른다. 사만다는 자신이 테오도르에게 해줄 수 없는 유일한 것이 육체적 만족이라는 걸 알고 잠시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사만다는 곧 육체에 매몰된 인간의 차원을 넘어서 테오도르로서는 절대 알 수 없는 정신세계로 도약해 버린다. 

‘당신과 함께 한 순간들’(마이클 알메레이다, 2017)과 ‘애프터 양’(코고 나다, 2021)은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 했지만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로 가족과 기억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당신과 함께 한 순간들’의 원제는 ‘마조리 프라임’이다. 여기서 프라임은 인공지능 제품을 의미한다.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프라임은 고인에 대한 기본 정보가 입력된 상태로 출시된 다음 가족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점차 딥러닝을 한다. 

테스 부부는 치매를 앓는 엄마 마조리(로이스 스미스)를 위해 아버지인 월터 프라임(존 햄)을 구입한다. 

프라임은 홀로그램 기능이 있어 생전의 모습 그대로 표현된다. 단, 홀로그램은 주문자가 지정한 나이대의 모습으로 고정된다. 85세의 마조리는 40대 초반의 월터를 선택했기에 화면에서는 40여 년의 나이 차가 나는 부부가 대화를 나눈다. 

프라임은 대화를 통해 끊임없이 정보를 수정하고 재입력하는데 사실보다는 희망하는 기억을 덧씌운다. 이쯤에 이르면 인간의 기억이란 무엇인지 슬슬 머리가 아파온다. 

한국계 미국인 감독인 코고 나다가 연출한 ‘애프터 양’은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해 여러 상을 휩쓸었다. 제이크(콜린 파렐) 부부는 입양한 중국계 딸을 위해 구입한 형제자매용 안드로이드 ‘양(저스틴 H 민)’이 작동을 멈추자 수리할 곳을 수소문한다. 

양은 오빠로서 아이를 돌보고 중국문화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역할을 해왔다. 제이크는 양을 복구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듣고 양의 기억저장장치를 재생해 본다. 

테크노 사피엔스로 불리는 양과 같은 존재들은 인간의 신경회로와 유사한 구조로 기억을 저장한다. 즉, 자신만의 원리에 의해 중요한 기억을 선택하고 연합한다. ‘블레이드 러너’(리들리 스콧, 1982), ‘토탈 리콜’(폴 버호벤, 1990) 같은 1980~90년대 SF 명작들이 다룬 기억의 문제에서 한걸음 나간 느낌이다.

인공지능을 다룬 영화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적인 것, 인간다운 것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챗GPT로 인해 미래에 없어질 직업이나 살아남을 직업 등이 기삿거리로 자주 등장한다. 

‘바이센테니얼 맨’에 힌트가 있었는데, 로봇 앤드류가 정신적인 영역 중 가장 습득하기 어려워한 것은 ‘유머’였다. 그리고 앤드류가 가장 먼저 갖고 싶었던 것은 ‘표정’이었다. 적어도 표정과 유머는 인간적인 것이 확실해 보인다.        
 
영화평론가이자 영화감독. '씨네21' 영화평론상 수상으로 평론 활동을 시작하였으며, 영화와 인문학 강의를 해오고 있다. 평론집 '영화, 내 맘대로 봐도 괜찮을까?'와 '봉준호 코드', '한국영화감독1', '대중서사장르의 모든 것' 등의 공저가 있다. 단편영화 '행복엄마의 오디세이'(2013), '어른들은 묵묵부답'(2017), '꿈 그리고 뉘앙스'(2021)의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영화에 대해 쓰는 일과 영화를 만드는 일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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