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전기차 모델을 공개하며 곧 출시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기아 EV9 콘셉트. <기아> |
[비즈니스포스트] 전기차 시장 패권에 큰 영향을 미칠 대회전이 준비되고 있다. 플래그십 전기차 SUV 전쟁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조만간 내놓을 플래그십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모델에 그동안 축적한 전기차 기술력을 모두 담아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과 2024년 나올 기아 EV9과 현대차 아이오닉7의 플래그십 SUV는 기술적 완성도가 본격화하는 전기차 시대의 현대차그룹 브랜드 파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볼보는 내년 미국 찰스턴 공장에서 EX90을 생산해 플래그십 SUV 전기차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90은 볼보의 플래그십 전기차 SUV다.
볼보는 전날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플래그십 EX90을 공개했다. 가격은 8만 달러(약 1억 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EX90은 111kWh(킬로와트시)급 배터리와 2개의 영구자석 전기모터를 탑재하고 트윈모터 4륜구동 방식으로 움직인다. 최고출력 380kW(517마력), 최대토크 910Nm(뉴턴미터)의 성능을 낸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4.9초다.
1회 충전으로 WLTP 기준 600km를 갈 수 있고 10%에서 80%까지 30분 안에 충전할 수 있다.
특히 볼보 브랜드 최초로 현대차그룹의 V2L과 같은 양방향 충전 기능을 탑재해 남는 전력을 전자제품이나 다른 볼보 전기차를 충전하는데 쓸 수 있도록 했다.
실내에는 특수 센서와 카메라를 장착하고 운전자의 시선 집중도를 측정해 졸음운전을 하면 단계별 주의를 준다. 반응이 없으면 도로 옆에 스스로 정차한 뒤 비상등을 켠다.
짐 로완 볼보 CEO는 "볼보 EX90은 우리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며 "볼보 브랜드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의 표준 안전 기술을 제시하는 모델"이라고 말했다.
이달 9일 아우디는 기존 전기SUV e-트론의 주행거리와 충전 성능을 개선한 부분변경 모델 Q8 e-트론을 공개했다. 아우디는 "새 모델을 Q8이라고 이름 지으며 Q8 e-트론이 아우디 최고의 전기 SUV 모델임을 명백히했다"고 강조했다.
기본 모델인 Q8 50 e-트론은 2개의 모터로 최대출력 250kW(333마력), 최대토크 664Nm의 힘을 낸다. 제로백은 6초다. 배터리 용량은 89kWh로 기존 69kWh에서 30%가량 늘렸다. 이에 1회 충전 주행거리는 WLTP 기준 347km에서 491km로 크게 개선됐다.
상위트림인 Q8 55 e-트론의 최대출력은 300kW(400마력), 최대토크는 664Nm다. 제로백은 5.6초다. 배터리 용량은 기존 86kWh에서 106kWh로 커져 주행거리는 600km에 이른다. Q8 55 e-트론은 31분 동안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Q8 e-트론은 내년 2월 말 독일 등 유럽 주요시장에 이어 4월 말에는 미국에 출시된다. 독일 기준 가격은 7만4400유로(약 1억 원)다.
지난달 스웨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도 브랜드 첫 SUV이자 플래그십 모델인 폴스타3를 공개했다.
폴스타 3는 듀얼모터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최대출력 360kW(489마력), 최대토크 840Nm의 성능을 발휘한다. 퍼포먼스 팩 옵션을 선택하면 380kW(517마력), 910Nm로 향상된다. 제로백은 각각 5초, 4.7초다.
111kWh 배터리 팩을 탑재해 1회 충전으로 WLTP 기준 최대 610km를 갈 수 있다.
국내 판매 모델에서는 TMAP과 공동 개발한 전기차 전용 내비게이션 및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폴스타3는 중국 청두의 볼보자동차 공장에서 생산된다. 첫 고객 인도는 2023년 4분기로 예상되며 판매가격은 8만9900유로(약 1억2천만 원)이다.
이들에 앞서 메르세데스-벤츠는 플래그십 전기 SUV '더 뉴 EQS SUV'를 올해 4월 공개한 뒤 8월부터 유럽에서 출시했다. 한국에는 내년 상반기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EQS SUV는 EQS 450+, EQS 450 4매틱, EQS 580 4매틱 등 3개의 트림으로 출시됐다.
모든 트림에서 108kw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WLTP 기준 1회 충전으로 6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또 트림별로 최고출력 265~400kW(353~533마력), 최대토크 568~858Nm의 강력한 성능을 낸다. 제로백은 6.7초~4.6초다.
독일기준 트림별 가격은 450+는 11만658유로(약 1억4950만 원), 450 4매틱은 11만4446(약 1억5470만 원), 580 4매틱은 13만5291유로(약 1억8290만 원)이다.
기아 플래그십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EV9도 내년 4월 출시를 위한 최종 기술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세부적 차량스펙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으나 올 3월 열린 CEO인베스터 데이에서 EV9은 제로백 5초 대에 1회 충전으로 540km를 갈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기아는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EV9의 판매가격이 5만 달러 후반~7만 달러(약 7900만 원~9200만 원) 수준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대차는 7월 2022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콘셉트카 '세븐'을 공개하고 대형 전기SUV 아이오닉7을 2024년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다.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플래그십 SUV는 모두 지금까지 보기 힘들었던 100Kw급 이상의 무거운 고용량 배터리를 달고 600km에 이르는 주행거리를 자랑하면서도 우수한 가속성능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기존 내연기관 중심이었던 완성차업체들이 중형 이하 전기차 초기 모델을 벗어나 큰 차체를 가진 플래그십 모델에서 벌이는 경쟁은 전기차 브랜드로서의 이미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플래그십 SUV 모델들이 거대한 배터리 용량을 갖춘 만큼 일단 현대차그룹이 전용전기차 플랫폼인 E-GMP를 통해 선제적으로 갖춘 800V(볼트) 충전 시스템은 플래그십 SUV 전기차 경쟁에서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곧 출시되는 프리미엄 전기SUV 모델들은 모두 1억 원을 넘어서는 가격대에도 400V 충전 시스템에 머물러 충전속도가 기아 EV9, 현대차 아이오닉7와 비교해 뒤처질 것으로 예상된다.
800V 충전 시스템은 400V 충전 시스템과 비교해 충전 속도가 2배가량 빠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의 특징 중 하나는 800V 고전압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덕분에 약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초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벤츠의 더 뉴 EQS SUV는 배터리 용량 10%부터 80%까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약 31분이다. 아우디의 Q8 e-트론 등 다른 완성차 업체의 플래그십 SUV 전기차도 이와 비슷한 수준으로 파악된다.
아우토빌트 등 세계적 주요 자동차 매체들은 주요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비교하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충전 기술을 극찬하고 있다. 플래그십 SUV 전기차 경쟁에서도 빠른 충전속도는 현대차그룹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많다. 허원석 기자
▲ 현대차 아이오닉7 콘셉트카 '세븐'. <비즈니스포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