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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미세공정 핵심 EUV장비 확보에 매달려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1-11-2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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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미세공정기술에 핵심인 EUV(극자외선)장비 확보를 두고 대만 TSMC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를 상대로 쉽지 않은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EUV장비 공급은 한정적인데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투자가 활발해지고 메모리반도체에도 EUV공정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장비 확보가 반도체기업들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수도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반도체 미세공정 핵심 EUV장비 확보에 매달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김기남 삼성전자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28일 외국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네덜란드 반도체장비기업 ASML에서 독점하고 있는 EUV장비 공급부족 사태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MIT테크놀로지리뷰에 따르면 ASML의 EUV장비 연간 생산량은 50대 안팎인데 1대당 1억8천만 달러(약 2136억 원)의 높은 가격에도 세계 반도체기업에서 강력한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최근 EUV장비 최대 고객사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까지 장비 확보 경쟁에 가세하면서 공급부족 문제는 갈수록 심각한 상황에 놓이고 있다.

닛케이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ASML은 현재까지 고객사에 공급한 EUV장비 가운데 약 70%의 물량을 대만 TSMC에 배정한 것으로 추정된다.

TSMC가 세계 파운드리시장에서 절반이 넘는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애플 아이폰용 프로세서 등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규모로 투자하며 EUV장비 반입을 늘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직접 ASML 본사를 방문해 장비 공급을 논의할 정도로 적극적 태도를 보였지만 닛케이아시아는 삼성전자가 충분한 장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나 TSMC와 달리 EUV장비를 메모리반도체인 D램 생산에만 활용하는 SK하이닉스는 협상력과 자금력 등 측면에서 필요한 만큼의 장비를 확보하는 데 더욱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SML의 EUV장비 공급 증가폭은 2022년에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TSMC와 삼성전자 이외 반도체기업들은 EUV장비 도입에 걸림돌을 만날 수 있다”고 바라봤다.

EUV장비는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에서 7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활용되며 D램에는 14나노 이하 미세공정에 쓰여 반도체 성능과 전력효율, 생산성 등을 높이는 데 활용되는 핵심 장비다.

파운드리사업에서 고성능 스마트폰 프로세서 등을 수주하기 위해 충분한 EUV장비가 필요하며 메모리반도체에는 미세공정 비중 확대가 업황 악화를 방어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TSMC는 현재 미국과 일본, 대만에 모두 수십조 원 규모의 첨단 파운드리 생산공장 건설계획을 잇따라 발표했고 마이크론도 10년 동안 177조 원의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투자를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경쟁사들의 공격적 시설 투자와 EUV장비 확보 추진에 맞서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최근 한국을 방문한 ASML의 피터 베닝크 CEO를 만나 한국 반도체기업과 협업을 강화해 안정성 강화에 기여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을 정도다.

베닝크 CEO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계자들도 만나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계기로 ASML이 한국 반도체기업에 장비를 더 적극적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게 될 공산이 크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ASML의 안정적 EUV장비 고객사로 입지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장비 도입계획을 내놓고 이를 곧 실행으로 옮겨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ASML와 회동을 계기로 각각 미세공정 파운드리와 14나노 이하 미세공정 D램 생산라인 투자계획을 공격적으로 내놓고 이를 순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EUV장비 도입과 부지 확보, 생산라인 구축에 필요한 다른 투자 등을 고려한다면 상당한 금전적 부담이 있겠지만 한국 반도체산업의 중장기 경쟁력 강화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대규모 시설투자 계획을 확정한 TSMC나 마이크론에서 EUV장비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미세공정 비중 확대나 시설투자 진행을 늦출 가능성도 있어 한국 반도체기업에 반사이익이 된다.

다만 미국과 중국 사이 반도체 경쟁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장비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로이터 등 외국언론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네덜란드 정부에 적극적 로비를 통해 ASML이 중국에 EUV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고 현재까지도 비슷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SK하이닉스가 중국 D램 생산공장에 EUV장비 반입을 검토하자 미국정부에서 이런 계획을 반대하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EUV장비를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보고 있는 만큼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설립하는 기업에 장비 확보와 관련한 특혜를 제공하는 등 변수가 등장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에 대규모 파운드리 생산투자를 결정했지만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은 갖추지 않았고 SK하이닉스도 미국에는 EUV장비를 반입할 만한 생산공장을 확보하지 않고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안정적으로 EUV장비를 확보하려면 미국에 반도체 생산공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전략 변화에 나서야만 할 수도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반도체의 날’ 행사에서 EUV장비 도입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얘기인 만큼 앞으로 협조하면서 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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