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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 위한 계열사 재편 제동 걸리나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16-05-31 13: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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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 위한 계열사 재편 제동 걸리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삼성물산의 주식매수가격이 낮게 평가됐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삼성그룹이 계열사 재편 추진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증권가에서 삼성전자가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할돼 삼성물산 또는 삼성SDS와 합병될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이어지고 있다. 또 삼성전자나 삼성전기,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가 통합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유리하도록 이뤄졌다는 판결이 확정될 경우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한 삼성그룹의 계열사 재편작업은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

◆ 삼성그룹 계열사 재편 가능성 다시 주목

황준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31일 "삼성그룹이 지배구조를 강화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삼성전자의 기업가치 증대를 이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그룹이 삼성전자를 분할할 경우 투자부문을 삼성물산과 합병해 지주회사로서 삼성물산의 입지가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이 시가총액 180조 원을 넘는 삼성전자의 지분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만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사업부문을 분리하면 투자부문의 지분을 취득하기 쉬워진다.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이런 방법으로 확보하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전자를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 지분 17.08%, 삼성전자 지분 0.58%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분할되면 사업부문은 주로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 등 제품사업을 맡고 투자부문은 소프트웨어사업을 맡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삼성전자 투자부문이 삼성SDS와 합병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SDS가 사물인터넷과 모바일결제 등 삼성전자와 연계한 소프트웨어 관련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시너지를 추진할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SDS 지분을 9% 정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삼성전자 투자부문의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삼성SDS가 삼성물산과 합병해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을 끌어올리고 성장가능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주가가 장기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지주회사로 입지를 강화하려면 새로운 성장동력이 필요하다.

삼성SDS 주가는 이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참여 등을 목적으로 2% 정도의 지분을 매각한 뒤 급락했지만 아직 사업가치와 비교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만큼 삼성SDS가 삼성전자나 삼성물산에 합병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는 뜻이다.

이밖에도 전기차부품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전장부품과 전기차 배터리를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계열사를 합병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김영우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스마트카 등 신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삼성전기와 삼성SDI 등 전자계열사를 모두 삼성전자와 합병하는 것도 바람직한 전략"이라고 바라봤다.

◆ 이재용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방안 재검토하나

하지만 이번 법원 판결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재편작업이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서울고등법원 윤종구 부장판사는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이를 반대한 일성신약과 소액주주 등이 낸 주식매수가격 조정 소송 2심에서 원심을 뒤집고 삼성물산의 주식매수 가격을 주당 5만7234원에서 6만6602원이 적절하다고 31일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경영권 승계 위한 계열사 재편 제동 걸리나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물산은 지난해 7월 제일모직과 합병하며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너무 낮게 평가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 역시 법원에 조정신청을 냈지만 나중에 삼성그룹과 합의했다.

법원이 이번에 일성신약과 소액주주들의 편을 들어주면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다시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삼성물산의 가치를 낮게 형성해 삼성그룹 오너일가의 이익이 커지게 됐다"며 "오너일가를 위해 의도적으로 삼성물산의 실적부진을 이끌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삼성물산의 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렸을 가능성을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오너일가의 이익을 위해 기업가치 하락을 의도했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법원 결정에 대해 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2심 판결이 항고심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경우 삼성그룹은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계획대로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투자부문을 분할해 삼성물산과 합병을 추진할 경우 주주들의 반대로 삼성물산이 투자부문의 지분을 낮은 가격에 매입하기 어려워지면 지주사로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삼성SDS를 삼성전자 혹은 삼성물산과 합병할 경우에도 삼성그룹이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크게 확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보해 삼성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하는 재편 시나리오를 놓고 더 많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의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과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대가 예상만큼 쉽지 않게 됐다"며 "거액의 상속세를 부담하고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을 물려받아 경영권을 서두르지 않고 정당하게 승계하는 것이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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