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LG화학은 2021년 초만 해도 국내 증시 무대에서 대표적 주연이었다. 주가가 한때 100만 원을 넘어가며 이른바 '황제주'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 뒤 LG화학은 기업가치 측면에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배터리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LG화학은 증시의 주연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올해 초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뒤 LG화학 주가는 3월 한때 40만 원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1년 조금 넘는 사이 주가가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것이다.
배터리 사업을 떼내며 성장성에 의문이 제기된 데다 올해 주력 석유화학 사업의 업황까지 나빠질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LG화학에서 석유화학 사업은 전체 매출 중에서 절반, 영업이익 가운데 8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분야다.
하지만 LG화학이 전기차 배터리업계에서 '명품 조연'으로 다시 떠오를 가능성이 나온다.
LG화학은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사업경쟁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양극재는 배터리 원가에서 40~50%를 차지한다.
LG화학은 양극재 생산능력을 현재 8만 톤 수준에서 2026년 26만 톤, 2030년 40만 톤 이상까지 빠르게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러 국내외 기업과 합작법인을 세우기도 하고 북미 등 해외에 직접 투자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LG화학은 양극재 분야 세계 1위기업인 벨기에 유미코어 인수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미코어 인수가 성사한다면 양극재 생산능력을 더 가파르게 늘릴 수 있다.
이에 더해 LG화학은 분리막, 전해질 첨가제, 탄소나노튜브 등까지 사업을 넓혀 세계 1위 종합 배터리 소재 회사로 성장한다는 목표를 향해 고삐를 죄고 있다. 또 배터리 재활용을 비롯해 원재료까지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기 위해 힘쓰고 있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 인도네시아, 중국, 한국 등 5대 생산거점을 구축해 글로벌 배터리 시장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260조 원에서 3월 말 300조 원까지 늘렸다.
LG화학 역시 이에 발맞춰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발빠르게 글로벌 생산체계를 넓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의 심장인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의 심장인 핵심소재는 LG화학이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가는 셈이다.
이뿐 아니라 LG화학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 소재, 친환경 플라스틱 소재, 바이오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장동력을 키우고 있다.
주연 배우는 한번에 출연료를 많이 받지만 여러 작품에 한꺼번에 출연하지는 못한다. 이와 달리 명품 조연 배우는 가능성 있는 여러 작품에 등장해 출연료 총액에선 주연 배우에 뒤지지 않으면서 흥행 확률도 높일 수 있다.
LG화학의 사업구조도 이런 명품 조연 배우와 같은 길로 가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최강자를 노리는 LG에너지솔루션뿐 아니라 LG화학의 배터리소재업체로서 미래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LG화학은 영국 브랜드파이낸스의 2022년 글로벌 화학기업 브랜드가치 평가에서 3위로 지난해보다 1단계 올라섰다. 좋은 실적뿐 아니라 배터리 소재 등 신사업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LG화학의 배터리 소재사업은 출발선에서 이제 몇 걸음만 뗐을 뿐이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