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이 금융권으로 확산되는 가계대출 옥죄기를 케이뱅크 여신 확대의 기회로 삼을까?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의 금융권 가계대출 규제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 것으로 보인다.
26일 케이뱅크에 따르면 이달 말 비대면 전세대출과 청년전세대출을 선보이기로 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급격히 늘어난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며 시중은행들이 개인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을 줄이고 있는 것과는 상반된 행보다.
이는 케이뱅크가 처해있는 상황상 다른 은행들에 비해 대출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케이뱅크는 2019년부터 2020년 7월까지 1년 반 동안 대출영업을 중단했다. 새롭게 대출상품을 재단장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대출영업을 재개한지 1년도 되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은행권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직전 해를 기준으로 증가폭을 제한하고 있는데 케이뱅크에 같은 잣대를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케이뱅크의 대출잔액은 7월 말 기준 5조5천억 원 수준으로 시중은행 뿐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대출잔액 22조 원에 비해서도 규모가 미미하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7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95조3081억 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뱅크는 가계대출 23조9416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케이뱅크도 내부적으로 가계대출 관리하고는 있지만 시중은행과는 상황이 좀 다르다"며 "영업을 재개한지도 얼마되지 않았고 대출잔액도 상대적으로 너무 적다"고 말했다.
케이뱅크는 수신규모가 여신규모를 훌쩍 넘어선 상황이어서 서 행장은 여신 확대가 시급하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수신 11조2900억 원, 여신 5조900억 원을 보여 수신이 여신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은행들은 수신과 여신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고 있다. 수신이 여신에 비해 많으면 이자비용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 행장은 경쟁 은행들이 가계대출을 줄이는 과정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실수요자들을 잡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케이뱅크는 7월 중금리대출상품의 한도를 5천만 원에서 1억5천만 원으로 3배 늘렸다.
이에 더해 정책중금리상품인 사잇돌대출을 선보이는 등 대출상품 포트폴리오를 넓히는데도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이번 전세자금대출 출시는 여신규모를 급격히 늘릴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대출은 가계신용대출 등 가계 기타대출과 전세자금대출 등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되는데 7월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은 가계 기타대출보다 규모가 3배가량 많다.
케이뱅크보다 앞선 2018년 전세자금대출을 선보인 카카오뱅크에 비춰보면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전세대출 수요도 충분한 것으로 파악된다.
카카오뱅크의 올해 대출 증가액 가운데 70%가량이 전월세자금대출에 몰려 있다.
케이뱅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증가 우려를 고려해 실수요자를 중점으로 대출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투자를 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 '빚투' 등이 문제가 되고 있지만 이사 등으로 전세자금이 필요한 국민도 많이 있다"며 "중저신용자 등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대출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