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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로봇의 핵심 부품 소형 감속기, 에스피지 에스비비테크 뜬다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2-12-23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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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로봇은 여러 기술 요소들이 어우러진 기술 복합체다. 그렇다면 로봇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혹은 기술은 뭘까?

많은 이들이 떠올리는 로봇의 이미지는 사람처럼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는 휴머노이드다.

그래서 로봇의 핵심 기술이라고 하면 인공지능을 구현할 솔루션, 혹은 지능형 반도체나 고도화된 센서 등을 떠올릴만 하다.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정말 스마트한 로봇이 나와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로봇 기술이 발전해 나가면서 다양한 종류의 로봇이 이전보다 인간 삶에 많이 개입하게 될 게 분명하다. 이미 산업현장에서는 산업용 로봇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해도 노동자 1만 명당 로봇 대수가 932대로 산업용 로봇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국내 산업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산업 등의 비중이 높은 만큼 제조공정에 쓰이는 로봇이 많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산업용 로봇 수요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산업현장에서 쓰이는 협동로봇의 성장세가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서비스 로봇도 제법 많이 보인다.

그런데 대부분의 로봇에서 없어서는 안 될 부품이 로봇 구동에 쓰이는 감속기다. 감속기가 로봇에서 차지하는 원가는 40%나 된다. 감속기 제조에는 상당한 노하우가 축적돼야 하므로 진입장벽도 높다.

감속기에서 주목할 만한 국내 기업으로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를 꼽을 수 있다.

감속기는 말 그대로 속도를 낮추는 부품이다. 구동원인 모터에 결합해 출력 회전수를 감소시켜 더 강한 힘을 내는 기능을 한다. 로봇이 아니더라도 모터로 구동되는 대부분의 기계나 설비에 감속기가 탑재돼 있다.

모터만으로는 출력 회전수 조절이 어렵기 때문에 감속기로 조절해야 한다.

겉보기엔 간단한 기계 부품으로 보이지만 기계의 관절마다 활용되고 힘과 정밀 제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당연히 관절이 있는 로봇에서는 필수품이다.

앞으로 감속기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로봇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로봇이 고도화할수록 감속기가 더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산업용 로봇의 관절 수는 대개 6개 정도라 하는데 휴머노이드의 관절 수는 40개에 이른다.

로봇용 감속기 중에서도 가장 전망이 밝은 품목이 하모닉감속기라 불리는 소형 정밀 감속기다.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를 주목해야 하는 것도 이 회사들이 하모닉감속기 국산화에 성공한 곳들이기 때문이다.

하모닉감속기라는 명칭은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을 만든 일본 기업에서 따와다.

회사 이름이 일반명사로 통용될 만큼 하모닉감속기 시장에서 절대적 위치라 할 수 있다.

하모닉감속기 특허는 2013년 만료돼 다른 회사에서도 만들어서 팔 수 있게 됐다. 그럼에도 부품의 성능이 생명인 로봇 산업에서는 신뢰도 높은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 제품의 지배력은 여전히 강고하다.

일본은 부품 강국인데 로봇 부품에서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된다. 감속기도 예외는 아닌 셈이다.

하모닉감속기는 가볍고 부피도 작아 소형 로봇에 적합하다. 산업용 로봇에서는 로봇이 소형화되는 추세를 보인다. 아무래도 로봇 크기가 크면 제조시설의 공간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로봇이 작아지면 당연히 소형인 하모닉감속기의 채택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게다가 산업용 로봇보다 작은 협동로봇 시장의 상승세도 하모닉감속기의 수요를 늘리는 요인이다.

하모닉감속기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1위 기업인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의 생산능력이 이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결국 로봇 제조사들도 하모닉드라이브시스템을 대체할 다른 기업들을 찾을 필요가 있고 그런 점에서 성능은 따라주는데 가격은 더 낮은 한국 기업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 등의 제품도 선택지가 될 수 있다.

그러면 에스피지와 에스비비테크 가운데 어디가 더 좋은 회사일까? 두 회사는 각기 나름의 장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에스피지는 1991년에 설립된 곳으로 원래 로봇 부품 기업이라기보다는 모터와 감속기를 취급하는 기계부품사에 더 가깝다. 그런데 감속기를 통해 로봇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대할 기회를 얻었고 이제 로봇 부품기업으로 점차 변신해 나가고 있다.

에스피지의 장점은 기존 모터 사업이 탄탄하다는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안정적으로 로봇 부품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게 무시할 수 없는 이점이다. 본업에서 착실히 돈을 벌고 있는데 로봇부품이란 신사업의 잠재력까지 더해졌다.

그리고 본업에서 쌓은 기술력이 신사업에서도 경쟁력이 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2019년 하모닉감속기를 양산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이런 강점들이 깔려 있다.

에스비비테크는 아직 실적이 뒷받침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재무상태도 썩 좋은 편은 아니다.

다만 기술력은 인정받고 있다. 하모닉드라이브 개발 시점이 2013년으로 국내에서 최초인 것으로 파악된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기술특례로 최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기도 했다.

에스비비테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알파치형’이라는 독자적 치형(기어 이의 윤곽) 설계 기술로 로봇용 감속기를 설계하고 있고 이는 국내에서는 유일하다고 한다.

로봇용 감속기 시장이 지배적 위치의 막강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만큼 에스피지든 에스비비테크든 납품 이력을 축적하며 시장의 신뢰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이 로봇 강국이 되려면 로봇 생태계가 활성화돼야 한다. 로봇 부품의 국산화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윤석열 정부가 세계 3대 로봇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로봇 생태계활성화를 위해 로봇 부품 수요기업과 공급기업을 조율해 주고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정부의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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