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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CATL 쩡위췬 (4) 비야디 왕촨푸와 맞대결

노녕 기자 nyeong0116@businesspost.co.kr 2022-01-2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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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에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는 말이 나온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위험할 일이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기업은 세계무대에서 다방면에 걸쳐 우리 기업과 경쟁하고 있다. 이들과 맞서기 위해서는 이들을 더욱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에게 익숙한 중국 기업이라도 이들을 이끄는 핵심 인물들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기업의 경쟁상대인 중국 기업을 이끄는 인물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경영전략과 철학을 지니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탐구해 본다. <편집자주>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CATL 쩡위췬→비야디 왕촨푸
[1] 승부사, 배터리제국 세우다
[2] 첫 창업 이후 귀향하다
[3] 고향 닝더를 배터리 도시로
[4] 비야디 왕촨푸와 맞대결

알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는 80년대생 IT기업가나 90년대생 젊은 창업가가 큰 주목을 모았다.

하지만 산업계 판도가 달라지고 전기차가 자동차업계 대세로 떠오르면서 60년대 출생의 중년 기업인이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인물로 서게 됐다.
 
[노녕의 중국기업인 탐구] CATL 쩡위췬 (4) 비야디 왕촨푸와 맞대결
▲ 쩡위췬 CATL 회장(왼쪽)과 왕촨푸 비야디 회장.

바로 쩡위췬과 비야디의 창업자 왕촨푸이다. 이들은 나란히 중국 대표 배터리 기업을 이끈다.

2021년 기준 중국시장으로 보면 CATL의 점유율은 1위, 비야디는 2위이다. 세계시장 점유율에서는 CATL이 30% 안팎으로 1위, 비야디는 8% 안팎으로 4위에 머물렀다.

두 사람의 외모는 정반대이나 이력은 닮은 꼴이다.

쩡위췬은 비교적 큰 눈에 훤칠한 이마와 하얀 피부를 지니고 있다. 반면 왕촨푸는 작은 눈에 안경을 쓰고 피부는 어둡다.

두 사람은 배터리 분야에서 전문 경영인이 아닌 기술자부터 시작해 자수성가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꾸준히 라이벌로 엮이고 있으며 실제로 두 사람 사이의 기싸움이 벌어지며 재밌는 일화도 많이 만들어냈다.

◆ 60년대생 라이벌 비야디 왕촨푸와 맞대결 중

한 기업의 성장이나 운영 성향을 보면 창업자의 신념도 알 수 있다. 

쩡위췬은 마작놀이를 매우 즐기며 특히 지기 싫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승부사 기질은 사업 운영방식에도 녹여 있다. 좋은 패를 가졌다고 확신이 들면 용감하게 베팅하고 나쁜 패는 과감하게 버리며 상황을 면밀히 살펴 다음에 둘 수도 생각한다.

쩡위췬은 5천 명이 넘는 대규모 연구원을 두고 있다. 대부분 자원을 배터리 개발에 쏟고 있다. 아주 간단하게 알 수 있다. 쩡위췬은 배터리에 올인해 최고가 되고자 한다.

오늘날 CATL은 이미 친환경차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비야디보다 시총은 37조5천억 원 이상 많은 데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의 최대 배터리 공급업체로 자리 잡았다.

쩡위췬의 “일본인이 리튬배터리를 개발하고 한국인이 기술력을 키웠다면 중국인은 이를 통해 세계 최고가 됐다. 만약 세계 최고가 아니라면 우리는 존재의 가치도 없다”는 말은 아주 유명하다.

쩡위췬과 달리 왕촨푸는 사업가 가운데서도 보수적 성향을 보인다. 최소한의 안전함이 보이지 않으면 뛰어들지 않고 모든 상황을 계산하고 또 살펴보는 주도면밀한 사람이다. 

왕촨푸의 성격은 비야디의 성장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비야디의 핵심 슬로건으로 “안전함이야말로 전기차의 핵심이다”고 꾸준히 강조한다. ‘안전함’이라는 단어는 왕촨푸가 가장 좋아하는 단어라는 말도 나온다. 

비야디는 2003년에 중국 최고의 휴대폰 배터리 제조업체로 성장해 샤오미, 화웨이 등 굴지의 휴대폰 제조업체와 파트너를 맺었다. 그 뒤에 친환경차 배터리 시장에 눈을 돌렸는데 친환경차 시장에서도 최대 제조업체 가운데 한 곳으로 성장했다. 

