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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구멍가게보다 못했던 보고플레이의 주먹구구 경영

김수헌 fntom@naver.com 2023-01-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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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퍼니 백브리핑] 구멍가게보다 못했던 보고플레이의 주먹구구 경영
▲ 보고플레이의 경영이 구멍가게보다 못해 보이다. 보고플레이 유튜브 광고의 한 장면. <보고플레이 유튜브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회사에 매달 갚아야 할 빚이 100억 원 생기고 100억 원의 현금이 유입된다고 해보자.

또 현금 100억 원 가운데 빚을 갚는데 사용할 수 있는 돈은 70억 원 뿐이라고 하자. 나머지 30억원은 회사 운영자금 등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렇다면 회사에는 매달 30억 원의 빚이 누적된다. 불어나는 빚이 금새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부도 위기에 몰릴 수 밖에 없다.
 
600곳이 넘는 입점업체 물품대금 336억 원 등 모두 526억 원에 이르는 채무를 갚을 돈이 한 푼도 없다고 자백한 ‘보고플레이’ 사건이 이와 비슷하다. 

보고플레이는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를 운영하는 회사다.

삼성전자 사내벤처로 출발했다가 2019년에 독립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회원수 100만 명을 돌파했고(MAU 200만) 누적 거래액은 25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5월 벤처캐피털, 증권사, 은행 등으로부터 1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할 정도로 나름 앞날이 창창한 스타트업으로 평가받았다.
 
이 회사는 일종의 오픈마켓형 플랫폼이다.

입점업체가 1만 원짜리 상품을 팔면 일정비율의 판매수수료(예컨대 10%라면 1000원)를 받는 식이다.
 
보고플레이로 고객의 결제대금 1만 원이 들어오면이 가운데 1000원은 보고플레이의 매출액이 되고 9000원은 부채(미지급정산금)가 된다.

9000원을 입점업체에 송금하면 부채는 없어진다. 보고플레이는 판매중개자이므로 수수료만 매출액으로 인식해야 한다. 1만 원이라는 금액은 보고플레이 플랫폼 내 ‘거래액’이라 할 수 있다.
 
판매수수료만 따박따박 받으면 보고플레이와 같은 커머스 플랫폼 기업의 운영에 큰 어려움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입점업체가 증가하고 거래액이 손익분기점을 넘길 정도 수준으로 증가할 때의 일이다. 

지금까지 커머스 플랫폼의 성장성에 대한 평가지표로 가장 많이 활용된 것은 거래액이었다.

그러다보니 단기간에 거래액을 급증시키기 위한 할인쿠폰 남발, 과도한 포인트 적립, 초특가 판매 등 무리수가 횡행했다.

결국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는 스타트업들이 증가한 이유다.
 
보고플레이의 영업방식을 한번 보자.  

이 회사는 판매가격만큼 포인트를 적립해 준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1만 원짜리 상품을 구매하면 1만 포인트(현금 1만 원 상당)을 제공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1만 원짜리 상품A를 구매한 고객에게 4000포인트를 부여했다고 해보자. 고객은 나중에 이 4000포인트를 사용하여 4000원짜리 상품B를 샀다. 

거래가 일어난 금액(거래액)은 1만4000원이지만 보고플레이로 유입된 순현금은 6000원 밖에 안된다.

왜 그럴까.

A상품 결제대금 1만 원이 유입됐다. B상품은 고객이 포인트로 결제해서 대금유입이 없다.

하지만 보고플레이는 B상품을 판매한 입점업체에게 4000원을 지급해줘야 한다. 포인트 정산부담을 보고플레이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판매수수료율(10%로 가정)을 고려해서 생각해보자.

보고플레이는 1만원을 받아 A상품 업체에 9000원, B상품 업체에 3600원 등 총 1만2600원을 지급해야 한다. 거래액은 빚좋은 개살구다. 

