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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필의 CEO 책쓰기] CEO는 왜 한결같이 책쓰기를 꺼릴까
이강필  kpillee@careercare.co.kr  |  2021-07-13 15: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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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일에 몰두하면서 다시 거절이 일상이 된 생활이 시작됐다. 지난 한 주만 해도 ‘괜찮은 기획’을 잡아 열 분 가까운 경영자에게 책 내자는 청을 넣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대부분 거절이었다. 

거절의 이유는 두 가지였다. “글을 쓸 여유가 없다”는 회신은 그래도 훗날을 도모할 여지를 남긴 답변이었고, “내가 책을 낼 만큼 대단한 사람이 아니다”라는 극한 겸양은 다시 말 붙일 여지조차 남기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 이강필 커리어케어 전무.

하지만 어느 시인의 노래를 조금 바꿔 ‘나를 키운 건 팔할이 거절이었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이렇게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집필을 청탁한다.

거듭된 거절을 겪으면서 청탁을 받은 이들이 왜 거절했을 지를 곰곰 생각해봤다.

정말 시간이 없어서, 또는 스스로가 대단치 않은 사람이라고 여기기 때문일까?

아닐 것이다. 이건 그냥 하는 얘기일 뿐이다.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선약이 있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진짜 이유는? 짐작컨대 굳이 말로 표현돼 전달되지 않았지만 글쓰기 자체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출간이 낳을 파장 내지 구설에 대한 걱정이 깔려 있는 건 아닌지 싶었다.

글이란 게 사실 잘 쓰기가 쉽지 않다. 업으로 글을 쓰는 작가나 기자들처럼 답안지를 내는 즉시 성적표를 받는 식으로 단련된 경우가 아니라면 대개의 사람들은 이런 훈련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는 생각정리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이미 이 영역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매일 겪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보고서다. 보고서 역시 숫자를 포함한 글로 표현되며 말로 전달된다. 다만 보고서는 대개 프레젠테이션 프로그램에 맞춰 도식적인 논리적 흐름을 서술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글과 대비된다.

서점에서 팔리는 책이 요구하는 방식으로 문장을 서술하는 것과 형식적인 틀에 생각을 담는 건 분명 다른 차원이긴 하다. 하지만 형식이 어쨌든 생각을 정리하는 훈련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좋은 편집자와 함께 ‘작품’ 하나를 써내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에 비해 구설에 대한 두려움이 이유라면 현재로선 요령부득이다. 이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탁 받은 이가 몸 담고 있는 조직의 문제이며 더 나가 우리 기업들을 둘러싼 분위기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생각이 든 것은 오래 전 매체에서 일을 할 때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재벌그룹 계열사 CEO에게 인터뷰를 청하니 돌아온 답은 ‘NO’였다.

얘기를 전한 이가 훗날 사석에서 해준 거절 이유는 ‘더 높은 분’에게서 “한가하게 인터뷰할 시간이 있냐”는 지청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더 심하면 “기사 잘 봤어. 그런데 요즘 X사장, 딴 생각하나 봐”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단다. 자리가 왔다 갔다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정공법으로 기업경영에 진력하는 모습 외에 다른 어떤 활동도 정 맞을 모난 구석이 된다는 얘기다. 짧은 인터뷰 기사에도 이렇게 몸을 사리는데 언감생심 책을! 

그런데 이 부분은 한 번 더 생각을 해봐야 한다. 누구에게나 전진의 시간과 정리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나 스스로 책임지고 있는 조직을 위한 최선의 선택에 헌신하고 있는, 그리하여 최고의 결과를 내기 위해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겐 더욱 그렇다. 

이들이 피 같은 시간을 쪼개 스스로를 정리하는 것은 공명심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곧 닥칠 또 다른 전진의 시간을 대비한 자양분을 얻기 위함이다. 이는 넌지시(경우에 따라서는 대놓고) 조롱하거나 평가점수를 감할 요인이 아니라 오히려 권장해야 할 중요도 높은 경영활동의 일부다. 

더욱이 PI(President Identity)가 기업 마케팅의 중요 요소로 등장한 이 즈음이라면 서점에서 팔리는 대중서를 통해 기업 외부와 커뮤니케이션은 필수다. 공적조서에 저술란을 두어 책을 쓰지 않는 CEO를 질책해야 할 판이다. 

책을 내자는 제안을 위인전 내지 전기(傳記)를 써보자는 의미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자서전은 한자로 스스로 자(自) 펼 서(敍)를 쓴다. 말 그대로 그저 생각을 펼쳐 전하는 글이란 뜻이다. 전 생애를 담으라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회사 기밀을 드러내라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 회사를 맡아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 나는 동료 내지 부하 직원의 무엇에 감동하는지, 내가 생각하는 기업이란 유기체의 핵심가치는 무엇인지 등등 평소 지니고 있던 스스로에 대한 질문 몇 가지를 다시 꺼내보자. 그리고 이에 대한 생각을 무심히 적어보자. 그걸 추려 모으면 책 한 권이다. 

국내 경영자들이 경쟁적으로 생각을 담은 책을 내고, 이런 책을 읽고 감동한 독자들이 늘어난다면, 저자인 경영자 개인을 넘어 기업을 바라보는 국민정서 역시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이강필 커리어케어 출판사업본부장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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