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2013년 2월 미국에서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학생들이 모여 HourlyNerd(시간제 괴짜)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업에 경영전문대학원(MBA) 학생들을 시간제 컨설턴트로 연결해주는 서비스였는데 학생들은 고객들의 반응이 좋게 나타나자 서비스 이름을 카탈란트(Catalant)로 바꾸면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했다.
현재 카탈란트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로 다양한 시간제 컨설팅 프로젝트에 MBA 학생이나 맥킨지, 골드만삭스 등에서 일하는 컨설턴트들을 연결해 주고 있다.
기업들은 카탈란트를 통해 연결된 유능한 전문가들로부터 자문을 받고 있다.
이처럼 선진공업국가들을 중심으로 기업의 단기 수요에 맞춰 외부 인재를 소싱해 주는 '온디맨드 인재(Talent on demand)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
국내에서도 온디맨드 인재 서비스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아직도 낯설다.
많은 사람들이 '자문' 서비스라고 하면 무거운 컨설팅부터 떠올린다. 또 자문해줄 전문가를 찾기도 쉽지 않다. 대체로 "내가 전문 컨설턴트도 아닌데 무슨 자문을 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자문은 컨설팅회사의 컨설턴트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먼저 그 길을 걸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현안에 부딪힌 이들에게 조언해 줄 수 있다.
국내 중견 가전회사인 S기업은 해마다 매출이 2배로 증가할 만큼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핵심 리더들의 역량을 강화해 세계적 기업으로 퀀텀 점프를 희망했다.
이에 따라 S기업은 내가 속해 있는 커리어케어의 '디앤서(The Answer)'에 영업, 마케팅, 물류, 품질, 해외법인 등 7개 분야 핵심리더를 대상으로 자문을 해달라고 요청해 왔다.
디앤서 컨설턴트들은 적임자를 찾기 위해 광범위한 조사와 치밀한 검토를 거쳐 K씨를 포함해 7명을 자문역으로 추천했다.
특히 K씨는 삼성전자 생활가전 영업과 직영 유통분야에서 약 30년 동안 근무했는데 자문위원 제안을 흔쾌히 수락했다.
K씨는 S기업의 국내영업 리더인 Y본부장을 대상으로 영업·판매사원 교육체계 및 프로세스, B2B(기업 사이 거래) 조직 체계 및 운영 사례, B2C(기업과 소비자 사이 거래) 조직 및 마케팅 운영 체계 등과 관련해 12차례 자문을 진행했다.
S기업은 스폰지처럼 자문 내용을 쏙쏙 흡수했다. B2B 영업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자문을 받고 그동안 태스크포스(TF)조직으로 있던 B2B 조직을 정식 사업본부로 승격하는 등 조직체계를 바꿨다. 또 판매와 영업조직 교육시스템도 변경했다.
자문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자문을 받는 쪽의 태도가 중요한데 S기업은 CEO의 전폭적 지지가 뒷받침 돼 적극적으로 자문을 받아들였다. 특히 Y본부장은 자문위원인 K씨와 수시로 연락하면서 고민을 공유하고 필요한 자문을 요청했다.
자문을 진행하면서 K씨의 눈도 열렸다. B2B 영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고 관련 사업에 적극 나서게 됐다.
자문에 좋은 기억을 갖게 된 그는 요즈음 주위 사람들에게도 자문위원 참여를 적극 권하고 있다. K씨와 S기업과 자문 기간이 끝났지만 새로운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연을 이어가고 있다
짧은 시간에 급성장한 기업들은 새로운 퀀텀 점프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종종 성장통을 겪는다. 이 시기에 자문은 해법을 찾는 기업들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커리어케어 디앤서의 자문 프로젝트에 참여한 P씨는 "자문을 통해 외부에서 바라보는 시각을 들으면 방향성을 놓고 고민할 때 큰 도움이 된다"며 성장통을 겪는 기업과 기업인들에게 자문 서비스를 적극 추천했다.
자문은 피상적 이야기가 아니다. 현안을 놓고 구체적이고 실질적 해법을 고민하고 대안을 공유하는 것이다. 먼저 길을 가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새로운 여정을 계획하고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박선정 커리어케어 인재전략컨설팅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