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2-03-02 16:4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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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현지시각 1일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취임 뒤 첫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텔이 미국 오하이오주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는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5배 늘릴 가능성이 나온다.
인텔의 이런 동향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TSMC의 투자 계획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현지시각 1일 워싱턴DC 연방 의사당에서 열린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오늘 밤 이 자리에 참석한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반도체 시설 투자를 200억 달러에서 1천억 달러로 늘릴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의 투자 확대는 의회의 반도체 지원법 통과에 달려있다”며 “외국 공급망에 의존하는 대신 미국에서 더 많은 차와 반도체를 만들자”고 강조했다.
인텔은 2022년 1월 200억 달러(약 23조8600억 원)을 들여 오하이오주에 새 반도체 공장단지와 연구개발센터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인텔의 오하이오주 공장단지 설립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사업 확대를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겔싱어 인텔 CEO는 타임과 인터뷰에서 “오하이오에 지구상 최대규모 반도체 공장단지를 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며 “최대 8개 반도체공장을 가동하며 부지를 2천 에이커 규모까지 확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겔싱어 CEO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의회에서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한다면 향후 10년 동안 1천억 달러를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 계획보다 투자 규모를 5배 늘린 것이다.
미국은 반도체 시설투자액의 40%를 세재혜택으로 돌려주는 반도체 지원법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상원은 반도체 지원법을 통과시켰고 현재 하원의 통과를 남겨두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인텔의 반도체공장 투자는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제조투자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며 “그들(인텔)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당신들(의회)이 이 법안을 통과시키는 일이며 법안을 내 책상으로 보내주면 바로 사인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반도체 지원법이 통과되면 삼성전자와 TSMC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앞서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를, TSMC는 아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따라서 만약 미국 반도체 지원법이 의회를 무사히 통과한다면 삼성전자와 TSMC는 인텔을 따라 투자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마크 리퍼트 전 주한 미국대사를 삼성전자의 북미지역 대외업무를 총괄하는 고위임원으로 영입했다. 이런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앞으로 미국 정부나 의회와 소통할 부분이 더 많아질 것이란 점을 예고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반도체산업 육성 전략이 미국기업 우선주의로 기울어질 공산도 배제할 수 없다.
겔싱어 CEO는 다큐멘터리 뉴스 ‘악시오스 온 HBO’에 출현해 “이름이 무엇이든지 간에 반도체 지원법은 미국을 중심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미국의 반도체 제조 비율은 1990년 37%에서 현재 12%로 급락했다.
해외 IT매체 씨넷은 “인텔의 투자 계획은 거대하지만 여전히 최근 몇 년 동안은 반도체 제조 경쟁에서 삼성전와 TSMC를 뒤쫓고 있는 양상”이라며 “2025년까지 반도체 기술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인텔의 계획은 제조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자체설계뿐만 아니라 맞춤형 반도체 등 몇 가지 주요한 과제에 달려 있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