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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 |
손동연 두산인프라코어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구조조정이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손 사장은 지난해 무리한 구조조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손 사장은 구조조정의 고삐를 놓지 않았고 올해 1분기 실적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밥캣 상장작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일이 남았다. 밥캣이 성공적으로 상장해야 두산인프라코어뿐 아니라 두산그룹 전체의 재무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
손 사장이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과 호흡을 잘 맞출지도 주목된다. 박 회장은 그동안 두산그룹 회장으로 손 사장의 지원자 노릇을 했지만 이제 한집 살림을 하게 됐다.
◆ 손동연, 1분기에 구조조정 성과 거둬
3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진행한 구조조정 효과를 봐 올해 1분기 실적반등에 성공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1분기에 매출 1조4336억 원, 영업이익 1112억 원을 내 직전 분기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실적개선은 구조조정 효과로 풀이된다. 중국 건설기계 시장 회복 등 대외적인 환경도 개선됐으나 자체적인 비용절감 노력이 실적개선을 이끈 원동력으로 꼽힌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 영업이익은 시장 기대를 19%나 상회했다”며 “구조조정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구조조정 효과로 1분기에 인건비 442억 원 등 786억 원의 비용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손동연 사장은 지난해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임원 30%를 감축하고 조직을 통폐합했다. 세 차례의 희망퇴직으로 1천 명이 넘는 직원을 내보냈다.
두산인프라코어 임직원 수는 지난해 5700명에서 4041명으로 30%가 감소했다. 이번에 매각한 공작기계사업부의 직원수가 1200명가량인 걸 고려하면 1년 만에 직원이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이 과정에서 20대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 대상이 되면서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기도 했다. 급기야 박용만 회장이 직접 나서 “2년차 아래 직원들은 희망퇴직을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박 회장의 지원으로 손 사장은 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고 실적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두산인프라코어가 경영정상화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의 경영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재무구조도 불안정하다고 전문가들은 바라본다.
성기종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사업 매각으로 사업규모가 축소되고 중국을 비롯한 세계 건설경기가 침체국면이라 영업현금 흐름은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라고 지적했다.
김홍균 동부증권 연구원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추가적인 차입금 축소를 위해 밥캣홀딩스를 성공적으로 기업공개해야 한다”며 “엔진부문과 중국 등 굴삭기사업도 개선세를 보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손 사장은 두산밥캣의 성공적 상장에 주력하고 있다.
손 사장은 최형희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과 함께 두산밥캣 사내이사에 올라 직접 상장작업을 이끌고 있다. 현재 상장주간사들의 실사가 진행 중이며 하반에 상장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손 사장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공작기계사업을 매각했는데 MBK파트너스와 매각거래가 끝나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공작기계사업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가격에 매각됐다. 당초 희망한 매각가격은 1조7천억~1조8천억 원이었으나 중도에 거래대상이 SCPE에서 MBK파트너스로 바뀌는 등 우여곡절 끝에 1조1300억 원에 매각됐다.
공작기계사업 매각이 차질을 빚어 수천억 원의 차입금 감소 계획이 어긋난 만큼 밥캣 상장은 더 중요해졌다. 밥캣 상장으로 가급적 많은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것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 상장으로 1조 원 안팎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두산밥캣이 1분기에 매출 9758억 원, 영업이익 857억 원의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어 상장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4분기 7.3%에서 8.8%로 회복했다.
다만 두산밥캣을 상장할 경우 지분율이 낮아져 지배주주순이익은 감소하게 된다. 여기에 두산인프라코어 캐시카우 역할을 하던 공작기계사업의 빈자리도 메워야 한다.
손 사장은 앞으로 엔진사업부를 키우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자체 개발한 환경친화엔진인 G2엔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G2엔진은 약 4만 대가 판매됐는데 올해 5만5천 대 판매가 예상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엔진부문에서 올해 매출 6089억 원, 영업이익 790억 원을 거둔다는 목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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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
◆ 박용만, '영입 1호' 손동연과 호흡은?
두산그룹은 오너경영인과 전문경영인이 함께 주력계열사의 경영을 맡는 경우가 많다.
박지원 부회장과 정지택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두산중공업이 대표적이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도 그룹회장을 맡기 전에 두산건설에서 이병화 사장과 함께 경영을 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그룹의 핵심계열사인데도 한동안 오너경영인-전문경영인 쌍두마차체제에서 벗어나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인 박용만 회장이 두산그룹 경영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업무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손 사장은 오너경영인이 없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회사를 꾸려왔다.
손 사장이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함께 경영하는 오너가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외부의 여론에 그만큼 민감할 필요가 없어 강력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제 손 사장은 박 회장과 동거를 하게 됐다. 손 사장이 그동안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전권을 행사해 왔지만 앞으로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3월 두산그룹 회장에서 물러난 뒤 두산인프라코어 사내이사로 복귀했다. 박 회장은 과거 몸담았던 두산인프라코어에 애착을 품고 경영정상화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탤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두산인프라코어는 박 회장이 큰 그림을 그리고 손 사장은 사업현안을 챙기는 방식의 역할분담이 예상된다. 특히 박 회장이 경영을 챙기게 될 경우 손 사장은 두산인프라코어의 주력사업이지만 실적이 부진한 건설기계사업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된다.
건설기계사업은 지난해 순매출 5조3753억 원을 내 두산인프라코어 전체매출의 74.5%를 차지했다. 하지만 영업손실 556억 원을 봐 두산인프라코어 실적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손 사장은 건설기계사업의 체질개선을 위해 지난해 영업조직과 운영조직으로 나눠져있던 사업을 헤비BG로 통합하고 직접 헤비BG장을 맡아 실적개선의 의지를 보였다.
손 사장을 두산그룹으로 영입한 사람이 바로 박용만 회장이기 때문에 앞으로 두 사람이 어떻게 호흡을 맞출지 주목된다.
박 회장은 2012년 4월 회장에 오른 뒤 가장 먼저 손 사장을 불러들였다. 손 사장은 GM 부사장에 오른 지 14일 만에 두산인프라코어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옮겼다.
박 회장이 당시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력을 강화하기 위해 손 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손 사장은 CTO 역할뿐 아니라 3년 만에 CEO에 올라 구조조정까지 끝냈다.
손 사장은 한국인 최초로 GM 본사 총괄임원까지 오른 인물이다.
손 사장은 서울대학교에서 기계공학 석사학위,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에서 기계공학 박사학위를 따고 1989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해 제품 통합과 파워트레인 개발 및 연구 등을 담당했다. 2010년 GM대우 기술연구소장 부사장을 역임하고 2012년 GM 본사 글로벌 소형차개발 총괄부사장에 올랐다.
손 사장은 2009년 글로벌 구조조정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GM의 구조조정을 겪었다. 당시 GM 본사는 정부가 발탁한 구조조정 전문가들의 손에 의해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났다. 손 사장이 두산인프라코어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한 것은 당시의 경험이 바탕이 된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