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올해 들어 활기를 되찾은 회사채 시장이 기준금리가 정점에 다다르는 경제적 요인에 힘입어 3월에도 흥행을 이어갈 지 주목된다.
다만 부동산 침체 장기화와 수출 부진 등 경기 하강 국면 등이 우려되는 만큼 모든 기업이 웃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회사채 시장이 올해 들어 활황을 보이는 가운데 이 추세가 3월에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다만 모든 기업이 활발한 회사채 시장의 수혜를 입지는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에서 지폐를 세는 모습. <연합뉴스>
1일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1월 회사채 신규발행액 수는 7조1220억 원으로 2년 만에 반등곡선을 그리고 있다.
2월 발행액은 27일까지 7조5998억 원으로 2021년 4월 11조2139억 원 이후 가장 높았다. 2020년 2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회사채 신규발행 규모는 평균 5조161억 원이었다.
흥행 이유로는 우선적으로 기저효과가 꼽힌다. 지난해 금리상승기 과잉 유동성이 진정되는 와중에 부진했던 흐름이 정상화되는 과정으로 봐야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가 1월13일 발표한 ‘연간채권시장동향’을 보면 지난해에는 76조8천억 원의 회사채가 발행됐다. 이는 2021년보다 무려 26.2% 감소한 것이었다.
금투협은 이를 두고 “금리급등과 지난해 4분기 단기금융시장의 어려움 때문에 신용위험이 증가해 신용스프레드가 크게 확대됐다”며 “회사채 수요도 이에 따라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금리가 오르면서 은행권에서 시장의 자금을 모두 흡수했다는 의미다.
투자자는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안전한 은행에 돈을 맡기고 이자이익을 거두면 된다.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채권 가운데 나라가 지급을 보장하는 국고채보다도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에 투자할 이유는 사라진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금융시장 경색도 심화한 상태였다. 신용스프레드도 실제로 이에 따라 지난해 크게 확대된 뒤 조금씩 줄고 있다.
신용스프레드는 국고채 3년물과 회사채(AA-등급) 3년물 사이의 금리차이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국가 신용도가 회사보다 높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데 금융시장 경색으로 신뢰도 갭이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0월2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스프레드는 지난해 10월19일에 125bp(0.01포인트)로 1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24일 기준으로는 70bp로 지난해 최고치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시장에서 기준금리 상승흐름이 막바지에 다다른 것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도 회사채 시장에 불을 지핀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은행은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하고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이날 “기준금리 동결을 금리인상 흐름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경기침체를 근거로 기준금리 추가인상에 무게를 싣지 않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2.0%에서 1.7%로 내린 가운데 기획재정부도 18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에서 경기흐름 둔화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경기가 침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긴축흐름을 이어가는 것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여러 요인이 회사채 시장의 순항을 이끌고 있어도 모든 기업이 웃을 수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혜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우호적 자금수급환경에서 시장 평균치인 등급별민평 스프레드가 빠르게 줄어들더라도 개별 스프레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힘들다”며 “비관적 전망이 우세한 기업은 시장 강세에서 빗겨나가고 있어 절대적 금리 수준은 함께 내려오더라도 같은 등급 사이 금리차는 확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의 회사채 발행을 두고 조심스런 시선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은 6만8천 세대로 국토교통부가 위험수위로 제시했던 6만2천세대를 넘어섰다. 이에 따라 건설사의 재무구조와 관련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실제로 BBB급 한신공영은 21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미달사태가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2월 초에 수요예측을 실시한 HL D&I도 500억 원 모집에 140억 원의 주문만 들어왔다. 20일 수요예측을 실시한 현대건설은 AA급 이상 우량채임에도 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 회사채를 발행하기도 했다.
정 연구원은 “보유하면서 얻는 이자 관점에서 A급 이하 비우량물 채권 투자가 매력적일 수는 있다”며 “다만 기업의 기초와 바탕을 고려해 선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