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1-11-02 13: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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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항기 대우건설 관리담당 대표이사 사장이 새 주인 중흥그룹의 신임을 받아 부채비율을 중흥그룹에서 제시한 눈높이에 맞춰낼 수 있을까?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경영의 첫 번째 목표로 부채비율을 100% 수준으로 낮추는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 정항기 대우건설 관리담당 대표이사 사장.
2일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상세실사를 마치고 후속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10월19일 김보현 중흥그룹 부사장과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 위원장이 모여 3자회동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사장은 “대우건설 인수 이후 첫 번째 목표는 부채비율을 중흥그룹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고 말했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의 높은 부채비율이 시장상황이 어려워질 때는 부실로 이어지는 잠재적 위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신용평가업계에서 대우건설 인수과정에서 중흥그룹과 대우건설 모두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해 이런 우려를 씻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중흥그룹의 최근 재무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대우건설 지분 인수로 중흥그룹 현금 유동성 감소 및 재무안정성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대주주 변경에 따른 요인이 회사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면 대우건설 신용등급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대우건설이 단기간에 부채비율을 낮추기는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해 중흥그룹 관계자는 “당장 빠른 시간 안에 부채비율을 100%로 낮춰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단계를 밟아 건전한 재무구조를 갖추겠다는 뜻이다”고 말했다.
정항기 사장은 대우건설에 2019년 7월 영입된 뒤 최고재무책임자(CFO)로서 재무관리에 만전을 기해왔다. 이에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은 2019년 289.7%에서 2021년 3분기 기준 223%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아직은 다른 대형 건설사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 여기에 중흥그룹이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밝힌 만큼 정 사장이 솜씨를 발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건설사들의 2021년 3분기 기준 부채비율을 살펴보면 GS건설 205.6%, 삼성엔지니어링 197.8%, 현대건설 103.2%, DL이앤씨 87% 등이고 중흥그룹은 2020년 말 기준으로 105.1%를 보이고 있다. 대우건설의 부채비율이 높은 수준인 셈이다.
다만 대우건설은 수익성이 높은 주택사업 수주호조와 함께 해외현장의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정 사장의 어깨를 가볍게 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앞서 10월29일 서울 동작구 노량진5구역 재개발사업(1974억 원)을 따내 2021년 도시정비 신규수주 2조9395억 원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2017년에 세웠던 도시정비 수주 최고기록인 2조8794억 원을 넘어섰다.
대우건설은 서울시 은평구 불광1구역(527세대, 공사비1160억 원), 경기도 과천시 주공5단지(1351세대, 공사비 4385억 원) 강원도 원주시 원동주공(1330세대, 3178억 원), 대구시 동구43구역(현대건설 컨소시엄, 사업비 4300억 원) 등 사업에 입찰을 진행하고 있어 도시정비사업 3조 원을 무난히 넘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의 주택건축부문 매출총이익률은 15%안팎을 보이며 안정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분양에서도 올해 3만 세대 분양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도 보통 1년에 2만 세대의 주택을 공급하면 큰 성과를 거뒀다고 인정받는데 대우건설은 2019년 2만1천 세대, 2020년 3만3천 세대를 분양해 2년 연속 1위에 올랐다.
해외사업도 이라크 알포(Al Faw) 항만공사나 나이지리아 액화천연가스(LNG) 플랜트 등 높은 수익성을 나타내는 현장들의 공정이 본격화돼 이익률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다.
정 사장은 앞서 6월7일 열린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대표이사에 올랐고 대우건설은 김형 대표이사 사장과 정항기 대표이사 사장 두 사람의 각자대표체제가 구축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매각작업을 위한 포석작업이라는 시선도 나왔다.
이대현 KD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정 사장의 영입 배경을 놓고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정 사장은 전략과 자본시장 업무를 모두 알고 있는 사람으로 외부 사람을 투입해 리스크 관리를 하려 영입했다”며 “다만 이후 거취는 새 주주가 알아서 할 일 이라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사장은 1964년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자동차 재경본부, 현대캐피탈 이사, 현대증권 기획본부장,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부사장 등을 거친 재무 전문가로 2019년 7월 대우건설에 영입됐다.
대우건설이 2010년 KDB산업은행에 인수된 뒤 산업은행을 제외하고 외부출신 인사가 최고재무책임자에 오른 것은 정 사장이 처음이기도 하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