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LX세미콘에 따르면 최근 연구개발 담당조직인 ‘PM개발담당’이 신설돼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LX세미콘 관계자는 “새 조직은 전력관리반도체(PMIC)의 연구개발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전력관리반도체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배터리관리시스템용 반도체(BMS IC)와 함께 LX세미콘이 신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제품들 가운데 하나다.
전력관리반도체부터 연구개발조직을 설립하는 것을 놓고 재계에서는 구본준 회장이 LX그룹 반도체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구 회장은 LX그룹 지주사 LX홀딩스가 거느린 계열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LX세미콘에서만 미등기임원으로 일하며 경영업무 전반을 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LX세미콘의 신성장동력을 미래 모빌리티에서 찾겠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전력관리반도체나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은 최근 공급부족현상이 지속되는 차량용 반도체의 일종이다. 배터리관리시스템용 반도체 역시 전기차의 배터리관리시스템에서 배터리 운용을 제어하는데 쓰여 화재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앞서 8일 LX세미콘은 마이크로소프트와 3D비행시간 거리측정(ToF) 센싱시스템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기술 역시 미래 모빌리티와 연관성이 있는 신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3D비행시간 거리측정은 기기에서 쏜 레이저가 사물에 반사돼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사물과 기기와의 거리를 측정하는 기술로 자율주행차용 카메라에 주로 쓰인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X세미콘의 비행시간 거리측정 센싱시스템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증강현실기기의 일종)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클라우드에 기반을 둔 자율주행차의 첨단운전자보조장치(ADAS)에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구 회장이 LX세미콘의 미래 모빌리티 신사업을 키우기 위해 LG그룹과의 관계를 강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LG그룹도 주요 계열사들이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 새 성장동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유일하게 LX세미콘에서만 미등기임원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LX세미콘의 중요성을 증명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LX세미콘은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디스플레이구동칩에서 전체 매출의 87.9%가 나왔다. 단일제품 의존도가 높은 만큼 현금 창출능력이 업황 변화에 따라 흔들릴 수 있다는 시선도 많았다.
구 회장으로서는 LX세미콘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셈이다. LG그룹이 이 과정에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그룹과 LX그룹은 두 그룹 총수가 상대 그룹 지주사 지분도 교차 보유하고 있는 만큼 동행관계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기존에 같은 그룹 계열사로 지냈던 만큼 원활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