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20일 한국은행 기자실에서 열린 2022년 하반기 물가설명회에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내년 국내 기준금리 수준이 당초 최종금리로 기대된 연 3.5%에서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내년에도 통화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서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 격차가 더욱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20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다수의 금융통화위원이 이번 금리인상기 최종금리 수준으로 3.5%를 생각한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과 소통을 위한 것이었지 정책 약속은 아니었다”며 “경제상황이 바뀌면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서 내년에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5% 내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이 총재도 당분간 통화긴축 기조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이날 발표한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보고서’에서 “소비자물가는 당분간 5% 내외의 상승률을 이어가겠지만 석유류 가격 오름폭이 축소되고 국내외 경기하방압력도 커지면서 오름세가 점차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 목표인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다”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연준보다 먼저 금리인하를 시작할 가능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1월에 보다 자세히 논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물가 상승세가 중장기 목표 수준으로 수렴한다는 보다 확실한 근거가 있을 때 인하 논의를 하는 것이지 그 전에는 시기상조라는 것이 11월 금융통화위원 대부분의 의견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결정이 연준의 결정으로부터 독립적이지 않다는 의미는 연준 금리 결정을 기계적으로 따라간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 구조상 미국 금리 결정이 외환시장 등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다는 뜻이다”고 덧붙였다.
내년 상반기가 경기침체로 가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이 총재는 “미국에서 장단기금리 역전을 경기침체를 예상하는 중요한 지표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학계 논쟁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다만 11월 기준 내년 성장률 전망을 1.7%로 하고 있고 특히 상반기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어 경기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는 경계선에 있다고 예측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국내 경제의 위험요인인 가계부채 등을 줄여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는 상당한 중장기적 위험이고 구조적 문제다”면서도 “금리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주택금융의 구조적 형태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가계 전체적 고정금리·변동금리, 선분양·후분양 등 많은 것이 관련돼 있어 단기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것이 아닌 중장기로 살펴야 할 문제다”고 설명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