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4대 금융지주에서 새로 선출된 이사회 의장에 금융권 안팎 시선이 몰리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이사회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이 곧 이사회와 정기적으로 면담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보이는 만큼 이사회 의장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 4대 금융지주 이사장 역할이 주목된다. 사진은 이윤재 신한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왼쪽)과 김경호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27일 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주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이사회 의장 선출도 마쳤다.
금융지주 이사회는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선임 안건 등을 주주로부터 승인받아 사외이사 진용을 새롭게 꾸린 뒤 곧바로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을 선출한다.
신한금융지주는 이윤재 사외이사가 올해에도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 이 이사는 2021년과 2022년에도 이사회 의장을 맡았다.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3곳 금융지주는 이사회 의장이 바뀌었다.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에는 김경호 이사가 선출됐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는 김홍진 이사와 정찬형 이사가 각각 이사회 의장으로 추대됐다.
새로 선출된 이사회 의장들은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우선 회장 등 금융지주 경영진을 견제하는 동시에 이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조율해 그룹의 경영전략 수립을 원활하게 이끌어야 한다.
신한금융지주나 우리금융지주처럼 주주 구성이 다양한 경우에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도 이사회 의장에게 주어진다.
올해는 금융당국과 소통도 이사회 의장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에서 이사회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이사회와 소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이 이사회를 대표하는 만큼 금융당국과 금융지주 경영진 사이 의견을 원활하게 조율하고 중재하는 역할도 맡아야 할 수밖에 없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2월 금융지주 이사회와 정례회의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과거 권위주의 시절에는 금융당국이 개별적 현안 중심으로 이사회와 접촉했다”며 “오히려 이사회 면담을 정례화하고 구체화하면 예방 차원에서 전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앞서 24일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이사회 정례회의를 4월부터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4월 이후 여러 논의를 준비 중이고 어떤 방식으로 논의하는 게 좋을지 새로 취임하신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 분들과 소통하고 있다”며 “학계 연구 결과를 비롯해 오랜 기간 이사회와 면담해 온 유럽 등 금융 강국의 사례를 들여다보고 있으며 조만간 구체적 로드맵을 언론에 발표할 것이다”고 말했다.
▲ 김홍진 하나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왼쪽)과 정찬형 우리금융지주 이사회 의장.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에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과 만나 최고경영자(CEO) 선임과 내부통제 체계 강화 등에 각별히 신경을 써달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이윤재 의장과 하나금융지주의 김홍진 의장은 관료 출신으로 각 금융지주 이사회는 금융당국과 소통도 염두에 두고 이들을 선출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이윤재 의장은 전 대통령 재정경제비서관 출신이고 김홍진 의장은 재정경제부 감사담당관과 금융정보분석원(FIU) 기획행정실장, 한국예탁결제원 경영지원본부장 상무 등을 지낸 경제 관료 출신이다.
KB금융지주의 김경호 의장은 회계 분야 전문가로 2019년부터 KB금융지주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홍익대학교 부총장, 한국씨티은행 사외이사,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 한국정부회계학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제이드케이파트너스 고문으로 있다.
우리금융지주 정찬형 의장은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와 포스코기술투자 사장 등을 지낸 적이 있는 투자 전문가다. 우리금융지주 사외이사에는 2018년 처음 선임됐다.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