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출입은행이 조선과 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의 영향을 받아 재무구조가 흔들릴 위기에 처했다.
이덕훈 행장은 수출입은행의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는 데 전력을 쏟고 있지만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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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덕훈 한국수출입은행장. |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은 4월 말 기준으로 조선과 해운업종에 대해 12조9천억 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을 짊어지게 된다.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현대상선 등에 전체 12조8437억 원 규모의 대출과 보증을 내줬다. 이 기업들 가운데 한 곳이라도 향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법정관리를 받게 된다면 수출입은행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조선과 해운 등 취약업종 지원을 확대하면서 1조648억 원을 대손충당금으로 미리 쌓았다. 2014년보다 63.4%나 증가한 것이다.
이 때문에 수출입은행은 지난해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411억 원을 내 순이익이 2014년 853억 원에 비해 반토막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선과 해운업종의 대기업을 구조조정할 때 시중은행이 건전성 문제로 지원을 포기하는 가운데 국책은행이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됐다”며 “수출입은행이 KDB산업은행보다 더욱 심각한 건전성 위기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기준으로 자본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11%에 머물렀다. 시중은행의 평균 수준인 14.85%보다 훨씬 낮다. 금융감독원이 건전성 기준으로 제시한 10%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수출입은행은 지난해 기준으로 만기에서 3개월 이상 연체된 고정이하부실여신(NPL)이 4조374억 원으로 늘어났다. 2014년보다 2조 원(88%)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덕훈 행장은 올해 초 "정책금융기관은 경제적 충격을 크게 입는 곳의 구조조정을 담당한다”며 “태생적으로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고려하면 고정이하여신비율은 낮은 수준”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행장은 수출입은행의 부실채권을 빠르게 정리해 건전성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올해 1분기에 약 3700억 규모의 부실채권을 기업 인수합병, 대출채권 매각, 출자전환 등으로 정리했다. 올해 말까지 전체 5678억 원의 부실채권을 정리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수출입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보유한 전체 부실채권의 10% 이상을 올해 안에 정리하기로 했다”며 “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정부는 수출입은행의 자기자본을 확충하는 목적으로 산업은행을 통해 5천억 원 규모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지분을 추가 출자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출입은행이 정부의 추가 출자를 받게 되면 혈세 투입의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
수출입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체 5조1800억 원 규모의 현물출자를 받았다. 여기에는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에서 출자된 1조1300억 원도 포함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