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운명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결단에 달렸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서 어느 정도 진전을 이룬 것으로 알려지면서 운영자금 마련이 가장 큰 과제로 남았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해 회생 가능성을 높일지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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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2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조 회장의 결단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한진해운 채권단은 한진그룹에게 7월 안에 유동성 확보 방안을 제출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이 그동안 채권단의 요구에도 한진해운 지원을 망설였던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진해운의 앞날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꼽혔다.
조 회장이 대규모 자금을 쏟아 붓는다 하더라도 한진해운이 회생할 수 있을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내건 조건 가운데 가장 어려울 것으로 보였던 용선료 협상을 포함해 3가지 조건을 거의 충족하면서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채권단이 내건 3가지 조건은 해운동맹 합류와 사채권자 채무조정, 용선료 인하다.
한진해운은 일찌감치 해운동맹 합류에 성공했고 두 차례의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만기를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사채권자 집회에서도 만기 연장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 운영자금만 마련하면 한진해운도 현대상선에 이어 회생의 길이 열리는 셈이다.
한진해운은 내년까지 1조~1조2천억 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일단 운영자금을 줄이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줄일 수 있는 건 줄이고 팔 수 있는 자산은 모두 판 다음 나머지 부족한 운영자금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최근 동남아항로 운영권 일부와 베트남 터미널 지분을 각각 621억 원, 230억 원에 한진에 매각하기로 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협상 외에도 국내외 금융기관을 상대로 2조5천억 원 규모의 선박금융 원리금에 대한 상환유예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에서 성공하면 부족한 자금이 최대 5천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단의 압박강도도 세지고 있는 만큼 조 회장이 이른 시일 안에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20일 열린 ‘2016년 상반기 경영설명회’에서 한진해운과 관련해 “사채권자 채무조정과 용선료 인하 등 전제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채권단의 지원은 없다”고 다시 한번 못박았다.
이 회장은 “한진해운은 한진그룹의 지원 의지가 확보되면 정상화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며 조 회장의 결단을 거듭 요구했다.
이 회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조 회장이 한진그룹의 3대 축 가운데 하나인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는 걸 두고 볼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며 “한진해운을 회생시키려면 고통스럽더라도 조 회장이 결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