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사장은 맥아 포대를 활용한 가방, 맥주박 화장품 등 환경 가치를 매개로 한 재미나고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 오비맥주는 맥주 부산물인 맥주막으로 에너지바, 화장품, 다이어리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며 소비자 관심을 끌고 있다.
31일 오비맥주에 따르면 최근 맥주 제조와 유통, 판매 과정에서의 부산물, 폐기물, 포장지 등을 소재로 삼아 올해 9월 패션쇼와 전시회를 연다.
패션쇼에서는 맥주박을 재료로 염색한 실크 원단과 이를 활용한 의류, 폐현수막으로 만든 우산, 맥아 포대를 활용한 잡화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패션쇼 출품 제품은 이번 행사에 참여 신청한 패션 전공 대학생들과 신진 디자이너, 패션 스타트업이 만든다.
오비맥주는 맥주 폐기물을 활용한 ESG 활동을 넓혀가고 있는데 올해 가을에 열리는 패션쇼는 맥주박을 사용해 만든 먹거리와 화장품에 이은 또 다른 프로젝트다.
맥주 폐기물 ESG 활동은 오비맥주의 기존 ESG 활동과 달리 '푸드 업사이클링'을 포함한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의 이목을 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자원에 새 기술과 디자인, 아이디어로 가치를 더해 새 제품으로 재탄생 시키는 것이다.
오비맥주는 특히 맥주 제조 과정에서 생기는 보리 부산물(맥주박) 업사이클링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4~5월 오비맥주는 클린뷰티 전문 스타트업 라피끄와 맥주박 샴푸와 보디 워시, 헤어 미스트, 핸드 크림 등을 내놨다. 앞서 2020년엔 푸드 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와 카스 맥주박을 활용한 리너지바를 내놓고 2022년엔 한맥 리너지 크래커도 출시했다.
맥주박 업사이클링은 종이 문구류에도 적용됐다. 2022년 6월 업사이클링 페스티벌에서 오비맥주는 스타트업 마린이노베이션과 맥주박 다이어리도 선보였다.
맥주박 도우로 피자를 만들어보는 맥주박 업사이클링 쿠킹클래스와 페스티벌, 마켓 등 체험 행사도 열고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주박 업사이클링 분야는 지속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오비맥주의 맥주 폐기물을 활용한 ESG 활동은 업사이클링 제품 생산을 넘어 스타트업과의 동반성장과 지속가능한 패션 생태계 활성화 지원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작지 않다.
이번 패션쇼도 일회성이긴 하지만 환경을 고려한 제품 아이디어를 내고 만드는 과정에서 패션 관련 취업이나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오비맥주는 기대한다.
실제 리너지바와 화장품, 다이어리를 만든 리하베스트(2019년)나 라피끄(2020년), 마린이노베이션(2020년) 등 스타트업 모두 오비맥주와의 협업을 계기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리하베스트만 봐도 오비맥주와의 협업 이후 맥주박 리너지 가루 제품과 관련한 협업 러브콜이 지속되고 있다. 러브콜은 베트남 하이퐁맥주그룹, 인도네시아 빈땅맥주 맥주박 공급 및 식품 개발 협업, 수제 맥주 전문점 브롱스와 피자 협업, 미스터피자와의 신제품 개발, 식물성 베이커리 더브레드블루와의 협업 등 국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맥주 폐기물 재활용은 경제적인 이점도 있다. 맥주박은 오비맥주에서만 해마다 60톤가량이 나온다. 이를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환경 부담금 등 비용만 연간 수십억 원 규모인데 업사이클링은 이 비용을 줄이도록 해준다.
▲ 오비맥주 배하준 대표이사 사장이 맥주 폐기물 업사이클링으로 ESG 지평을 넓힌다.
오비맥주는 맥주 폐기물 업사이클링이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마음을 얻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배하준(벨기에 출신, 본명 '벤 베르하르트') 사장은 2020년 2월 오비맥주 신임 대표이사직에 오른 후 전사적으로 ESG 경영을 강화해왔다. 기존에 오비맥주가 해오던 몽골 '카스 희망의 숲' 조성 사업이나 지역 공장 인근 '하천 플로깅' 등에 더해 활동의 깊이와 폭을 넓혀온 것이다.
배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20년 11월 카스 캔맥주 6캔 패키지에 비닐과 함께 쓰던 '종이 받침대'를 제거해 종이 사용을 줄였다.
취임 다음해에는 '100+ ESG 경영 강화 선포식'을 열고 그해를 ESG 경영 원년으로 삼고 '소비자와 100년 동행'을 비전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해 생산 공장에 태양광 설비를, 물류 직매장에 전기 지게차를 도입했고, 2022년엔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교체했다. 캔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찌그러뜨려서 배출하는 '캔 크러시' 캠페인도 꾸준히 펼치고 있다.
배 사장은 기후 변화 대응과 재사용·재활용 포장재 사용, 스마트 농업, 수자원 관리 4개 과제를 중심으로 202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5% 줄이고 204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오비맥주는 "앞으로도 업사이클링 제품 제조뿐 아니라 플로깅 캠페인 등 환경 캠페인, 지역 사회 캠페인 등을 기업, 소비자와 함께 다양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