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학 기자 jhyoon@businesspost.co.kr2021-12-10 15:5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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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 결과.
2013년 미국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본인이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예방적 유방 절제 수술을 받으며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유전자 검사 결과만 보고 예방적 수술을 받은 것도 화제였지만 1억 원이 넘는 검사 비용도 덩달아 입방아에 올랐다.
최근 유전자 검사 비용은 10~50만 원대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아직도 경험삼아 해보기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다.
마이데이터 전문기업 뱅크샐러드는 무료로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고 있다. 10월21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했는데 약 2만5천 명이 유전자 검사에 참여했다.
뱅크샐러드는 마이데이터 사업 초기 유전자 검사를 통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선보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뱅크샐러드 마이데이터 사업의 차별화 행보인 유전자 검사를 직접 체험해봤다.
◆ 침 한번 뱉어 65개 항목 유전자 검사, 이해하기 쉽게 알려줘
뱅크샐러드는 매일 선착순 500명에게 유전자 검사를 무료로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내 유전자를 제출하는 과정은 단순했다.
뱅크샐러드 앱에서 유전자 검사를 신청하고 2일이 지나자 신청할 때 접수한 장소인 집으로 유전자 검사 키트가 도착했다.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 키트에는 유전자 검사자의 타액을 담는 플라스틱병과 타액의 변질을 막아줄 타액 보존액, 타액을 병에 담을 때 사용하는 노즐, 반송용 배송봉투 등으로 구성됐다.
타액이 많은 양 필요한 것은 아니어서 3분 정도면 필요한 양을 모으는 데 충분했다.
유전자 검사 키트 설명서에는 침이 잘 모이지 않으면 턱 밑 침샘을 주먹쥔 손으로 마사지하라는 조언도 있었다.
타액을 담은 병에 타액 보존액을 섞고 흔들어 주면 검사를 의뢰할 준비는 끝난다. 이후 뱅크샐러드 앱에서 반송 신청을 누른 뒤 반송 봉투에 담아 다음날 방문하는 우체국 택배에 전달해 주면 된다.
유전자 검사 결과는 유전자 검사 키트를 반송하고 2주 뒤에 뱅크샐러드 앱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드라마 속 장면에서 보이던 숫자와 영어로 구성된 전문용어와 의미를 알 수 없는 퍼센트 수치는 없었다.
대신 유전자의 특징을 단순화해 보여줬다.
▲ 유전자 가상 이미지. pixabay
유전자 검사 결과 65개 검사 항목 중에 '철 저장 및 농도'와 '지방산 농도', '쓴 맛 민감도' 등이 톱3 능력으로 꼽혔는데 뱅크샐러드는 이를 '강철의 연금술사', '내 지방은 좋은 지방', '한약 원샷' 등으로 표현했다.
이에 더해 유전자 검사 결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해 제공하고 있어 궁금한 데이터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유전자 검사 분류 방식은 유전율, 상위%, 등급, 톱3, 영양소, 건강관리, 운동, 식습관, 피부모발, 개인특성 등이다.
각 분류 방식마다 유전적으로 유리한 항목을 순서대로 보여준다. 유전적으로 불리한 항목에는 외부요인을 통해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해준다.
유전자 검사 결과에 기반해 관리 방법을 제시해주니 예방의학 측면에서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됐다.
◆ 뱅크샐러드 유전자 검사로 마이데이터 사업 차별화
뱅크샐러드는 시범운영 중인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연내 공식서비스로 출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뱅크샐러드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건강 데이터로 차별화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개인이 각종 기업, 기관에 흩어져 있는 본인의 신용 정보를 특정 마이데이터 사업자에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동의한 뒤 이들 업체에서 자신에게 유용한 맞춤형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금융업계에서는 개인 맞춤형 금융상품을 추천, 관리할 수 있어 차세대 먹거리로 꼽힌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1월1일 마이데이터 사업 정식 시행을 앞두고 올해 12월1일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시범운영을 허용했다.
국민·농협·신한·우리·기업·하나 등 6개 은행과 키움증권·하나금융투자·NH투자증권 등 3개 금융투자회사, 국민·신한·하나·BC·현대 등 5개 카드사, 농협중앙회, 뱅크샐러드, 핀크 등이 시작부터 마이데이터 사업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대부분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기존 금융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다만 뱅크샐러드가 마이데이터 사업에 앞세우고 있는 것은 조금 다르다.
뱅크샐러드는 정부 주도의 마이데이터 사업이 추진되기 이전부터 마이데이터와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여왔다.
뱅크샐러드는 2017년 국내 최초로 데이터 기반 개인 자산관리 플랫폼으로 첫선을 보였다. 이후 은행, 카드, 보험, 증권 등 흩어져 있는 금융자산을 하나의 앱으로 모아 관리하고 맞춤 솔루션까지 제공하는 서비스로 발전시켰다.
뱅크샐러드는 기존 자산관리를 넘어 건강 분야까지 마이데이터 사업을 확장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그 첫 번째 행보가 유전자 검사를 활용해 개개인에게 새로운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이다.
당장 수익사업으로 이어지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통한 보험상품 추천 등이 대표적 적용 가능분야로 꼽힌다.
김태훈 뱅크샐러드 대표이사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선보이며 "유전자 검사는 탈모나 피부노화, 콜레스테롤, 비만과 같은 중요 건강 지표의 선천적 영향을 파악할 수 있어 효율적 건강 관리를 경험할 수 있다"며 "뱅크샐러드는 개인의 건강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맞춤형 정보 제공을 통해 건강 분야의 마이데이터 혁신을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