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 전기차에 사용되는 파나소닉 배터리 이미지.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테슬라가 앞으로 출시되는 전기차에 탑재할 차세대 ‘4680’ 규격 원통형 배터리 개발과 양산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며 파나소닉 등 협력사를 재촉하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과 중국 CATL, 한국 LG에너지솔루션 등 4680배터리를 개발 중인 국가별 대표 배터리업체들 사이 테슬라 공급물량 확보를 놓고 더욱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블룸버그 등 외국언론 보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미국 캔자스주 또는 오클라호마주에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주요 고객사인 테슬라에서 4680배터리 수요가 크게 늘어날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목표에 따른 것이다.
우메다 히로카즈 파나소닉 CFO(최고재무책임자)는 11일 콘퍼런스콜을 통해 “테슬라에서 4680배터리 개발 속도를 앞당겨 달라는 요구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공식화되지 않은 미국 내 신규 배터리공장 투자 계획을 우회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4680배터리는 기존에 테슬라 전기차에 탑재되던 2170 규격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와 효율성을 크게 높인 제품이다. 전기차 원가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가 갈수록 상승하는 전기차 배터리 가격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만큼 협력사에 신형 배터리 개발을 앞당겨야 한다는 압박을 점차 강화할 공산이 크다.
CATL과 LG에너지솔루션 등 테슬라의 다른 배터리 협력사도 4680 규격 배터리 개발을 진행 중인 만큼 테슬라에게 배터리 개발 및 생산에 속도를 내달라는 주문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기술 개발을 통한 테슬라 배터리 공급물량 확보를 두고 일본과 중국, 한국 대표 배터리업체들 사이 갈수록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CATL은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상반기 안에 4680배터리와 같은 규격의 ‘기린’ 배터리를 정식으로 선보일 것이라고 예고하며 에너지 밀도와 원가 측면에서 더욱 장점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CATL이 배터리 생산공장 부지를 물색하는 작업도 진행중인 만큼 이른 시일에 미국 내 기린 배터리 전용 생산공장 투자 계획이 발표될 공산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도 이미 자체 기술로 4680배터리 개발 계획을 공식화했는데 이를 미국 애리조나주에 건설중인 원통형 배터리 전용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파나소닉과 CATL, LG에너지솔루션이 4680 규격의 배터리 기술 개발뿐 아니라 생산능력 확보에도 속도전을 벌이면서 테슬라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에 기회를 노리고 있는 셈이다.
테슬라의 미국 내 배터리 수요는 올해 말로 예정된 텍사스주 기가팩토리 전기차공장 가동을 계기로 급증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4680 규격 배터리 수요를 선점하며 주요 협력사로 자리잡는 배터리업체가 장기간 수혜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파나소닉 CFO는 테슬라 이외 다른 전기차 고객사들에서도 4680배터리 공급을 앞당겨달라는 요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4680배터리 상용화가 미국에서 전기차 가격 하락과 대중화를 본격적으로 열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테슬라가 중장기적으로 출시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2만5천 달러(약 3210만 원)의 보급형 전기차 출시도 4680배터리 공급망이 안정화된 뒤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테슬라도 최근 콘퍼런스콜을 통해 “배터리 협력사들이 모두 4680 규격 배터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며 “이는 배터리 가격 하락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변화를 이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