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를 놓고 깊은 고민을 할 변수가 등장했다. 포스코에너지가 동양파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전문가들은 포스코가 동양파워를 인수할 경우 동부제철의 패키지 인수에서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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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준 포스코 회장 |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수석부장판사 윤준)는 5일 동양시멘트가 포스코에너지를 동양파워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해달라는 요청을 승인했다.
포스코에너지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동양파워 매각은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2일 실시된 동양파워 본입찰에서 최고가 3500억 원 가량을 써냈다. 포스코에너지와 함께 본입찰에 참여한 산탐-대림산업 컨소시엄은 3천억 원, SK가스-대우건설 컨소시엄은 2천억 원대를 제시했다.
포스코에너지가 시장의 예상을 깨고 최고가를 써낸 것은 그만큼 동양파워 인수에 적극적이라는 의미다. 포스코는 석탄발전사업권을 획득한 동양파워를 포스코에너지가 인수할 경우 포스코건설, 포스코엔지니어링 등과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동양파워는 지난해 말 2020년까지 1천 메가와트 급 유연탄 발전소 2기를 강원도 삼척 광산부지에 세우는 사업권을 획득했다. 발전소 2기가 완공되면 동양파워는 모두 2천 메가와트의 발전용량을 갖추게 된다. 동양파워 인수기업은 발전소 건설과 운영을 도맡게 된다.
포스코에너지의 동양파워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자 포스코가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에서 손을 떼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포스코는 동부발전당진이 보유한 석탄발전사업권을 노리고 동부제철 패키지 인수협상에 나섰다. 동부제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하면 동부발전당진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부여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동양파워를 손에 넣게 되면 석탄발전사업권을 획득한 동부당진발전을 인수할 필요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또 동부당진발전의 발전용량은 1천 메가와트로 동양파워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은행은 최근 포스코에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 후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포스코강판을 합병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은 포스코의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포스코의 동부제철 인천공장 인수과정에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해 인천공장 지분의 70~80%를 인수하는 조건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나머지 지분(20~30%)만 인수하면 되는 상황이다.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주력상품으로 컬러강판을 생산하고 있어 알루미늄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을 생산 중인 포스코강판과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산업은행이 인천공장과 상장법인 포스코강판의 합병을 제안한 이유는 자금회수를 위한 측면이 더 강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동부제철 인천공장을 인수하고 이후 포스코강판과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을 계획 중”이라며 “이와 관련된 내용을 포스코에 전달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포스코가 이미 동부당진발전보다 동양파워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또 동부제철 인천공장은 시설이 노후화해 인수 후 설비보수에 막대한 돈이 들어갈 것으로 보여 포스코는 재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다각도로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실사를 마무리하고 여러 가지 가능성을 놓고 검토하는 단계로 인수와 관련해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