사실 쩡위췬은 왕촨푸보다 2살 어리고 또 왕촨푸보다 배터리 사업을 2년가량 늦게 시작했다. 그럼에도 왕촨푸보다 재산이 더 많고 사업을 더 크게 키울 수 있었던 것은 과감하게 도전하고 항상 최고의 수를 두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쩡위췬이 배터리 한 사업에 목숨을 걸었다면 왕촨푸는 사업의 안정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부품부터 배터리까지 완성차 제조를 위한 전체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향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일부 투자자들은 당장 내일 비야디와 함께하겠다는 협력사가 사라져도 당분간 비야디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농담도 한다. 심지어는 비야디는 소비자에게 자체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 마스크도 선물로 줄 수 있다고 얘기한다. 

◆ 성격과 가치관이 다른 두 경쟁자

쩡위췬과 왕촨푸는 크게 보면 비슷한 길을 걸었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결이 다르다. 성격과 가치관이 다른 것은 그들의 사업 운명도 바꿔 놓았다. 

왕촨푸가 애초에 자체 생산 배터리를 대외 판매하지 않고 자체 전기차모델에만 탑재하겠다고 선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비야디의 생산 원가는 낮출 수 있었지만 시장의 배터리 수요가 계속 늘어나면서 쩡위취과 같은 경쟁자들에겐 오히려 기회가 됐다.

2017년 왕촨푸는 상황의 심각성을 깨닫고 일부 부품을 대외에 판매할 것이라 본격 선언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왕촨푸가 리튬인산철(LPF)배터리만 고집한 점도 쩡위췬에겐 기회가 됐다.

리튬인산철배터리는 제조 원가가 낮고 원자재 수급도 안정적이며 안정성이 높다. 다만 에너지 밀도나 충전 효율 등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와 다르게 삼원계리튬 배터리는 에너지 밀도가 높고 개체가 작지만 제조비용이 많이 든다. 안정성도 뒤떨어지며 쉽게 발화한다. 

쩡위췬은 두 종류의 배터리를 모두 취급하면서 시장의 수요에 따라 공급을 늘리거나 줄였다. 왕촨푸는 2017년이 돼서야 비야디 모델에 삼원계리튬배터리를 탑재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왕촨푸가 새로운 기술개발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당연히 아니다. 2020년 왕촨푸는 그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블레이드 배터리를 공개했다. 블레이드 배터리도 리튬인산철배터리의 한 종류다. 비야디는 기존 배터리의 폭발 위험을 낮추고 칼날처럼 얇은 셀을 결합한 설계로 배터리 크기도 줄였다고 밝혔다.

비야디는 블레이드 배터리의 1회 충전 주행거리는 600킬로미터로 CATL의 리튬인산철배터리보다 훨씬 길다고 주장했다. 잔여 전기량이 30%일 때 80%까지 충전하는 시간도 3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비야디는 바늘로 배터리를 찌르는 파격적 안전실험으로 삼원계리튬 배터리의 쉽게 발화한다는 약점이 없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2020년 쩡위췬은 2019년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블레이드 배터리는 우리가 2016년 양산하기 시작한 셀투팩(CTP) 배터리 구조의 일부분으로 파악됐다"며 "우리는 이미 CTP 구조 가운데 가장 혁신적 구조 몇 개를 선택해 양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마치 “비야디의 신기술은 CATL이 버린 몇 개 기술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라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쩡위췬은 더 직설적인 화법으로 말하기도 했다. 그는 “배터리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과 배터리를 남용해 테스트하는 것은 다르다”며 “어떤 사람들은 테스트를 아무렇게나 해내면 배터리의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다는 듯이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비야디는 불쾌감을 감추지 않고 반격했다. 비야디의 한 임원진은 웨이보를 통해 “억울하면 똑같이 바늘로 배터리를 찔러봐도 좋다. 바늘로 찌르는 것은 테스트 가운데서도 난도가 가장 높기 때문에 이것만 통과하면 나머지 안전 테스트도 통과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고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며칠 뒤 쩡위췬은 정말로 CATL도 바늘로 찌르는 테스트를 허용했다. 한 플랫폼을 통해 CATL은 자체 삼원계리튬 배터리를 찌르는 테스트 영상을 공개했다. 배터리에는 아무런 이상반응이 없었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뒤에도 CATL와 비야디는 여러 차례 기싸움을 벌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쩡위췬은 세계 최초의 1세대 나트륨배터리를 공개했다. 기존의 삼원계리튬 배터리보다 더 안전할 뿐만 아니라 제조비용도 저렴했다.

일각에서는 현재 시장을 전기차 배터리 업계의 전국시대라고 표현한다.

누가 시대를 평정할지 알 수 없지만 쩡위췬은 승부사 기질로 자신의 배터리 제국을 더 키워갈 것이고 왕촨푸는 주도면밀하게 전기차 밸류체인 규모를 불려나가며 경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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