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파운드리 호황과 DB하이텍 실적 호조
DB하이텍은 2021년 2분기 연결기준 매출 2747억 원, 영업이익 814억 원을 거뒀다. 2020년 2분기보다 매출은 13%, 영업이익은 6%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 분기실적이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전력관리반도체(PMIC)를 중심으로 주요 제품들의 매출이 전반적으로 늘었다”며 “자체 브랜드로 개발한 올레드(OLED)디스플레이 구동칩도 본격적으로 생산을 시작해 실적에 기여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산업계에서 반도체 공급부족이 이어지고 있어 DB하이텍도 당분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DB하이텍은 경기도 부천과 충북 음성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2019년 봄부터 2년 넘게 2개 공장 모두 풀가동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DB하이텍 매각설 불거져
DB하이텍은 2021년 8월13일 “최대주주인 DB에 확인한 결과 매각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DB그룹 지주사 격인 DB도 “현재 보유한 DB하이텍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이날 오전 매일경제신문은 DB그룹이 DB하이텍 매각을 위해 현대차그룹과 LX그룹 등 국내 대기업집단과 접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DB와 DB하이텍은 장이 열리기도 전에 부인공시를 내 매각설에 대응했다.
2021년 6월30일 기준으로 DB는 DB하이텍 지분 12.42%를 보유하고 있다.
김준기 회장이나 최창식 등 다른 특별관계자들의 DB하이텍 보유지분을 모두 합치면 17.41%다.
△DB하이텍의 파운드리 생산능력 확대
DB하이텍은 파운드리공장 증설투자와 관련해 반도체업계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글로벌 산업계에서 반도체 공급부족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DB하이텍의 주력사업인 8인치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 분야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가장 크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DB하이텍도 2019년부터 공장 가동률을 100%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최창식은 이런 호황 속에서도 DB하이텍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하지 않고 있다. 이는 DB하이텍의 ‘체급’을 고려한 의사결정으로 해석된다.
최창식은 2021년 2월 전자신문 인터뷰에서 “새로운 파운드리 라인을 건설하려면 1조 원이 훨씬 넘는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데 DB하이텍 연 매출이 1조 원이 안 된다”며 “증설투자는 내부 실력을 축적하고 내공을 쌓은 뒤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DB하이텍의 자금력도 아직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DB하이텍은 2021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즉시 유동화가 가능한 단기금융상품 등을 합친 현금 동원능력이 1542억 원에 그친다.
최창식은 대신 생산 과정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DB하이텍의 반도체 생산량을 늘려오고 있다.
DB하이텍은 2014년까지만 해도 웨이퍼 월 10만 장 분량의 반도체를 생산했다. 2020년 말 기준으로 생산량이 웨이퍼 월 13만 장 분량까지 확대됐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시장 규모가 크지 않은 아날로그반도체를 주력으로 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증설 투자를 통해 한꺼번에 생산량을 늘리기보다는 고객 수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생산라인 재배치, 병목공정 설비보완 등을 통해 생산량을 차츰 늘려가는 전략으로 매년 꾸준한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계획대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TSMC나 삼성전자 등 12인치 웨이퍼를 이용해 소수의 대형 고객을 상대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그래픽처리장치(GPU), 통신칩 등을 대량 생산하는 회사들과는 결이 다른 투자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에서는 DB하이텍 반도체 생산량이 2021년 말 웨이퍼 월 14만 장 분량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차에서 DB하이텍 새 성장동력 모색
DB하이텍은 2021년 4월16일 110나노미터 플랫폼에 기반을 둔 글로벌 셔터(Global Shutter)와 SPAD(Single-Photon Avalanche Diode)의 공정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두 공정은 다양한 상업에 활용할 수 있는 특화 이미지센서를 제작하는 데 활용된다.
글로벌 셔터는 이미지 정보를 모든 픽셀에서 동시에 감지하는 이미지센서로 자동차, 드론, 검사용 카메라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빠르게 움직이는 물체를 촬영할 때도 왜곡 없이 정확한 영상과 이미지를 기록할 수 있으며 물체의 형태를 정밀하게 인식할 수 있다.
SPAD는 단일 광자 수준의 미약한 빛을 감지하는 이미지센서로 피사체에서 반사된 빛이 센서에 닿기까지의 비행시간을 파악해 센서와 피사체 사이의 거리를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차량용 라이다(LiDar, 레이저를 이용해 사물과의 거리를 측정하고 형상을 이미지화하는 장치), 스마트폰, 산업용 머신비전 등에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DB하이텍은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 고객들이 특화 이미지센서시장에서 적기에 제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2021년 9월부터 글로벌 셔터와 SPAD를 위한 시제품 제작지원 프로그램(MPW, 멀티프로젝트웨이퍼)을 운영하는 등 다양한 고객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미지센서는 원래부터 전력관리반도체(PMIC)와 함께 DB하이텍의 주력 제품들 중 하나였다. 다만 이전까지 DB하이텍이 집중하던 사업은 이미지센서 중에서도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였다.
앞으로는 자율주행과 로봇 등 특화 이미지센서가 전체 이미지센서사업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반도체시장 조사기관 IC인사이트(IC Insights)는 글로벌 이미지센서시장이 매출 기준으로 2020년 191억 달러에서 2025년 336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연평균 성장률은 12%다.
이 기간 차량용 이미지센서는 33.8%, 의료로봇용 이미지센서는 26.4%, 산업로봇용은 21.8%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여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의 6.3%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DB하이텍을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그룹 신뢰도 굳건해져
최창식은 DB하이텍을 부실기업에서 DB그룹의 알짜 회사로 이끌었다.
