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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사외이사, 대한민국 최고의 '신의 직장'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03-25 17:4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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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기업 사외이사, 대한민국 최고의 '신의 직장'  
▲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

‘평균 연봉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 이상, 근무내용은 1년에 10여 차례 2시간 안팎 회의 참가(불출석해도 별도 제재조치 없음, 단 참석해 반대의견을 낼 경우 연임 불가 우려 있음), 고가 건강검진 제공, 출근(회의 참석)시 기사 딸린 승용차 제공 가능.’

이런 믿기 힘든 ‘신의 직장’이 또 있을까? 대한민국 상장기업 사외이사의 현주소다.

우리나라에 사외이사제도가 생겨난 것은 1997년 말 외환위기를 겪은 이듬해부터다. 처음 상장법인들을 대상으로 도입됐다가 2001년부터 증권거래법상 사외이사제도 운영이 의무화됐다.

대주주와 대표이사로부터 독립된 인사가 이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취지였다.

사외이사제도가 본격적으로 운영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이를 둘러싼 여러 논란은 해마다 증폭되고 있다.

사외이사의 전문성이나 독립성은 고사하고 관료나 경제계, 법조계 등 힘쓰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영입하기 위한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주요 그룹의 상장사에 사외이사로 있는 유력인사는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최근 재벌닷컴 조사에 빠르면 올해 10대 그룹 상장사가 공시한 주총안건을 분석한 결과 신규 또는 재선임 예정인 사외이사 135명 가운데 '권력기관' 출신 인사는 60명으로 전체 사외이사의 44%나 됐다.

장·차관 출신 등 고위관료 출신이 28명, 판사·검사 출신 각각 16명, 국세청 출신 7명, 금감원 출신 6명, 공정위 출신 3명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박재완 전 장관처럼 삼성전자와 롯데쇼핑이라는 굴지의 상장사 2곳의 사외이사에 동시에 새로 이름을 올린 경우도 있다. 힘있는 인사일수록 영입경쟁이 벌어지면 몸값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른바 전관예우와 거수기, 낙하산, 로비스트, 자격 논란 등 사외이사를 둘러싼 잡음은 끝이 없지만 무엇보다 가장 심각해 보이는 것은 그들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처우다. 하는 일에 비해 누리는 게 너무 많다는 얘기다.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개 사외이사들은 두달에 한 번 꼴로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하면서 1년에 수천만 원의 보수를 받아간다.

지난해 재벌닷컴이 2014년 회계연도 기준으로 30대 그룹 상장 계열사 사외이사 625명의 보수를 분석한 결과 1인당 연평균 보수는 5261만 원이었다.

이를 기준으로 1년 6회 이사회 참석을 가정하면 한번 참석할 때마다 870여만 원이다. 2시간 이사회가 열린다고 가정하면 시급이 400만 원이 넘는 셈이다. 물론 이사회 안에 설치된 각종 위원회, 사외이사 연수나 간담회에 참석한 ‘근무’ 시간을 넣어 계산을 해야 한다면 할 말이 없다.

물론 사외이사라도 ‘동급’이 아니다.

앞에서 언급한 조사에서 기업별 연평균 사외이사 보수를 보면 재계 1위 삼성전자가 7713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현대자동차 6977만 원, 에쓰오일 6867만 원, 대우조선해양 6620만 원, 두산 6107만 원 순이었다. 대우조선해양과 두산은 지난해부터 유동성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은 더욱 혀를 내두르게 한다.
 
3월 전국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등 금융회사들이 공시한 ‘지배구조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118개 금융회사 가운데 삼성그룹 계열 금융회사는 사외이사들에게 평균 7800만 원 보수를 지급했다. 
 
지난해 삼성화재 이사회가 모두 7차례 열린 것을 감안하면 이사회 1회 참석에 1114만 원을 받아간 셈이다.

최근 한 조사에서 금융지주사와 은행 사외이사들의 지난해 보수는 1인당 평균 4800만원으로 집계됐다. BNK금융이 사외이사 평균 보수 5700만 원으로 가장 높았고 KEB하나은행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김주성 사외이사는 6850만원의 보수를 받아 금융지주 사외이사들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고액 보수는 기본이고 본인은 물론 배우자까지 고액 건강검진 혜택이 주어지기도 한다. 거마비를 별도로 주거나 기사 딸린 고급 승용차도 회의 참석 시 제공하는 곳도 적지 않다.

25일은 국내 상장회사 803개사가 일제히 주주총회를 연 ‘슈퍼주총데이'였다. 주요 안건은 사내외 이사를 신규로 선임하거나 재선임하는 것이었다.

올해 기업들이 저마다 한 목소리로 ‘어렵다’고 한다. 회사가 어렵다니 직원들은 희망퇴직이나 사업구조조정이 진행돼도 ‘찍소리’ 한마디 하기 어려운 분위기다.

그렇게들 어렵다는데 ‘그들만의 세상’인 사외이사제도를 이대로 놔둬야 할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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