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 계열사 제주항공이 같은 그룹 계열사인 부동산 개발사업회사에 잇따라 자금을 대주고 있다. 특히 제주항공이 돈을 빌려준 회사는 채형석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소유한 곳으로 부도위기에 처한 상태라 논란이 일고 있다. 오너일가의 손실을 줄여주기 위해 계열사가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 채동석 애경그룹 유통, 부동산개발부문 부회장
제주항공은 애경그룹의 계열사로 이 회사와 지분관계가 없다.
애경PFV-1라는 회사는 애경이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이른바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다.
채형석 부회장 등 오너일가가 100% 지분을 보유한 애경유지공업이 이 회사 지분의 98.5%를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회사인 것이다. 채 부회장은 장영신 회장의 차남으로 유통과 부동산 개발 부문을 맡고 있다.
애경PFV-1은 2008년 1600억 원으로 대구 달서구 유천동의 부지를 사들여 부동산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시행을 맡은 AK그랑폴리스 아파트의 착공이 지연되면서 해마다 손실이 누적되고 있다. 2009년 223억, 2010년 490억, 2011년 332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352억 원의 손실을 낸 애경PFV-1은 누적적자로 자본이 모두 잠식됐다.
게다가 분양마저 잘 되지 않아 빌린 돈을 갚지 못하고 있다. 애경PFV-1의 총 분양예정가액은 4689억 원이었으나 누적 분양수익은 4634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여기에 판관비와 이자비용까지 더해져 작년 352억 원의 손실을 봤다. 누적손실은 1300억 원이 넘어 납입자본금(908억 원)을 웃돌고 있다. 완전자본잠식인 것이다. 이 때문에 애경PFV-1은 금융권과 계열사들에게 돈을 빌려 차입금 1417억 원을 겨우 갚았다.
애경PFV-1에 돈을 빌려 준 계열사는 제주항공이다. 제주항공은 애경그룹 계열사들 가운데 실적이 가장 좋다. 제주항공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총 350억 원을 애경PFV-1에 빌려줬다.
이에 대해 제주항공은 “여유자금이 있어 투자 차원에서 한 것이고 빚을 다시 돌려받는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애경그룹의 지주사이자 제주항공의 최대주주사인 AK홀딩스 관계자도 “제주항공은 여유자금이 많은 상태다. 이 자금으로 애경PFV-1에 빌려줘 연 6.9%의 이자수익을 얻게 된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재계에서 제주항공의 자금대여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애경PFV-1의 경영상황이 매우 좋지 않아 상환능력이 없는 데도 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애경PFV-1이 애경 오너의 회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지적에 대해 AK홀딩스는 차입금을 받지 못하면 모회사인 애경유지공업으로부터 받으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애경PFV-1의 대주주인 애경유지공업 역시 작년 기준 자본금이 58억 원밖에 안 된다.
AK플라자 5곳을 운영하는 유통기업인 애경유지공업은 게다가 경영사정이 좋지 않아 완전자본잠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따라서 제주항공이 빌려준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 애경PFV-1은 청산절차를 밟고 있다. AK홀딩스 관계자는 “유휴부지 문제와 상가 미분양 문제, 대구시와 소송 문제 등이 해결되는 대로 사업청산을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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