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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미국 대사도 놀란 쿠팡 대구 물류센터, '사람은 거들 뿐' 현실로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3-02-07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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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미국 대사도 놀란 쿠팡 대구 물류센터, '사람은 거들 뿐' 현실로
▲ 쿠팡이 대구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지난해 3월 준공한 대구3물류센터 전경. 축구장 46개 크기의 이 물류센터는 쿠팡 스스로 '첨단 자동화 물류 현장'이라고 자부하는 곳이다. <쿠팡>
[비즈니스포스트] "주한 미국 대사가 왜 이렇게 좋은 곳을 공개하지 않느냐고 의아해했을 정도예요."

쿠팡 관계자가 대구3물류센터를 소개하며 한 말이다. 쿠팡 스스로 '첨단 자동화 물류 현장'이라고 소개하는 이 물류센터는 쿠팡이 지난해 3월 준공해 현재 시험 가동 중이다. 모두 3200억 원가량이 투자됐다.

쿠팡 대구3물류센터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노동자와 로봇의 역할이다. 과거 노동자를 곁에서 돕는 보조자에 불과했던 로봇이 어느새 노동자가 하던 일을 대부분 도맡아 처리하는 수준까지 진화했다.

유명 만화 슬램덩크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면 '사람은 거들 뿐'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다.

쿠팡이 최신식 설비를 담았다고 자신 있게 공개한 대구3물류센터를 직접 살펴봤다.

2~3일 대구 달성군 구지면 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쿠팡 대구3물류센터의 언론 공개행사가 열렸다.

쿠팡이 언론을 대상으로 공개 행사를 마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통기업으로 거듭난 지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쿠팡은 그동안 물류센터의 '속살'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 대구3물류센터는 쿠팡이 커머스의 미래라고 믿는 것을 구축하기 위해 지금껏 쌓아온 투자와 노력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며 "쿠팡의 혁신 기술을 소개하고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쿠팡 대구3물류센터는 KTX로 서울역에서 동대구역까지 1시간45분을 이동한 뒤 차로 약 50분을 더 가야 도착할 수 있다.

버스에서 바라본 대구3물류센터는 첫 눈에 봐도 규모가 상당했다. 근처에 있는 다른 물류센터도 결코 크기가 작지 않았으나 대구3물류센터 옆에서는 그저 작은 '꼬마'에 불과했다.

대구3물류센터는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로 연면적만 약 33만㎡에 이른다. 축구장 46개를 더한 크기로 국내에 있는 모든 물류센터 가운데 최대 규모다.

쿠팡 관계자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 물류센터 중에서도 최대 규모에 속한다"며 "대구3물류센터에는 쿠팡이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뒤 쌓아온 물류 노하우와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 혁신기술이 집약돼 있다"고 소개했다.

쿠팡이 이 물류센터에 들인 노력은 곳곳에서 확인됐다.
 
[현장] 미국 대사도 놀란 쿠팡 대구 물류센터, '사람은 거들 뿐' 현실로
▲ 쿠팡이 도입한 무인 운반로봇은 사람이 일일이 선반을 찾아다니며 물품을 집어야 했던 작업을 모두 대신한다. 사람이 할 일은 로봇이 가져다주는 선반에서 물품을 꺼내는 일로 단순화됐다. <쿠팡>
대구3물류센터에 도입된 자동화 기기는 무인 운반로봇과 무인 지게차, 분류로봇(소팅 봇) 등 모두 3가지다. 다른 물류센터에는 여태껏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자동화 기기들로 모두 인공지능이 접목된 로봇이다.

무인 운반로봇은 물류센터에 있는 수백 개의 선반을 직접 작업자 앞까지 전달해준다. 

통상 물류센터라고 하면 상품 하나를 찾기 위해 작업자들이 일일이 수많은 선반을 찾아다녀야 한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과정은 작업자들의 이동 경로를 최소화하는 쪽으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3물류센터의 무인 운반로봇은 이 과정조차 불필요한 일로 만들었다.

'AGV(Automated Guided Vehicle)'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로봇은 작업자가 위치한 작업대까지 선반을 직접 들고 전달해준다. 최대 1천kg의 무게까지 들 수 있는 로봇은 바닥에 일정 간격으로 배치된 QR코드를 스캔하며 어디로 가야 할지, 다음에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이동한다.

쿠팡 관계자는 "과거에는 직원들이 직접 수많은 선반 사이를 오가며 물건을 찾아다니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상품이 직접 직원을 찾아오는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고 설명했다.

옛 물류센터는 사람이 발로 뛰었다면 이 물류센터는 로봇이 발로 뛴다는 얘기다.

무인 운반로봇이 실제로 이동하는 모습을 보니 '최신식 물류센터'라는 쿠팡의 설명에 수긍이 갔다. 수많은 로봇이 작업대 쪽으로 한 번에 이동하는 데도 불구하고 동선이 얽히는 경우가 결코 없었다.

작업자가 해야 할 일도 매우 단순해졌다. 화면에 표시된 상품을 로봇들이 가져다 준 선반에서 찾아 바코드 스캔을 한 뒤 자동포장 설비에 가져다 놓는 것이 전부다. 작업자는 열 걸음이면 모든 작업을 끝낼 수 있다.

표시된 상품을 혹여나 잘못 선택하면 어떡하나 하는 염려도 필요가 없다. 애초부터 화면에 표시된 상품과 다른 제품을 꺼내면 바코드 리더기에 상품이 인식되지 않는다. 인식된 상품을 어느 박스에 넣어야 하는지도 모두 로봇이 알려준다.

