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1-08-24 15:5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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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가 동남아시아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차량부품을 제때 구하지 못하는 등 생산에 타격을 입고 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동남아발 부품 부족상황에서 한 발 벗어나 있는데 이에 따라 일본 완성차업체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미국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나온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감염력 강한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유발한 동남아발 부품 부족상황은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특히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의 생산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남아는 일본 완성차업체가 자동차시장의 80~90%를 장악하고 있어 일본의 텃밭으로 평가된다.
토요타, 혼다, 미쓰비시 등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 현지 완성차 생산공장을 두고 매년 동남아에서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주요 부품도 동남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동남아의 코로나19 재확산은 현지생산뿐 아니라 글로벌공장 가동 축소로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완성차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뿐 아니라 일반차량부품도 동남아에서 공급받는 등 동남아에서 받는 부품 의존도가 3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는 최근 동남아발 부품공급 차질로 9월 생산목표를 애초 계획보다 40% 이상 감축하는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완성차업체의 생산차질로 미국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볼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판매량 기준 '글로벌 톱5' 완성차업체지만 가장 차량을 많이 판매하는 미국에서는 그동안 제너럴모터스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3사와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업체에 밀려 연간 기준 톱5에 들지 못했다.
하지만 꾸준히 상품성을 강화한 효과에 경쟁업체의 생산차질에 따른 반사이익이 더해져 올해 들어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렸다.
7월에는 포드와 스텔란티스(옛 크라이슬러), 혼다를 제치며 미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월별 판매순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미국 완성차시장은 코로나19 이후 수요 회복과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이 겹치면서 모든 브랜드의 재고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줄었다.
생산이 곧바로 판매로 이어지고 있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무엇보다 안정적 생산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차와 기아는 노조 파업으로 국내에서 생산차질이 일어날 가능성도 상당히 줄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는 이미 2021년 단체협상을 체결해 파업 가능성이 사라졌고 기아 노사 역시 2021년 임금협상을 놓고 큰 틀에서 공감대를 형성한 단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가 올해 무파업으로 단체협상을 마무리한다면 2011년 이후 10년 만에 무파업으로 교섭을 타결하는 성과를 내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안정적 현지생산뿐 아니라 미국 판매물량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국내 생산물량도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 모두 동남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부품 부족상황이 장기화한다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 현대차와 기아는 22일 코로나19의 재확산에 따른 사전 방역 강화를 위해 국내 및 동남아 진출 협력사에 KF94 마스크 178만개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경기 판교 코리아에프티에서 기정성 현대차기아 구매본부 상무(오른쪽)가 오원석 현대차기아협력회 회장에게 마스크를 전달하는 모습. <현대자동차>
동남아는 7월 말부터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격히 퍼지면서 코로나19 환자가 빠르게 늘었는데 여전히 확산세를 잡지 못하고 있다.
베트남 최대도시 호찌민은 23일부터 시민들의 외출을 전면 금지하는 사실상 완전봉쇄정책을 시작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동남아에서 현대차그룹에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가 많지 않아 이번 동남아발 부품 부족상황이 현대차그룹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다”며 “다만 생산차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앞으로 상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차와 기아는 부품 부족상황을 사전에 막기 위해 △대체소자 발굴 △부품 현지화율 확대 △공급업체 다변화 △선행 재고 관리 등에 더욱 힘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년 전 일본과 경제갈등을 겪을 당시 글로벌 공급망을 점검하며 보수적 부품 재고정책을 구축했고 이에 따라 상반기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강타한 차량용 반도체 부족상황에 상대적으로 잘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차그룹은 올해부터는 연간 발주 형식으로 주요 부품을 미리 확보하는 전략도 쓰고 있다.
서강현 현대차 재경본부장 부사장은 2분기 실적발표에서 “차량용 반도체 재고 확보를 위해 연간 발주를 추진하고 있다”며 “2022년 필요한 부품의 연간 발주를 이미 마쳤고 부품 수급 안정화를 위해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