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면서 한진해운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한진해운 채권단이 압박수위를 한층 높일 것으로 전망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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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현대상선은 15일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본사에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 7대1 차등감자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다음주 채권단의 출자전환이 이뤄지면 현대상선의 대주주는 채권단이 된다.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이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데 따라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합병설, 두 회사 가운데 하나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구조조정을 무사히 마친 현대상선보다 여전히 갈 길이 먼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에 흡수합병되거나 법정관리로 보내질 가능성이 높다.
한진해운도 현대상선과 마찬가지로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조정, 해운동맹 합류 등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진해운은 해운동맹 합류와 두 차례의 사채권자 채무조정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나 가장 중요한 용선료 협상에서 아직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진해운은 현재 9개국 22개 선주와 용선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14일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에 성공했다는 보도가 일부 매체에서 나왔지만 산업은행은 곧바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협상결과가 완전히 나오기 전에 관련 보도가 이어질 경우 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이 내건 조건 외에도 운영자금 마련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진해운은 채권단으로부터 유동성 위기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는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한진해운에게 더 이상의 자금 지원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혔다.
한진해운은 한진그룹 차원이나 조양호 회장 차원에서 내년까지 필요할 것으로 추정되는 운영자금 1조 원을 마련해야 한다.
채권단은 한진그룹에게 7월 말까지 1조 원의 유동성 확보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통보했다. 자금 확보방안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 가능성을 언급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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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
조양호 회장은 아직까지 채권단의 요구에 명확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대신 한진그룹 계열사 한진을 통해 한진해운을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한진은 최근 한진해운으로부터 동남아항로 운영권 일부와 베트남 터미널 지분을 각각 621억 원, 230억 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여전히 필요한 운영자금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규모다. 시간도 많지 않다. 채권단이 정한 조건부 자율협약 마감시한은 자율협약을 개시한 지 3달이 되는 8월4일이다. 한진해운은 현재 마감시한을 1개월 더 연장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은 운영자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한진해운은 국내외 금융기관을 상대로 2조5천억 원 규모의 선박금융 원리금에 대한 상환유예 협상을 벌이고 있다. 협상에서 성공하면 부족한 자금이 최대 5천억 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선박금융 상환유예 협상은 용선료 협상 못지 않게 어렵기 때문에 현재로서 성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현대상선의 경우 국내 채권기관을 대상으로 선박금융 상환을 3년 연장했지만 해외기관에 유예 시도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