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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知社知] 인조반정과 이괄의 난, 기업이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때

진국영 jineman@careercare.co.kr 2023-01-12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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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歷知社知] 인조반정과 이괄의 난, 기업이 '헤어질 결심'을 해야 할 때
▲ 충남 공주 공산성 금서루의 모습. 공산성은 인조가 반정으로 즉위한 지 1년 만인 1624년 2월 이괄의 난으로 피난했던 곳이다. <문화재청>
[비즈니스포스트] 1624년 음력 2월8일. 3월 말이지만 이제 막 춘분을 지났을 뿐인 한밤의 한강가는 추웠다. 

반란군이 임진강을 건넜다는 보고가 올라온 지 한나절이 지났으니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종묘사직을 보존하려면 1초라도 빨리 강을 건너야 했다.

강물조차 보이지 않는 칠흑같이 어두운 밤, 왕실 소유 정자 '제천정'을 태워 강물을 비췄다. 누군가가 건너편에 있던 배 몇 척을 끌어다 댔다.

그 배에 왕족들과 오르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칼끝은 일단 피했으니, 어떻게든 되지 않겠는가? 조선 제16대왕 인조 일행은 그렇게 300리 길 밖 충남 공주로 피난을 떠났다.

생각해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일이 이렇게 될지 누가 알았단 말인가? 그는 선조의 서자 중 다섯 번째 아들의 장남이었다. 서자에 다섯째를 아버지로 두었으니 애초 왕이 될 팔자는 전혀 아니었는데 반정이 일어났고 신하들의 추대를 받아 왕까지 되어 버렸다. 

그게 채 1년도 안된 지난 해 3월의 일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왕 노릇에 채 익숙해지기도 전에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이 되었다. 한양을 버리고 피난하기로는 할아버지 선조에 이어 두 번째이고 반란군에 쫓겨 궁궐을 떠나기는 최초의 일이었다.

칼 든 자 험하게 다루는 것 아니라는 것쯤은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때문에 신료들의 몇 번 험담은 모르는 척했다. 그런데 자신을 왕으로 만든 사람들, 그들은 무력을 가진 자의 후환을 없애고 싶은 모양이었다. 

'반란을 꿈꾸는 것이 분명하니 조사를 해 봐야 한다'는 청이 계속됐다. 몇 번의 반려 끝에 할 수 없이 허락했다. '같이 음모를 꾸몄다는 아들 이전을 우선 불러 사정을 조사해 보라.'

◆ 먼저 다가온 혁명무력의 '헤어질 결심'

평안북도 영변. 오늘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원자력연구소가 들어서 있다는 바로 그 곳. 지금으로부터 399년 전인 1624년 1월22일, 평안병사 겸 부원수 이괄은 그 곳에 있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왕이 보낸 금부도사가 도착해 있었다. 

반역혐의 조사를 위해 아들 이전을 한양으로 압송하겠다고 했다. 반역혐의 조사. 말이 조사지 그런 조사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었다. 잔인한 고문이 필수로 따라 붙을 것이었고 그런 조사에서 살아나올 사람은 없었다.

휘하에 1만2천 명 병사가 있었다. 후금의 침략에 대비하기 위해 조정에서 마련해 준 병사들. 5년 전 1619년 명나라와 조선의 10만 명 연합부대를 요녕성 푸순 근처에서 궤멸시킨 후(사르후전투) 이 지역의 패자가 돼 있었던 후금은 중원까지 넘보고 있었다. 무인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당연히 중요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먼저 자신이 살아야 그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혁명에 핵심 무력을 제공한 자신을 한 해도 지나지 않아 제치려고 든 자들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이괄은 결국 한양으로 향했다.

하지만 불과 4일이었다. 2월8일 한양을 점령하고 선조의 열번째 서자 흥안군을 새로 왕으로 추대하면서 혁명을 완성하는 듯 했지만, 불과 며칠 만에 일을 그르치고 말았다. 

도성 점령 후 3일 후인 11일, 무악재에 진을 치고 전투를 청하는 토벌군을 가벼이 여기고 성문을 열고 나선 것이 패착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대패를 당한 후 고향 근처 이천에 몸을 숨겼지만 부하들의 배신에 목이 베였다. 

이괄의 머리는 공주산성으로 피난했던 인조에게 바쳐졌고 그의 짧은 대활극은 그렇게 끝이 났다. 그의 나이 37세였고, 인조가 돌아온 것은 그 달 22일의 일이었다.

혁명 성취의 쾌감 때문이었을까? 반정의 주축, 서인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성급했다. 어설펐다. 꼭 그러지 않아도 되는 일에 집착하고 들었고, 같이 가도 큰 문제없을 사람들을 빨리도 발라내려 들었다.

이괄은 혁명에 핵심 무력을 공급한 최고 지휘관이었고 문과 무를 겸비했다는 평까지 듣는 나름 뛰어난 인재였다. 그런 혁명 지지세력을 1년도 안되어 무리하게 빼내려 한 것이었다.

저지른 일 치고는 결과가 너무 좋았다. 반란 발발 불과 한 달 만에 한양으로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행운인데, 한양에 돌아온 서인들은 반란가담 등의 혐의를 동원해 반대세력을 축출하는데 완벽히 성공했다. 경쟁자가 사라지고 깨끗이 정리된 무대. 그 무대 위 그들만의 축제는 20세기 초까지 300여 년 동안이나 계속됐다.

