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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Who] 롯데 유통과 화학 반등하나, 신동빈 인수합병 DNA 꺼낼까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  2021-07-06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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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이 위기국면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는 데 고전하고 있다.

그룹의 양대축인 유통과 화학부문의 변화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성장성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동빈 회장이 ‘형제의 난’ 이후 멈춰있던 인수합병 DNA를 되살리느냐에 롯데그룹 재도약이 달려 있다.

◆ 왜 롯데그룹을 놓고 위기라고 말하나

롯데그룹 위기를 보여주는 몇 가지 단면들이 있다.

한 장면은 미래를 위해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국내 재벌그룹들의 움직임에 롯데그룹이 동참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대차그룹과 SK그룹, 포스코그룹, 효성그룹은 9월 CEO총회를 열고 수소기업협의체를 출범하기로 뜻을 모았다.

수소기업협의체 발족을 위해 정의선 회장, 최태원 회장, 최정우 회장, 조현준 회장 등 각 그룹 회장이 직접 만나기도 했다. 그만큼 새 산업을 함께 키우겠다는 의지가 잘 나타난다.

4개 그룹은 앞으로 수소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들까지 협의체에 참여하도록 힘을 쏟기로 했다. 한화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 등이 참여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도 롯데케미칼을 통해 수소사업을 확대하는 데 잰걸음을 하고 있다. 5월만 해도 에어리퀴드코리아, SK가스 등 2개 기업과 수소사업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이제 막 투자를 시작하는 단계라는 점 때문인지 수소기업협의체 참여와 관련해 합류 가능성을 유력하게 보는 시각은 드물다.

롯데그룹은 배터리산업에서도 러브콜을 받지 못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을 직접 만나 배터리사업과 관련한 협력구도를 만들어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를 대표하는 배터리3사인 만큼 전기차 개발을 위해 안정적으로 배터리를 조달하기 위한 필수적 협력 과정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이 구도에서도 롯데그룹은 소외됐다.

물론 신동빈 회장도 뒤늦게나마 정의선 회장을 만나기는 했다. 신 회장은 2020년 11월 말 정 회장을 경기도 의왕에 있는 롯데케미칼 첨단소재 사업장으로 초청해 사업현장을 둘러보게 했다.

이를 놓고 롯데그룹이 현대차그룹의 ‘미래 모빌리티 동맹’에 한 발 다가섰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보면 ‘소재분야의 협력’을 제외하면 배터리산업에서의 협력은 아직까지 구체적 방향이 나오지 않았다.

롯데그룹이 대기업집단의 연합 흐름에 올라타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그룹들이 탐낼만한 미래 성장동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각 기업별로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롯데그룹이 연합전선을 형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합종연횡의 흐름에 소외됐다’고 평가하는 것은 지나쳐보인다”며 “협력하는 분야가 다르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은 또 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올해 1월 이마트를 통해 SK텔레콤이 들고 있던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현 SSG랜더스)를 인수했다.

그는 야구단을 인수한 뒤 음성 기반 SNS인 클럽하우스에 “걔네는 울며 겨자먹기로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 “야구를 본업과 연결하지 못하는 롯데를 보면서 야구단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는 말들을 쏟아내며 롯데그룹을 도발했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며 공식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그룹이 정 부회장의 도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 롯데그룹 위기는 얼마나 심각한가, ‘10대그룹’ 밀려날 수 있다는 말도

롯데그룹의 위기는 실제로 얼마나 심각할까?

롯데그룹 사업의 두 축은 유통과 화학이다.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2020년에 낸 매출은 모두 47조 원인데 이 가운데 롯데케미칼이 12조 원, 롯데쇼핑이 16조 원으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두 사업부문 모두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3년 동안 실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유통업계가 코로나19 사태로 모두 위기를 겪었다지만 유통업계가 모두 위기라지만 신세계그룹의 이마트가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는 점과 비교하면 롯데그룹 유통사업의 부진은 뼈아프다.

롯데그룹이 유통사업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내놓은 온라인 커머스사업 ‘롯데온’의 성과도 사실상 실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디지털이라는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고 유통명가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2020년 4월 롯데 유통계열사 7곳의 온라인몰을 통합한 롯데온을 출범했다. 롯데온은 준비기간 2년과 투자금액 3조 원이 들어간 신 회장의 야심작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롯데온은 트래픽 과부하와 검색 오류 등 기술적 문제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을 보이면서 출발부터 삐거덕댔다.

결국 이커머스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평균 19.7%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롯데온은 온라인몰 통합 이전보다 거래액을 7% 정도 늘리는데 그쳤으며 온라인시장에서 점유율은 5%에 머물고 있다.

화학사업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다.

롯데케미칼은 과거만 해도 LG화학과 함께 국내 화학기업을 대표하는 톱2 기업이었다. 해마다 어떤 기업이 많은 실적을 내는지가 관심사였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최근 3년 동안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반 하락하는 등 성적이 좋지 않다. 석유화학사업만 주력으로 하다 보니 업황이 부진할 때 실적을 방어하지 못했기 떄문이다.

LG화학이 새 먹거리사업으로 배터리라는 성장성 높은 사업을 만들어냈고 이에 따라 기업가치도 높게 평가받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롯데케미칼이 주식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롯데그룹의 현재 상황을 정리하자면 유통부문은 강자 반열에서 밀려났다고 할 수 있으며 화학부문에서는 새 성장동력을 찾는데 시기를 놓쳤다는 느낌이 강하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지 못한 상황에서 기존 먹거리까지 뺏기고 있는 상황으로도 시장은 바라본다.

