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문 기자 question@businesspost.co.kr2022-04-1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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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중견 게임사 웹젠의 노조가 회사와 임금 협상 결렬을 이유로 파업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웹젠 노조가 파업에 들어갈 경우 게임업계의 첫 파업 사례가 되는데 김태영 웹젠 대표이사로서는 신작 출시 일정 지연 등에 따른 실적 부진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어 보인다.
▲ 김태영 웹젠 대표이사.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웹젠지회(웹젠 노조)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파업 일정 등을 발표한다.
노영호 웹젠지회 지회장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지난주까지는 회사의 반응을 기다리는 시간이었다"며 "18일부터 파업에 들어갈 수 있지만 여전히 교섭의 여지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 IT위원회 소속의 서승욱 카카오지회장, 배수찬 넥슨지회장 등도 참석한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스마일게이트, 한글과컴퓨터, 포스코ICT 등 화섬노조 IT위원회 소속 지회들이 웹젠지회의 파업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웹젠을 시작으로 다른 회사 노조들이 참여하는 동맹파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도 있다.
노조가 파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경우 웹젠은 게임 개발 일정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웹젠은 자체 개발 신작 게임 5종 이상을 준비 중인데 올해 하반기에 역할수행게임(RPG) 2~3종, 2023년 이후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2~3종을 론칭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이 가운데 일부는 P2E(플레이투언, 게임을 하며 돈을 버는 것)게임 시스템을 적용해 위믹스 플랫폼에 온보딩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웹젠은 2019년 매출 1760억 원, 영업이익 517억 원을 기록한 뒤 2020년에는 매출 2937억 원, 영업이익 1083억 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2021년에는 매출 2845억 원, 영업이익 1030억 원을 거둬 2020년보다 실적이 조금 후퇴하긴 했지만 여전히 나쁘지 않은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 그 여파로 신작 출시 일정이 미뤄지게 되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2년 연속 실적 하락세를 겪게 될 공산이 크다.
증권업계에서는 웹젠의 올해 실적을 다소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여기에 파업 여파가 더해진다면 영업이익 1천억 원 대가 무너질 가능성도 있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웹젠의 실적을 두고 "올해 3종의 신작이 출시한다고 해도 영업이익은 역성장 할 것이다"고 바라봤다.
웹젠 노조는 회사가 창사 이래 성장을 거듭했지만 성과는 구성원 모두에게 골고루 분배되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21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웹젠의 평균연봉은 7100만 원이다.
하지만 노조가 파악한 중위 연봉은 4739만 원으로 사업보고서상 평균연봉과 2천만 원 넘게 차이가 난다. 때문에 노조는 소수의 구성원들에게 성장의 과실이 집중됐다고 바라본다.
웹젠 노조는 회사가 제시한 10%의 인상폭을 적용할 경우 실제로는 470만~500만 원 정도의 연봉이 인상되는 데 그친다고 주장한다. 노조가 당초 제시한 1천만 원 일괄 인상은 물론 수정제시안과도 차이가 많다는 것이다.
노 지회장은 "웹젠은 2020년 2900억 원, 2021년 2800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도 1천억 원 이상을 거둬 유보금도 많은 부자회사다"며 "지난해 웹젠 직원들은 1년간 맡은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그 전년도에 필적하는 성과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협상장에 나서는 회사 측 인원들은 임금과 관련된 제안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전혀 없는 임직원으로 구성됐고 이들은 이미 대표이사의 도장이 찍힌 10% 상승안을 내미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며 "대표가 문제 해결을 위해서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조의 대화 요구에 응하지 않았던 김태영 대표가 파업과 사태 악화를 막기 위해 노조와 직접 대화에 나설지 주목된다.
웹젠 관계자는 "협상자리를 박차고 나간 것은 노조다"며 "언제든 대화의 여지는 있으며 대화를 통해 사태가 원만하게 해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웹젠 노조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 투표를 실시했다. 투표 결과 조합원 92.8%가 참여해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파업이 가결됐다.
웹젠 노조가 실제로 파업을 강행할 경우 게임업계 최초 파업이자 쟁의행위가 된다.
웹젠 노조와 회사는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2022년 임금교섭을 위한 상견례 자리를 가졌다.
올해 1월 열린 2차 본교섭에서 노조는 '연봉 일괄 1천만 원 인상과 팀장급 이하의 인센티브 총액 공개'라는 요구안을 회사 측에 전달했고 2월에 열린 3차 본교섭에서 사측은 '2022년도 임금은 평균 10% 인상으로 한다'는 한 줄 적힌 대표이사 명의의 문서를 제시했다.
이에 3월 노조 측이 '평균 16% 인상(평균 800만 원)+일시금 200만 원 지급'이라는 수정안을 내놨지만 사측은 '평균 10% 인상, B등급 200만 원 보장'을 제시해 협상은 결렬됐다.
이후 웹젠 노조는 3월 말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및 화상통화 프로그램 줌으로 온라인 집회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표출하기도 했다. 안정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