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자회사인 대우건설의 신임 사장 선임을 놓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대우건설 사장을 섣불리 선임했다가 자회사 관리능력에 대한 비판이 확대될 가능성에 부딤을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조기매각을 결정한 만큼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인물을 찾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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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 |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 사장후보추천위원회가 사장후보의 재공모를 결정한 데 실질적인 사장 선임권을 쥔 산업은행의 의중이 크게 반영됐다.
사장후보추천위는 6월24일~7월1일 내부와 외부 인사를 대상으로 사장 지원자를 다시 받는다. 기존 후보인 박영식 현 사장과 이훈복 전략기획본부장 전무도 다시 지원할 수 있다.
산업은행은 부행장과 부장 등 2명을 사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으로 두고 있다. 대우건설 사외이사 3명이 나머지 자리를 차지한다.
산업은행은 기존 후보인 박영식 대우건설 사장을 둘러싼 분식회계 논란 등을 의식해 사장 재공모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300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혐의로 2015년 9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과징금 제재를 받은 뒤 행정소송을 벌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최근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분식회계에 관련해 관리책임론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우건설 사장 선임을 놓고도 이런 부담이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대우건설 등 비금융자회사를 2018년까지 매각할 방침을 밝혔는데 이도 대우건설 사장의 인선의 지연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업은행의 계획대로라면 대우건설 차기 사장은 주가를 부양하는 한편 매각절차를 마무리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대우건설 주가는 현재 주당 6천 원대인데 이는 산업은행에서 2010년 사모펀드를 만들어 대우건설을 계열사로 편입했을 때인 주당 1만5천 원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우건설을 팔 때까지 이 주가를 회복하지 못하면 산업은행에서 대규모 손해를 보게 된다.
이동걸 회장으로서는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현재의 사장후보 가운데 적임자가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우건설이 안고있는 과제가 워낙 막중한 만큼 적임자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은 외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 관계자는 “사장 인선이 늦어지면서 회사 내부에서 ‘정피아’나 ‘관피아’가 다음 사장으로 올 수 있다는 소문이 확산됐다”며 “능력이 있다면 외부인사가 사장으로 와도 괜찮지만 남은 시간이 촉박해 노조에서 후보 검증을 제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