실제로 이 과정을 체험해봤는데 물류센터에서 일해 본 경험이 전무했음에도 불구하고 채 1분도 안 돼 모든 과정이 이해될 정도로 단순했다.

쿠팡에 따르면 이 로봇을 도입함으로써 전체 업무 단계가 65% 가량 줄었다. 평균 2분 안에 수백 개의 상품이 진열된 선반이 직원에게 전달될뿐 아니라 주문량이 많은 공휴일을 포함해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내 가동되기 때문에 효율화 측면에서도 매우 좋다.
 
[현장] 미국 대사도 놀란 쿠팡 대구 물류센터, '사람은 거들 뿐' 현실로
▲ 쿠팡의 무인 지게차는 과거 지게차 운전사들이 해야 하는 일을 모두 대신하고 있었다. <쿠팡>
무인 지게차 역시 노동자들이 해야 할 일을 거의 대신하고 있었다.

물류센터는 수많은 상품을 한 번에 옮기기 위해 파렛트(상품적재용 깔판)을 이용한다. 이 파렛트를 일정 장소까지 운반하는 것은 지게차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오래된 몫이었다.

하지만 대구3물류센터에 배치된 무인 지게차들은 운전사의 역할을 모두 대신했다.

3차원 고해상도 카메라와 스캐너 등을 장착한 이 지게차들을 직원들이 누르는 버튼 하나에 상품이 위치한 작업대까지 직접 왔고 스스로 파렛트를 들어 올린 뒤 다른 장소로 이동했다.

노동자들이 무인 지게차 때문에 다칠 염려도 없어 보였다. 애초에 무인 지게차가 다니는 곳은 펜스로 둘러싸여 있어 작업자의 접근이 불가능하다.

만약 작업자가 이 공간에 들어간다면 무인 지게차는 모두 비상상황이라고 인식해 작동을 멈춘다고 쿠팡 관계자는 설명했다.

고객에게 상품을 배송하기 위해 각 지열별로 상품을 분류하는 작업도 역시 로봇의 몫이었다.

쿠팡이 '소팅 봇'이라고 부르는 이 분류로봇들은 작업자들이 바코너 스캐너로 인식한 상품을 운송장에 표시된 주소대로 분류해준다. 대구로 가야하는지, 부산으로 가야하는지, 제주로 가야하는지를 모두 소팅 봇들이 알아서 처리해준다는 뜻이다.

작업자들이 해야 할 일은 소팅 봇들이 내려놓은 상품들이 한 박스에 다 차면 다른 박스로 바꿔주는 일이다.

쿠팡 관계자는 "소팅 봇을 도입해 일반 직원의 업무량을 65% 단축했다"며 "직원 업무를 더 편안하게 하면서 고객 서비스 품질은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런 쿠팡 대구3물류센터의 여러 자동화 기기들은 주한 미국 대사의 칭찬도 받았다고 한다.

쿠팡은 지난해 12월 대구3물류센터에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 대사와 대구광역시 경제부시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등 여러 외빈을 초청해 쿠팡의 물류 시스템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물류센터를 직접 둘러본 골드버그 대사가 쿠팡 관계자들에게 "이 좋은 시설을 왜 널리 알리지 않느냐"며 감탄했다는 후문이다.

자동화 설비가 도입됐다고 해서 노동자들의 설 곳이 사라지는 것 또한 아니다.
 
[현장] 미국 대사도 놀란 쿠팡 대구 물류센터, '사람은 거들 뿐' 현실로
▲ 쿠팡 대구3물류센터의 핵심은 분류 로봇(소팅 봇)이다. 상품 바코드만 인식시키면 소팅 봇들은 알아서 상품 배송지별로 물품을 구분해 나른다. <쿠팡>
쿠팡은 현재 대구3물류센터에 수백 명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지만 가동율을 100%까지 끌어올리면 2500명 가량의 직원을 고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른 물류센터의 고용인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자동화 기술 관리자 등 대구3물류센터에 특화한 일자리들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기존 일자리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쿠팡 관계자는 "물류산업이 노동집약 기반에서 기술과 사람이 공존하는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산업으로 향해 가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안전과 관련해 고민한 흔적들도 여기저기서 눈에 띄었다. 

물류센터 내부를 둘러보면 벽면이나 기둥 전체가 빨간색 혹은 초록색으로 칠해진 곳들이 있었는데 이는 모두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한 것이다.

빨간색으로 칠해진 기둥이나 벽면에는 소화전이나 소화기가 비치돼 있다. 초록색 벽면에는 비상탈출구가 마련돼 있다.

멀리서 봐도, 누가 보더라도 알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표시해 안전사고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함이다. 2년 전쯤 경기 이천에 있던 쿠팡 덕평물류센터가 화재로 모두 소실됐고 인명사고까지 발생했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느껴졌다.

실제로 쿠팡 대구3물류센터는 대구소방안전본부가 주관한 '2022 관계인 소방훈련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물류센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물론 개선이 필요한 지점들도 없지 않아 보였다.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들이 문제를 제기했던 온열대책과 관련해서는 아직 대구3물류센터도 해답을 찾지 못한 듯 보였다.

직원들의 휴게시간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느냐도 과제로 여겨졌다. 쿠팡은 작업자들에게 공식적으로 20분의 휴게시간을 주는데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휴게실까지 이동하는 데만 10분 안팎이 걸린다.

쿠팡은 앞으로 대구3물류센터에 도입된 여러 자동화 기기들을 다른 물류센터에도 투입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시험 가동을 하면서 확인하는 여러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선할 것은 개선해 물류 효율을 최적화하겠다는 것이다.

대구3물류센터는 앞으로 대구뿐 아니라 부산과 호남권까지 아우르는 쿠팡 첨단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도 활용된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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