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최근 산업계에서는 남들이 모방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경쟁력을 갖추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일수록 경쟁력 있는 기술강소기업들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데 최근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유일무이 경쟁력을 지닌 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노신소재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 나노신소재는 반도체와 태양전지, 디스플레이, 배터리용 부품을 만드는 기업으로 특히 배터리 음극재용 탄소나노튜브(CNT) 도전재를 세계에서 유일하게 상용화한 곳이기도 하다.
전방산업인 배터리업계는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 배터리 용량을 늘리는 것, 그리고 최대 12시간까지 걸리는 배터리 충전속도를 해결하는 데 관심을 쏟고 있다.
이에 따라 음극재에 사용되던 흑연을 실리콘으로 대체해 배터리 충전속도와 용량을 키우려는 노력을 폈지만 그동안 실리콘의 팽창하는 성질 때문에 배터리의 안정성과 수명이 떨어지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나 실리콘 음극재에 CNT 도전재를 첨가해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으며 이 음극재용 CNT 도전재를 독점하는 곳이 나노신소재인 것이다.
짧은 섬유형태의 CNT 도전재를 액체에 골고루 분산시켜 사용해야 하는데 이 기술의 난도가 높아 산업용으로 양산할 수 있는 기업이 나노신소재 뿐이라 당분간 독점체제가 단기간에 무너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나노신소재는 어떻게 자기만의 입지를 만들 수 있었던 걸까? 박정우 나노신소재 대표는 기술경쟁력에 대한 꾸준한 투자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박 대표는 한밭대 교수 시절이었던 1990년대 일본기업들이 나노소재의 시대를 여는 것을 눈여겨보며 한국기업과 연구진도 이 산업분야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2000년 이른바 실험실 창업을 하게 되는데 창업 초창기 대학에서 핵심기술과 연구시설, 우수한 기초인력을 수급할 수 있었던 것이 유리한 발판으로 작용했다고 회고한다.
항상 매출의 9% 정도를 연구개발비용에 재투자할 정도로 기술력 확보에 매진했으며 이 기조는 수익성이 악화됐던 2019년과 2020년에도 이어졌다.
그 결과 표적 소재를 나노크기로 분말화 한 뒤 이를 다시 고체나 액체로 제품화하는 기술과 노하우에서 세계적 수준을 달성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이 상용화에 애를 먹어온 첨단소재 분야에 적극 도전해 성과를 내고 있다.
나노신소재는 2001년 한국 최초로 전자파 차폐액을 양산해 일본 독점을 해소했으며 2018년에는 세계 최초로 음극재용 CNT 도전재를 상용화했다. 2020년에는 한국 최초로 디스플레이 코팅소재 중공실리카 개발해 다시 한 번 일본이 독점한 분야에 깃발을 꽂았다.
이런 활약을 인정받아 2020년에는 중소기업벤처부의 소재부품장비 강소기업 100곳 가운데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다.
각국이 핵심제품을 국산화하고 기업을 자국에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의 시대가 오면서 나노신소재와 같은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활약이 중요해지고 있다.
연구실 창업신화의 주역 나노신소재처럼 기술과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강소기업들이 많아져야 한국 첨단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