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오너3세인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는 과연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현대중공업이 수주절벽에 창사 이래 최악의 구조조정을 겪고 있다. 현대중공업 영업활동을 책임지고 있는 정기선 전무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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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
정기선 전무는 7일부터 9일까지 그리스 아테네에서 열리는 포시도니아 선박박람회에 참석해 수주영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포시도니아 선박박람회는 세계 3대 선박박람회 중 하나로 올해 50주년을 맞아 2만 명이 참가한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리고 있다. 최근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 CEO들 모두 박람회에 참석해 선주들을 만나고 있다.
정 전무는 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양영업본부 총괄부문장을 맡고 있다. 4월 호주 퍼스에서 열린 제18차 액화천연가스총회(LNG 18)에 참석한 데 이어 이번에도 가삼현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와 동행하며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정 전무는 어느 때보다 어깨가 무겁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5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 수주실적을 모두 합해도 10척에 그친다. 지난해 5월말까지 현대중공업만 22척, 그룹 전체가 52척을 수주했던 데 비하면 초라한 성적표다.
물론 수주부진은 전 세계 조선사들이 모두 겪고 있는 문제다. 올해 5월까지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의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현대중공업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주실적으로 올리고 있는 형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현대중공업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정기선 전무가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 만큼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
정 전무는 2014년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한 뒤 1년만인 지난해 말 최연소로 전무에 올랐다. 오너3세이기는 하지만 유례없는 초고속 승진이다.
정 전무의 부친인 정몽준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 1988년 물러난 뒤 오너경영 공백이 길었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정 전무는 승진을 앞두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이끌어내며 전면에 부각됐다. 세계 최대 원유회사인 아람코와 손을 잡으면서 정 전무의 영향력도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과 노사대립 등으로 정 전무는 경영일선에서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은 수주절벽으로 일감이 줄어들면서 사상 처음으로 생산직 희망퇴직을 받았다. 여기에 하이투자증권 매각 등 3조5천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해 창사 이래 가장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에 앞서 최대주주인 정몽준 전 회장의 사재출연 등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전 회장이 경영에서 손을 뗀 지 오래돼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라는 입장을 보인다.
현대중공업 노조의 비판은 정 전무에게로 옮겨가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3일 “정기선 전무는 재입사 3년 만에 초고속으로 승진해 그룹 기획실 부실장과 선박해양 영업을 총괄하는 직책을 맡고 있다”며 “그러나 회사가 그토록 어렵다고 아우성을 쳐도 수수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 전무는 그 어느 때보다 현대중공업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크게 안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기선 전무가 영업활동을 총괄하는 임원을 맡은 이상 수주부진에 부담감이 없을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로 차별화된 수주실적을 올릴 경우 경영승계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