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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중공업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삼성그룹과 산업은행은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그룹 차원 지원 방안을 담는 것을 두고 힘겨루기를 벌여왔다. 산업은행은 ‘대주주의 책임’을 내세웠고 삼성그룹은 ‘삼성중공업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결국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경영 승계 과도기에 있는 이 부회장이 중공업부문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 자구안에 산업은행이 원했던 유상증자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추진계획은 아니지만 유상증자 방안을 포함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로 여겨진다.
삼성중공업의 구조조정 문제는 삼성그룹에 있어서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과도기에 있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문제를 방기할 경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이 점을 고려할 때 삼성그룹이 결국 삼성중공업 지원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이미 삼성중공업은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삼성그룹 계열사가 채권은행에 자구안을 제출한 것은 삼성중공업이 처음이다. 삼성중공업은 2년 전 추진한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이 실패했고 그룹차원의 경영진단을 받은 후에도 조 단위 적자를 냈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교수는 “삼성중공업 상황이 나빠져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순간 이 부회장은 그룹 경영권 승계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며 “정상화가 안되면 결국 이 부회장이 직접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 봤다.
이 부회장은 올해 2월 삼성엔지니어링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유상증자에 참여의사를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전까지 삼성엔지니어링 지분이 없었으나 실권주 일반공모에 참여해 삼성엔지니어링을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의 자금 상황은 어려워지고 있다. 일각에서 나온 말처럼 채권은행에게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해야 할 정도는 아니지만 삼성중공업은 이달 말부터 만기 도래하는 단기차입금을 연장하기 위해 채권은행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추가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데다 수주 절벽에 대한 우려도 크다. 현재 유동성 문제가 없다 해도 조선업 불황이 길어질 경우 신규 자금 투입이 필요할 수 있다.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에 나설 경우에도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 의지를 나타내기 위해 직접 참여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 경우 유상증자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삼성전자 등 그룹 계열사들도 주주들로부터 어느정도 명분을 확보할 수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유상증자는 이 부회장 덕분에 크게 흥행해 주주 배정 물량이 거의 다 소화됐다. 이 때문에 오히려 이 부회장은 실권주를 확보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대신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전량(지분 1.54%)을 300억 원에 사들였다.
삼성엔지니어링처럼 이 부회장이 삼성중공업 자사주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2596만4429주(11.25%)의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다. 약 2600억 원 수준이다.
이 외에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3.38%), 삼성전기(2.39%) 등 계열사가 보유한 지분을 인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