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2-08-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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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껌의 인기가 시들고 젤리를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국민간식' 타이틀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오리온 롯데제과 등 국내 제과업체들은 젤리시장 공략을 위해 통합 브랜드 출시, 제품군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국민 간식' 타이틀의 주인공이 바뀌고 있다.
한때 남녀노소 즐겨 씹던 껌이 외면을 받고 대신 '씹고 삼키는' 젤리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제과업계에서는 시장의 성장에 주목하고 젤리 제품 통합 브랜드를 내놓고 이색 콜라보 상품을 출시하는 등 젤리의 주요 소비계층인 '펀슈머(소비과정에서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를 공략하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서는 제과기업들이 높은 이익률을 거둘 수 있는 상품인 껌의 판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매출 하락세를 막기에는 역부족라는 시선이 나온다.
미국에서 처음 탄생한 껌이 세계로 퍼져나간 것은 1·2차 세계대전 때로 알려졌다. 껌을 씹으면 긴장감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고 침이 마르지 않아 목마름이 덜하며 공복감도 덜어주기 때문에 야전전투식량으로 안성맞춤이다.
이런 껌이 국내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50년대 미군을 통해서다. 이후 해태제과가 1956년 첫 국산 껌인 ‘해태풍선껌’ 등 3종을 생산하면서 초창기 국내 껌 시장을 장악했다. 1960년대에는 정부의 외래품 판매 금지 정책의 수혜를 보기도 했다.
당시 국민들의 소득수준이 낮았던 시대에 껌은 '국민간식'으로 자리매김해 제과기업의 성장기반을 닦은 효자상품이었다.
껌 시장의 경쟁이 본격화 된 것은 롯데제과가 등장한 1967년부터다.
롯데제과는 당시 일본롯데를 통해 검증된 껌 생산기술을 앞세워 국내 시장을 개척했다. 또한 외제차, 현금 등을 경품으로 지급하는 프로모션 행사까지 동원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해 나갔다.
이후 오리온이 과일맛 껌을 출시하며 껌 시장의 '3강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 껌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국민간식이라는 타이틀의 주인도 바귀고 있다. 롯데제과가 1972년 출시한 롯데껌 3총사 '쥬시후레시', '후레시민트', '스피아민트'. <롯데제과>
1980년대에는 국민소득이 늘면서 껌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감소했지만 제과업계는 2000년 '자일리톨 열풍'에 힘입어 제2의 전성기를 보냈다. 1995년 15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껌 시장 규모는 자일리톨 출시 3년 만에 5천억 원까지 성장했다.
단순히 맛을 즐기기 위한 목적보다 구취·충치 제거 등 기능성으로 명맥을 이어오던 껌이 시대 변화에 따라 다시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껌 시장이 반등할 것이란 기대도 있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껌 시장 규모는 2015년 3210억 원에서 2020년 2540억 원으로 줄었다.
제과업계에서는 껌 소비량 감소의 원인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소득의 증가로 껌보다 고급 간식거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트렌드 변화를 꼽기도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를 착용한 채 껌을 씹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이나 피젯스피너(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면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 보급이 막간을 이용해 심심풀이로 씹던 껌의 수요를 줄였다는 시선도 있다.
제과기업으로서는 껌의 부진이 다른 제품군의 부진보다 뼈아프게 다가온다.
껌은 원가부담이 적고 제조공정이 간단한 데다 부피까지 작다는 특성 때문에 이익률이 높아 제과업계의 효자상품이기 때문이다. 제과업계에서는 껌의 이익률이 15%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간식시장에서 껌의 빈자리를 빠르게 메우고 있는 상품은 젤리다.
젤리는 껌과 유사하게 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으면서도 씹다가 삼켜도 되니 단물 빠진 껌을 계속 물어야하는 지루함이나 뱉고 버려야하는 부담도 없다.
유통업계에서는 젤리가 다채로운 형태와 맛의 변형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젤리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찍을 만한 인증샷이나 유튜브, 틱톡 등 동영상 서비스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된 소리(ASMR) 콘텐츠의 소재로도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젤리의 인기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유통채널은 편의점이다.
GS리테일이 편의점 GS25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껌·젤리·캔디류 등 간식거리 카테고리 가운데 젤리의 매출 비중은 2019년 42.9%에서 2022년 49.5%으로 늘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껌의 매출 비중은 20.4%에서 13.1%로 줄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편의점의 '명당'으로 꼽히는 계산대 바로 아래 매대는 껌을 밀어내고 젤리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젤리 시장 규모는 2014년 680억 원대에서 2021년 3천억 원대로 성장했다. 현재 국내 젤리 시장은 오리온의 '마이구미'·'왕꿈틀이'·'젤리데이', 롯데제과의 '젤리셔스', 독일 식품업체 하리보의 젤리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 젤리는 씹는 즐거움을 주면서도 다채로운 형태와 맛의 변형을 통해 재미있는 연출이 가능한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젤리 시장에서 단일 브랜드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하리보의 젤리 '골드바렌'. <하리보>
국내 제과기업들은 젤리 제품의 통합 브랜드를 만들고 자사의 다른 유명 제품을 본뜬 젤리 상품을 출시하는 등 차별화를 무기로 젤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제과는 젤리 제품군의 통합 브랜드 '젤리셔스'를 론칭했다. 다양한 제품을 단일 브랜드로 통합하면 인지도 향상과 홍보효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제과는 젤리셔스를 통해 '몽쉘 젤리', '죠스바 아이스 톡톡 젤리' 등을 선보였다. 올해 5월에는 '헬시플레저(즐겁게 건강관리)' 트렌드를 반영해 저칼로리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후르츠 젤리'를 출시하기도 했다.
오리온은 마이구미, 왕꿈틀이, 젤리데이 등을 통합한 브랜드 '오리온젤리'를 출범시켰다. 또한 젤리 내부에 과일 알맹이의 식감을 구현한 '알맹이마이구미' 제품군 및 식감과 과즙 함량을 개선한 '더탱글마이구미'를 선보이는 등 대표 제품 마이구미의 라인업을 강화했다.
제과업계 한 관계자는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된 이후에도 젤리 시장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며 "재미있는 젤리제품은 시장성이 높아 제과기업들도 새로운 상품을 내놓기 위한 연구개발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