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쌍용차 인수 경쟁이 4파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지만 KG그룹이 독주할 가능성이 나온다.
인수후보 가운데 자동차 사업계획 측면에서 특별한 강점을 보이는 곳이 없어 결국 자금력이 우세한 KG그룹이 우위에 설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2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다시 치러지는 쌍용차 인수전에서도 승패를 가를 핵심 요소는 여전히 자금력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인수대상자로 뽑힌 에디슨모터스가 잔금 2743억 원을 예치하지 못하면서 계약이 해지된 데다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도 6개월가량 밖에 남지 않았다.
쌍용차와 매각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으로서는 회생계획안 인가에 필수적인 채권단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미래 사업비전보다는 당장 자금력을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구나 5월4일까지 쌍용차 예비실사를 진행하는 인수후보 가운데 KG그룹, 쌍방울그룹, 파빌리온PE는 저마다 쌍용차 인수 명분과 사업 시너지를 내세우고 있지만 자동차사업을 직접 해본 경험은 없다.
그나마 이엘비앤티가 전기차와 배터리 사업을 하고 있으나 규모가 크지 않고 지난해 쌍용차 첫 매각에서도 자금 증빙을 하지 못해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등 신차 개발까지 고려하면 전동화 전환을 앞두고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들이 자동차사업을 본격적으로 해본 경험이 없다는 점에서 결국 자금력에서 승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KG그룹이 ‘1강’ 구도를 굳히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KG그룹은 현재 인수후보들 가운데 가장 자금력이 튼튼한 곳으로 꼽힌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증권 애플리케이션 '증권플러스'가 실시한 '쌍용차 인수 각축전 어디가 승리할까'라는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참여자 4339명 가운데 79.9%가 KG케미칼의 승리를 예상했다. 경쟁사인 쌍방울은 20.1%에 머물렀다.
KG그룹은 화학과 에너지, 미디어 및 금융 등 5개 상장사와 10여개의 비상장사를 갖고 있다.
KG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인 KG케미칼의 2021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636억 원으로 여기에 하반기 계열사인 KGETS 매각 대금 5천억 원이 납입되면 8천억 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채권단이 요구하는 변제율을 충분히 맞출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된다. 상거래 채권단이 요구하는 변제율 50%에 금융기관 중심의 회생담보권까지 포함하면 6천억 원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KG그룹이 인수예정자가 된다면 쌍용차 회생계획안 인가에 필요한 채권단 동의를 받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쌍방울그룹은 자금조달을 지원하기로 한 KB증권이 참여 계획을 철회하면서 KG그룹과 비교해 자금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물론 쌍방울그룹은 KB증권의 참여 없이도 자금력에 문제가 없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공개된 자산 규모에서는 KG그룹에 밀린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가운데 쌍용차 인수 주체로 거론된 광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1년 말 시점으로 보면 연결기준 733억 원에 그친다. 주요 계열사인 쌍방울(86억 원)과 비비안(79억 원), 아이오케이(307억 원) 등까지 따져봐도 1205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 인수 후보인 파빌리온PE는 사모펀드 특성상 자금회수(엑시트)에 대한 부담이 있는 데다 아직까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단계인 만큼 아직까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만 5월 말부터 시작하는 공개입찰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이번 쌍용차 매각은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치러진다. 제한경쟁입찰로 인수예정자를 먼저 선정한 뒤 공개입찰을 통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후보자를 골라 최종 인수예정자를 선정한다.
5월 중순까지 절차를 통해 KG그룹이 인수예정자로 먼저 선정되더라도 쌍용차가 해외업체 가운데서도 인수후보자를 찾고 있어 공개입찰에서 자금력이 더욱 단단한 인수후보가 나타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