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일찌감치 투자 대상으로 점찍은 중국 BYD(비야디)의 가파른 기업가치 상승으로 막대한 투자 성과를 거두고 있다.
BYD는 전 세계 전기차시장에서 1위, 배터리시장에서 2위 기업으로 굳건한 선두권에 자리잡으면서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쟁사들을 위협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투자대상으로 점찍은 중국 BYD 기업가치가 상승하고 있다. BYD의 전기차 주력모델 '한'. |
경제전문지 포천은 6일 “BYD는 중국 친환경차시장을 지배하면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올해 눈에 띄는 수준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자동차산업협회 집계에 따르면 1~7월 중국 친환경차시장에서 BYD의 판매량 점유율은 29%로 압도적 선두를 기록했다. 미국 GM과 중국 자동차기업 합작법인은 9%, 테슬라는 7%에 그쳤다.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에서도 BYD는 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통계 기준으로 2분기에 테슬라를 넘고 1위를 차지했다. 판매량이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약 266% 증가했다.
BYD가 7월 세계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중국 CATL에 이어 출하량 2위를 차지했다는 SNE리서치 집계도 나왔다. 기존 2위였던 LG에너지솔루션을 밀어내고 상위권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포천은 BYD의 올해 매출과 친환경차 판매량이 모두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뛰어난 성장세가 워런 버핏에게 훌륭한 투자 성과를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는 2008년부터 BYD 주식 2억3천만 달러 규모를 매수했고 약 20%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로 자리잡고 있다.
8월 말 버크셔해서웨이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BYD 지분 약 0.12%를 매도했는데 이를 통해서만 4700만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9월 초에도 추가로 약 0.05%의 지분을 매각했다.
포천은 버크셔해서웨이가 2008년 매수한 비야디 주식을 통해 70억 달러(약 9조6천억 원)에 이르는 평가차익을 거두고 있다고 추정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BYD 주식을 모두 처분한다면 이는 워런 버핏이 기록했던 수많은 성공적 투자 사례 가운데 하나로 이름을 남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다이와증권은 블룸버그를 통해 “버크셔해서웨이가 이른 시일에 BYD 지분을 전량 매도할 가능성이 유력하다”며 “당분간 주가가 상승에 한계를 맞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워런 버핏은 글로벌 전기차시장이 개막하기 한참 전인 2008년에 BYD의 성장 가능성을 바라보고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자금 규모를 고려할 때 무리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이는 성장주보다 배당주에 주로 투자하는 ‘가치투자’를 강조하는 워런 버핏의 철학과 상반된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BYD가 결국 투자를 받은 뒤 약 14년에 걸쳐 기업가치를 크게 높이면서 훌륭한 투자 성과를 안겨준 만큼 결과적으로 워런 버핏의 ‘선견지명’을 다시금 증명하는 계기가 됐다.
테슬라와 CATL이 각각 지배하고 있던 글로벌 전기차와 배터리시장에서 BYD가 ‘다크호스’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일은 증권사와 조사기관 전문가들도 예상하기 쉽지 않았던 성과로 꼽힌다.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전 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망 차질이 심각해진 상황에서 BYD가 완성차와 배터리를 모두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춘 점이 차별화된 성장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BYD는 중국 친환경차시장 개막 초반부터 하이브리드차와 전기차에 집중하면서 경쟁력을 키웠고 중국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글로벌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역시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높인 결과 최근 경쟁사인 테슬라에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성장 동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BYD는 테슬라와 GM 등 전기차기업은 물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 3사도 모두 강력하게 경계해야만 하는 경쟁상대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홍콩증시에서 BYD 주가는 2021년 연간 31%, 2020년에는 423%에 이르는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런 성장 기대감이 BYD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져 왔던 만큼 워런 버핏이 BYD 성장에 ‘베팅’한 결실을 거두게 된 셈이다.
블룸버그는 BYD의 성장 전망이 아직 밝지만 워런 버핏이 중국시장 전반과 관련한 불확실성을 고려해 버크셔해서웨이에서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모두 처분하려 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BYD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 친환경차 지원 정책에 힘입어 전기차와 배터리 출하량, 순이익을 모두 크게 늘리며 최소한 올해 연말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BYD는 가장 주목할 만한 자동차기업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며 “이미 주문이 많이 밀려있는 것으로 파악돼 생산 능력 확대에 따른 성장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