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각에서는 정 회장이 이 부사장을 발탁한 것을 두고 지배구조 개편의 본격 추진을 염두에 둔 인사로 본다. 현대글로비스는 정 회장 지분이 높은 만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회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 현대글로비스 대표에 내정된 이규복 부사장(사진)은 현대차 재무 전문가로 손꼽힌다.
현대차그룹은 30일 이규복 현대차 프로세스혁신사업부 전무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켜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로 내정하는 계열사 대표이사 및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열쇠라는 점에서 현대글로비스의 수장 교체를 놓고 재계에서는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해석이 곧장 나왔다.
현대글로비스는 올해 9월 말 기준 정 회장이 지분 20%를 쥐고 있는 계열사로 추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정 회장이 주요 계열사 지배력을 높이기 위한 자금줄로 여겨진다.
현대차그룹은 아직까지 국내 10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포함해 현대차그룹에는 4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언젠가는 기아에서 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고리를 끊는 방식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할 것으로 바라본다. 이렇게 되면 현대모비스가 지배구조의 최상위에 놓인다.
하지만 현대모비스에 대한 정 회장의 지배력은 올해 9월 말 기준 0.32%에 그쳐 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주요 계열사 지배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기아가 쥐고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17.37%를 정 회장이 장외매매 또는 지분 스왑 등의 방식을 넘겨 받아야 한다.
이런 점에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은 지배구조 재편에서 최우선 과제이다.
정 회장은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가 높아진다면 소유 지분을 매각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는 밑천으로 삼을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현물 출자하는 옵션도 가능하다.
재계에서는 이규복 대표이사 내정자가 이 작업의 적임자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표이사 내정자는 현대차의 유럽지역 판매법인장 및 미주지역 생산법인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거치면서 재무와 해외판매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전략기획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현대차에서 수익성 중심 해외권역 책임경영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고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의 지속가능한 미래성장을 위한 프로세스 전반의 혁신을 담당했다.
현대글로비스가 최근 해외 중심으로 해운사업 수주 및 중고차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의 경험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더구나 내년부터 현대차와 기아가 국내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는데 현대글로비스와 연계해 사업 규모 확장도 꾀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 대표는 그룹 전반 및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탁월한 글로벌 역량을 바탕으로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뿐 아니라 미래 신사업 전략 실행 가속화를 통해 현대글로비스가 글로벌 스마트 물류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게 이끌 것을 본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