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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뉴시스> |
현대상선이 공매도 증가로 몸살을 앓고 있다.
현대상선은 8월 유상증자를 앞두고 있는데 주가하락을 예상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공매도에 나서고 있어 ‘개미’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 주가는 18일부터 20일까지 사흘 연속 하락했다.
현대상선 주가는 1일 1만4400원(종가기준)까지 올라갔지만 1만1200원(20일 종가)까지 떨어지면서 20일 만에 22.2%가 빠졌다.
현대상선 주가 하락의 주요인으로 공매도가 꼽힌다.
공매도란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하고 해당 주식을 빌려서 매도한 뒤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같은 종목을 싼값에 되사들여 차익을 챙기는 매매 기법을 말한다.
현대상선은 6월7일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았는데 신주발행가격은 11~13일 3거래일 종가 평균(1만3611원)에서 30% 할인된 9530원으로 결정됐다. 현대상선은 8월5일 2억8천만 주의 신주를 상장할 예정인데 현재 상장주식 3278만4609주의 8배가 넘는 엄청난 물량이다.
유상증자가 완료될 경우 현재 상장주식수 대비 8배 이상 많은 신주가 시세보다 30% 할인된 가격에 풀리기 때문에 주가하락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공매도를 해놓고 유상증자에 참여해 신주로 되갚으면 불과 한달도 안돼 30%가량의 차익을 올릴 수 있어 ‘땅짚고 헤엄치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의 신주발행가격이 확정된 14일과 15일에 각각 10만7206주와 18만2996주의 공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반면 개인은 현대상선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어 공매도를 원천적으로 할 수 없다.
시장참가자 누구나 현대상선의 주가하락을 예상하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만 공매도를 활용해 손쉽게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셈이다.
온라인 증권 게시판에는 개인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투자자는 “개인은 공매도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데 외국인과 기관은 가만히 앉아서 차익을 챙길 수 있다”며 “너무 불공정한 게임이 아니냐”고 말했다.
문제는 현대상선처럼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한진해운이나 대우조선해양 등도 유상증자를 할 가능성이 커 비슷한 사태가 반복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는 주가의 거품을 빼거나 차단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의 유상증자를 이용한 공매도는 ‘공적자금이 외국인과 기관투자자의 이익을 불려주는 꼴’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제도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미국은 공매도를 한 경우 신주청약을 금지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 증자 계획 발표 후 신주발행가격 확정 전까지 공매도를 한 투자자의 경우 증자로 받은 신주로 공매도 결제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