이렇게 회원과 거래액을 증가시키고 이를 근거로 기업가치를 산출해서 추가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은 시장에 자금이 넘쳐날 때나 가능한 일이다.
 
이런 방식도 있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80만 원짜리 스마트폰 구매고객이 보고플레이 멤버십 가입비 60만 원까지 더해 140만 원을 결제한다.

이 고객에게는 1년동안 120만 포인트(매달 10만 포인트)가 제공된다.

140만 원을 내고 120만 원 상당을 돌려받으니 스마트폰을 사실상 20만 원에 구매하는 셈이라고 홍보한다.

고객이 사용할 미래의 포인트 정산부담을 채무로 생각하지 않은 것인가?

보고플레이는 입점업체가 1만 원에 판매하는 상품의 소비자 판매가격을 9000원으로 책정하기도 했다.

고객으로부터 1만 원을 받아 입점업체에 9000원을 정산해주는 게 정상인데 9000원을 받아 9000원을 정산해 줘야 하는 셈이다.

회사에는 운영자금도 필요하다.

입점업체에게 정산금을 온전하게 지급할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보고플레이는 회사 누적부채가 526억 원, 이 가운데 물품대금 채무가 336억 원(입점업체 617곳)에 이르자 최근 입점업체를 대상으로 회사 재무구조와 현금흐름, 향후 회생방안 등에 대한 설명회를 열었다.
 
회사는 준비한 자료를 스크린으로 공개하기는 했지만 입점업체나 언론매체에 따로 제공하지는 않았다.

설명회 관련 기사에 첨부된 회사 작성 자료의 일부(촬영본)를 보면서 정상적인 회계를 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생겼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이후의 월단위 영업현금흐름을 설명하면서 회사로 들어온 현금은 수입, 나간 현금은 지출이라고 뭉뚱거려 표현했다.
 
수입은 고객이 결제한 금액이다.

회사로 들어온 돈이기는 하지만 입점업체 정산용 자금이기도 하다.

따라서 최소한 물품대금 미지급 정산액이 월단위로 얼마나 증가해 왔는지를 정확하게 알렸어야 한다.

이 회사는 손익계산서상으로 판매수수료만을 매출액으로 인식해야 한다.

상품판매액 전체를 매출액으로 잡으면 안된다. 판매액은 거래액일 뿐이다.

거래액은 과도한 쿠폰발행과 포인트 제공 등으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

그런데 회사는 상품판매액을 마치 회사의 매출액인 것처럼 표현했다. 굳이 상품판매액을 매출액이라고 제시하려면 순매출액(판매수수료)을 따로 제시해서 회사의 손익상황을 입점업체들이 정확하게 알 수 있게 했어야 했다.
 
보고플레이 같은 커머스 플랫폼은 ‘신뢰’가 무너지면 재기하기 어렵다.

이 회사는 이미 입점업체와 고객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상태다.

무리한 마케팅을 자제하고 마진을 남기는 사업구조로 전환하겠다고 하는데 그러자면 그동안 제공해 왔던 각종 고객혜택을 상당수 없애야 한다.

그러면 고객들이 다시 보고플레이를 찾을 리 없다. 쿠폰과 포인트, 초특가할인행사 등을 보고 들어왔던 고객들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제2의 머지포인트 사건’이라고 부른다.

머지포인트는 선불충전을 하면 제휴점에서 20% 할인구매가 가능한 비즈니스모델이었다.
 
앞사람이 구매한 상품을 뒷사람의 충전금으로 돌려막는 구조였다. 그래서 개인피해가 컸다.

보고플레이는 입점업체에게 줘야할 정산대금으로 돌려막기를 한 구조다. 입점업체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회사측은 정상화를 위해 재입점을 요청하고 있다.

물품대금 결제를 상당기간 미뤄달라고도 하는 모양인데 떠난 입점업체들이 또 리스크를 안겠다고 돌아올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김수헌 코리아모니터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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