◆ 헤어져야 하는 순간

혁명이든 반란이든 일을 도모할 때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생각들은 다르고 목적도 다르지만 그 생각과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초조건을 만들어 내려는 단기목표 자체는 공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A→B 공식 중 A만 얘기하는 셈인데, B를 얘기하는 것은 잠시 미뤄둔다. 얘기해 봐야 좋을 것이 없기 때문이다. A를 달성하려면 어떤 힘이라도 끌어 들여야 하는데 분란 요소가 될 수도 있는 B 얘기를 꺼낼 필요는 전혀 없다.

부지깽이 손이라도 빌릴 정도로 일손 하나가 아쉬운 것이 농번기인데 밥상머리에서 괜히 정치 얘기 같은 건 하지 않는 법이다.

문제는 단기목표가 달성된 후 나온다. 그때 쯤이면 초긴장은 사라지고 긴장이 완화되면 서로 다른 목적과 생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참여했던 이유가 서로 달랐고 같은 줄 알았지만 속사정은 또 달랐음을 알게 된다. 어울려 일을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관계도 복잡해진다. 

일의 위험도가 낮아지면 참여하는 사람도 늘어난다. 이 사람은 이런 사람들을 추천하고, 저 사람은 저런 사람들을 끌어 들인다. 사람들이 늘어나면 관계의 수가 제곱으로 늘어나고 해결해야 할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유혹은 그때 시작된다. 생각이 같은 사람으로 한번 더 정리하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을까? 어차피 실무 역량은 비슷할 것, 같은 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으로 진용을 꾸리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지 않나. 패거리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비난에까지 신경을 쓰면서 일을 처리하기는 어렵다. 욕먹기를 두려워하면 일을 할 수 없다.

한번 시작하기가 어렵지, 한번 시작하면 정당화 논리란 끝도 없다. '헤어질 결심'이 시작된다.

◆ 잘 헤어지는 것은 기업 성장의 조건

헤어질 결심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일로 만난 사이가 영원하지 않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문제는 누구와 헤어질 것인가, 언제, 어떻게 헤어질 것인가, 어떤 조건에서 헤어질 것인가, 헤어진 이후 그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헤어진 사람이 하던 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등이다.

결심은 이런 것들이 명확하였을 때 가능하며 명확하지 않다면 헤어질 결심 따위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다.

기업이 벤처단계에서 시작해 큰 조직으로 성장하는 과정은 그런 면에서 전형적이다.

창업자가 있고, 가족이 있고 초기 참여자가 있다. 요즘 같으면 액셀러레이터도 있고, 앤젤 투자가도 있으며, 다시 벤처 투자가 있고 2∼3차 투자자들이 있다. 수많은 사람들, 세력들이 모여 주목받는 큰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이렇게 시장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기업들 중 실제로 중견기업 이상으로 성장하는 경우는 10% 내외에 불과하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2%에 불과하다고 여겨지기도 한다. 

가족기업의 관점에서 보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전체 상장기업과 코스닥기업의 약 70%는 가족기업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이들 중 2∼3대에 거쳐 살아남는 기업은 극히 일부분이다. 

미국 가족기업연구소(Family Business Institute)에 따르면 가족 기업이 2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0%, 3대까지 건재하는 장수기업 비율은 12%, 4대 이상까지 살아 남는 초장수기업 비율은 3%에 불과하다.

꿈을 이루진 못한 90%, 98%마다 실패하는 이유는 기술부족, 자금부족 등 제각각이겠지만 1차 성장 후 2단계 진입쯤에서 리더들이 조기 분열해 버리는 것이 원인으로 지적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재무담담 임원의 지지를 받지 못한 기술총괄이 회사를 떠나고 사사건건 대립하던 마케팅 임원과 영업임원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회사를 등진다. 투자가들의 의문이 당연히 늘어나지만 경영진은 속시원한 해답을 내 놓지 못한다. 의문은 불신으로 이어지고, 결국 시장은 지지 전반을 철회한다.

부자의 운명에 대한 악담이 많다. “부자는 3대를 못 간다”고 하기도 하고, “셔츠 바람으로 시작해서 3대 만에 셔츠 바람으로(Shirtsleeves to shirtsleeves in three generations)”라고 비아냥대기도 한다.

회사를 뜻하는 코퍼레이션 Corporation이란 말은 신체를 뜻하는 라틴어 어원 Corpus에서 파생된 말이다. 사람이 만든 존재이지만 사람처럼 인격이 있는 '법인'이라는 의미다.

법인도 사람처럼 죽고 사는 것인데, 그런 법인의 생명을 놓고 하는 결심은 당연히 신중하고 전략적이어야 한다. 어설프고, 게다가 자신까지 없는 결정은 생명 경시 행위에 다름 아니다.

운명은 리더 그룹들이 언제, 어떤 결심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리더들의 결심, 특히 헤어질 결심은 조직의 방향을 결정하고, 결국 운명을 가른다. 올해는 인조반정 4백 주년이다. 진국영 커리어케어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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