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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오른쪽)이 4일 KDB대우증권 임직원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기에 앞서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에게 미래에셋금융그룹의 뱃지를 직접 달아주고 있다. |
박현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회장이 KDB대우증권 회장에 올라 미래에셋증권과 통합작업에 직접 나서기로 했지만 대우증권 노동조합의 반발에 직면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8일 직원들을 대상으로 ‘미래에셋 배지 패용 안하기’ 운동을 시작했다. 대우증권 직원들은 최근 대우증권 배지 대신 미래에셋금융그룹 배지를 달아야 한다는 지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우증권 노조는 “인수대금의 잔금을 치르기도 전에 인수되는 회사의 대표에게 미래에셋금융그룹 배지를 달아주는 상황 자체가 비상식적”이라며 “박현주 회장이 대우증권 직원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밀어붙이기식 행보를 보여주는 점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4일 대우증권 업무보고를 받기 전 홍성국 사장에게 미래에셋금융그룹 배지를 직접 달아줬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은 7일 KDB산업은행에 인수대금 잔금 2조820억 원을 완납해 인수절차를 끝냈다.
박 회장은 최근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통합절차를 직접 챙기기 위해 대우증권 회장을 맡기로 결정했다. 당시 그는 한 인터뷰에서 “대우증권 임직원들과 의사소통에 힘쓸 생각”이라며 “대우증권에 관련된 일에 당분간 무게중심을 두려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자용 대우증권 노조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통합절차에서 노사협의가 필요한데 박 회장이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하고 있어 대화채널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며 “11일까지 결과를 지켜본 뒤 상황에 따라 투쟁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 실무진이 대우증권 노조와 소액주주를 만나는 자리를 조만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노조는 미래에셋금융그룹과 노사협상을 하게 될 경우 고용안정, 처우 개선, 직원들의 자존심 회복 등을 중점적으로 논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우증권 노조는 노사협상에 대비해 올해 말로 예정됐던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 선거도 4월로 앞당기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 통합법인이 10월에 출범하는 점을 감안해 노사협상을 그전에 진행할 집행부를 미리 뽑겠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노조는 미래에셋증권의 ‘무노조 경영’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부심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노조 대신 회사 대표와 직원 대표 등으로 구성된 노사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미래에셋증권 직원들도 대우증권과 통합된 뒤 노조에 들어올 수 있는 만큼 가입을 유도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정책 가운데 더 좋은 부분을 직원들에게 상향 적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