롯데그룹은 디지털 전환과 브랜드 경쟁력 측면에서도 경쟁기업에 밀린다는 지적을 받는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굵직한 인수합병이나 판을 바꾸는 대담한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5년 안에 재계 10위는 고사하고 20위 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신동빈의 롯데그룹은 왜 멈춰있나, 형제의 난 기점으로 변화의 동력 잃어

롯데그룹을 둘러싼 위기의 원인은 무엇일까?

사실 롯데그룹의 위기는 최근 6년 동안 계속된 얘기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이후 시작된 중국의 보복, 박근혜 게이트에 따른 롯데그룹 경영비리 재판, 반일감정 고조로 휩싸였던 불매운동, 코로나19 등이 모두 롯데그룹을 힘겹게 한 악재였다.

하지만 롯데그룹 위기의 진짜 뿌리는 2015년 촉발됐던 롯데그룹 ‘형제의 난’이라고 할 수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그룹 부회장은 2015년 초 그룹의 모든 보직에서 전격적으로 해임당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그해 7월부터 신동빈 회장을 상대로 롯데그룹 지배력을 빼앗기 위한 작업에 들어가면서 형제의 난이 본격화한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아버지까지 끌어들이며 신동빈 회장을 밀어내기 위해 주주총회 표대결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반격을 연달아 물리치며 사실상 경영권을 장악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롯데그룹이 형제의 난으로 입은 타격은 상당히 컸다. 

형제의 난이 발생하기 전만 하더라도 롯데그룹은 재일교포 출신의 사업가가 한국과 일본에서 사업을 벌이는 회사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형제의 난을 거치면서 롯데그룹의 최상위 회사가 일본에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에 따라 롯데가 결국 일본기업 아니었냐는 시선이 생겨났다.

롯데그룹의 불투명하고 불완전한 지배구조가 대내외적으로 알려짐과 동시에 일본기업이라는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이다.

신동빈 회장은 형제의 난 이후 롯데그룹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지배구조 개편에 몰두했다. 2017년 10월 한국 롯데그룹을 중심으로 지주회사 전환작업을 진행했으며 이후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새 판을 짰다.

롯데그룹은 현재도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이러한 지난한 과정들이 롯데그룹의 미래 준비를 방해하는 요인이 된 것으로 재계는 바라본다.

롯데그룹은 형제의 난 이전만 하더라도 변화에 의지를 보였다.

롯데케미칼은 2015년 10월 삼성정밀화학과 삼성BP화학, 삼성SDI의 케미칼사업부문 등을 모두 2조8천억 원에 사들이는 사업 확대를 위한 통큰 베팅을 아끼지 않았다.

유통부문에서도 이미 2013년 계열사별로 흩어진 온라인몰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출범하는 등 온라인 중심의 사업구조 변화를 얘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형제의 난 이후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몰두하면서 외부환경 변화에 둔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신동빈에게 ‘반전 카드’ 있나, 인수합병 DNA 살려야 기회 온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는 위기에 빠진 롯데그룹의 현재를 놓고 더 빠른 변화를 만들어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에 놓여있다.

롯데그룹이 유통사업의 온라인화 전략을 보강하기 위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나섰지만 여기에서 신세계그룹에 패배한 것을 놓고 ‘마지막 기회를 날렸다’는 시선도 있다. 

신 회장이 새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롯데그룹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신 회장은 그동안 보수적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혁신을 거듭할 것을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신 회장은 올해 초 사장단 회의의 주제를 ‘리싱크-리스타트: 재도약을 위한 준비’로 잡고 “우리의 성장에 걸림돌이 되는 과거의 성공경험을 과감히 버리고 CEO부터 달라진 모습으로 사업 혁신을 추진해 달라”며 “저부터 롯데 변화의 선두에 서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신 회장의 바람과 달리 롯데그룹의 움직임은 더디다는 평가가 많다. 변화에 기민한 대응체제가 좀처럼 쉽게 기업문화에 이식되지 안는다는 것이다.

신 회장이 공격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려는 의지가 있는지를 놓고도 의구심이 존재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이베이측이 원한 매각가격은 5조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진다. 하지만 신 회장은 상한선으로 3조 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단위의 인수합병에서 섣불리 큰 금액을 써냈다가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 움직임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경쟁자인 신세계그룹이 4조 원 이상을 베팅하며 공격적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롯데그룹이 다소 몸을 사렸다는 평가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실무 계열사인 롯데쇼핑에서 적정가격을 산정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가격만을 놓고 인수합병 의사를 논하기는 힘들다”며 “전략적 판단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재도약의 기회를 잡으려면 과거 그룹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인수합병의 DNA를 살려내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롯데그룹은 애초 일본식의 보수적 경영기조를 중요하게 여겼던 신격호 명예회장의 스타일 탓에 공격적 인수합병을 지양했다. 이른바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스타일이 롯데그룹을 상징했다.

하지만 신동빈 회장은 선대 회장과 달리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왔다. 실제로 신 회장은 롯데그룹 경영을 이끌면서 최근 10년 동안 35개 기업을 인수합병하며 덩치를 키웠다.

현대석유화학, KP케미칼, 우리홈쇼핑, 대한화재, 두산주류BG 등 현재 롯데그룹의 주축 사업으로 성장한 화학과 유통, 식품 계열사들이 신 회장의 주도 아래 롯데그룹 산하로 편입된 회사들이다. [채널Who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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