최창식은 2012년 3월
김준기 전 동부그룹(현 DB그룹) 회장의 제조업 육성 의지에 따라 동부하이텍(현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장으로 영입됐다.
그는 기존 박용인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 체제로 동부하이텍을 이끌었다. 2013년에는 새로 영입된 오명 회장(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과 3인 대표이사 체제를 구성하기도 했다.
당시 동부하이텍은 2007~2011년 5년 연속으로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었다. 이 기간 누적 적자는 6559억 원이다. 이에 동부하이텍은 동부그룹 부실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혀 채권단이 매각을 추진하기도 하는 등 그룹의 ‘미운오리’로 여겨졌다.
동부그룹은 최창식의 영입을 놓고 “삼성전자에서 생산과 연구개발에 걸쳐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며 “대표이사로서 동부하이텍을 정상기업으로 돌려놓을 적임자다”고 설명했다.
최창식은 자산매각으로 차입금을 줄이고 설비 국산화와 경비 절감 등 원가 개선작업에 힘을 기울였다.
스마트폰에 주로 쓰이는 전력관리반도체(PMIC), 이미지센서(CIS), 터치센서 등과 초고화질TV용 디스플레이구동칩(DDI) 등 고부가제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최창식은 미국, 중국, 일본, 대만을 돌며 글로벌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회사)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동부하이텍은 연결기준 영업손실이 2011년 354억 원에서 2012년 156억 원, 2013년 96억 원으로 잇따라 감소했다. 2014년에는 영업이익 456억 원을 내며 흑자로 돌아섰다.
박용인 사장이 2014년 3월, 오명 회장이 2014년 10월 각각 사임하면서 최창식은 동부하이텍의 단독 대표이사가 됐다.
동부하이텍은 2015년 영업이익 1250억 원, 2016년 영업이익 1724억 원을 내며 동부그룹의 ‘백조’로 탈바꿈했다.
동부그룹이 2017년 DB그룹으로 기업집단이름을 바꾸면서 동부하이텍도 DB하이텍이 됐다. 최창식은 계속해서 DB하이텍을 이끌며 2019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1813억 원을 기록했다.
이에 최창식은 2020년 3월 DB하이텍 대표이사로 재선임됐다. 2020년 7월에는
김남호 DB그룹 회장의 취임 첫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부회장으로 승진하기도 했다.
최창식은 그룹의 신뢰에 부응했다. DB하이텍은 2020년 영업이익 2393억 원을 거둬 역대 최대이익 기록을 1년 만에 새로 썼다.
△삼성전자 태양광사업 맡아
최창식은 삼성전자가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제시한 태양광사업을 책임졌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2009년 말 연구개발조직이던 태양전지조직을 광에너지사업팀으로 확대개편하고 최창식을 팀장으로 임명했다. 상무급이던 책임자를 부사장급으로 격상하고 50여 명의 인력을 200여 명으로 확대개편했다.
2015년 업계 1위를 목표로 2011년 상반기에 태양전지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삼성전자는 2010년 2월 ‘세계태양에너지엑스포2010’ 참가를 시작으로 독일, 미국 등 태양광전시회에 잇따라 참가하며 태양전지와 모듈을 선보였다. 2011년 2월 세계태양광에네지엑스포2011에도 참가해 260W 최고출력, 15.9% 고효율 태양광모듈을 전시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태양광사업은 겅과를 내지 못했다. 기술 발전과 사업 추진속도가 더디자 양산을 앞둔 2011년 5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삼성전자 태양광사업은 삼성SDI로 이관됐다. 최창식도 삼성SDI로 함께 이동했다.
최창식은 삼성SDI 태양광사업 이관이 결정된 뒤에도 “이제부터가 진짜 경쟁이다”며 “삼성SDI와 태양광사업의 시너지가 크다”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2011년 말 삼성SDI가 태양광사업의 방향을 최창식이 집중해온 결정질 태양전지가 아닌 박막 태양전지 쪽으로 잡으면서 최창식은 자문역으로 물러났다.
△삼성전자 D램 개발과 비메모리 사업 기여
최창식은 1981년 동부산업 기술개발실로 입사해 동부그룹과 인연을 맺었으나 1983년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겨 오래 근무했다.
삼성전자에서 초기에는 D램 개발 분야에서 일했다. 64KB와 256KB D램 개발에 참여했고 1984년에는 256KB D램 개발 공로로 회장상을 받았다.
미국으로 유학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D램 개발팀장으로 256MB D램을 개발해 1994년 또다시 회장상을 받았다.
이후에는 주문형반도체(ASIC) 제품기술팀장, D램 복합칩(MDL) TF팀장, 시스템온칩(SoC) 제품기술팀장, 시스템LSI 디스플레이구동칩(DDI)개발실장 등을 거치며 비메모리반도체 개발을 주도했다.
2005년에는 시스템LSI 제조센터장을 맡아 비메모리반도체 생산을 책임지게 됐다.
이 시기 최창식은 파운드리사업 확대를 위해 IBM, 차터드 등과 손잡고 자산을 공유하는 협력모델 ‘커먼플랫폼’을 마련했다. 이를 통해 2006년 10월 퀄컴의 90나노 모바일칩 생산에 성공했다.
2008년 ARM이 커먼플랫폼에 합류하고 협력범위는 28나노까지 확대됐다. 2009년에는 커먼플랫폼에 기대 미국 자일링스의 주문으로 프로그래머블(FPGA) 반도체 생산계약을 맺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