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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편의점서 대출업무도 본다, 은행은 왜 편의점에 문을 열까

공준호 기자 junokong@businesspost.co.kr 2022-05-23 15:3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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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 고객이 화상기기를 통해 상담원과 대화하고 적금을 들거나 신용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은행이 아니라 동네 편의점에서 가능한 일입니다.

은행의 기존 점포들은 문을 닫는 곳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접근성이 뛰어난 편의점과 연계한 은행점포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문을 열고 있습니다.
 
[백브리핑] 편의점서 대출업무도 본다, 은행은 왜 편의점에 문을 열까
▲ 2022년 5월23일 문을 연 '편의점 특화점포' KB국민은행 분평동점. < KB국민은행 >

23일 문을 연 KB국민은행 분평동점은 일반적인 은행지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입니다. 은행원 대신 화상상담 전용창구와 고도화금융자동화기기(STM) 등 디지털 기기가 은행일을 처리합니다.

해당 지점을 방문한 고객은 화상상담을 통해 △입출금 통장개설△적금 및 예금 신규△인터넷 뱅킹 신규·해지△신용대출 등 대면수준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은행 측의 설명입니다.

STM은 △통장발행 △현금 및 수표 입출금 △체크카드 및 보안매체(보안카드, 카드형OTP) 발급 등 기능도 갖췄습니다.

은행들의 편의점을 통한 채널확장 시도는 최근들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2021년 10월 CU는 하나은행과 함께 금융특화 편의점 'CU마천파크점'을 열었습니다.

해당 지점에서 STM을 이용한 은행업무 처리 건수는 약 6개월 만에 총 1만 건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ATM만 설치돼 있을 때와 비교해 하루 이용 건수가 4배나 늘어났습니다.

CU마천파크점 하루 방문자 수는 금융서비스 도입 이전보다 약 3배 가까이 늘었고 해당 점포에서 하나카드를 사용한 결제 건수도 1년 전보다 15.4%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고객들의 반응이 좋자 CU와 하나은행은 10일 금융특화 편의점 2호점인 'CU비산자이점'을 열기도 했습니다.

신한은행도 GS25와 손잡고 2021년 10월 강원도 정선에 은행업무가 가능한 편의점을 열었고 DGB대구은행은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과 함께 2분기 안으로 대구에 1호 금융특화점포를 개점한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편의점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 축소에 따른 사각지대를 메워나가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내에서 은행 점포 311개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은행의 비용 가운데 점포유지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점포이용고객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지할 이유가 없는 것이지요.

이처럼 은행 점포수가 줄어드는 상황이다 보니 은행들은 대신 오프라인에서 고객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고객이 많이 방문하는 핵심점포들의 운영시간을 늘리며 이용편의성을 키우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9to6를 확대강화하면서 오후 6시까지 운영하는 점포를 늘리고 있고 신한은행은 더 나아가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 9to8 점포를 곧 운영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더해 외부 오프라인 채널을 새롭게 찾으려는 노력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비대면 온라인 및 모바일 거래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오프라인의 필요성도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왜 편의점일까요?

편의점과 제휴는 '점포 확대'와 '이용시간 확대'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한 수로 평가됩니다.

국내 편의점 유통망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준입니다. 2021년 말 기준으로 5만 개를 넘어섰죠. 어느동네든 골목마다 편의점 1~2개씩은 꼭 있으니까요.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3사의 점포 수는 4만2277개입니다. 2020년 3만9962개보다 2315개 늘어난 규모입니다. 매년 급속도로 줄고 있는 은행점포와는 정반대의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대부분의 편의점이 24시간입니다. 이용시간이나 공간의 제약 없이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이죠.

은행들이 기존 지점을 줄이며 오프라인 고객을 홀대한다는 비판에 편의점과 연계한 점포를 내놓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단순한 입출금 기능만 있는 자동입출금기(ATM)를 넘어 STM, 화상연결기기를 통해 대출까지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편의점에 도입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죠. 

아직은 일부 복잡한 업무는 어렵지만 결국 편의점 안에 기존 은행지점의 기능을 모두 그대로 옮겨놓겠다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로 보입니다.

실제 고객들의 이용도도 높습니다.

편의점 금융서비스에서 입출금 이외에 통장개설, 신용대출 등 고도화된 업무에는 아직까지 시간의 제약이 있습니다.

이날 문을 연 KB디지털뱅크 분평동점을 살펴보면 STM 운영시간이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공휴일 및 주말은 오후 6시)까지로 제한됐죠.

화상상담 전용창구는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됩니다.

24시간 무제한 영업이라는 편의점의 장점을 모두 살려내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죠.

미래에는 인공지능(AI)기술의 발전에 따라 이런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입니다. 은행들은 저마다 AI은행원 개발에 힘을 쏟고 있죠.

아직까지는 AI은행원이 번호표 발급기나 단순 안내 역할에 그친다는 평가가 많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이 현재 은행원의 역할을 대부분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모바일에 익숙하지 않아 오프라인 채널을 선호하는 어르신 등 금융소외계층이 STM, 화상연결기기 등에는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냐는 문제도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아직은 편의점과 연계한 은행점포가 막 걸음마를 떼는 단계인 만큼 앞으로 얼마만큼 발전하고 금융사각지대 해소에 기여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공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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