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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왼쪽)과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 |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신한사태의 후폭풍' 앞에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복직 의사를 밝히는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의 거센 공세에 대응할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일 한 회장은 신 전 사장을 직접 만났다. 신한사태를 어떻게든 종결짓지 않으면 '신한'의 브랜드가 떨어지고, 신한 내부 조직원들이 동요하는 등 안팎의 곤란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신 전 사장은 2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신한을 향한 신 전 사장의 독설은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그는 “신한금융은 죽은 조직이다, 지금 같아선 신한의 미래는 없다"고 신한 전체를 싸잡아 비난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 회장은 신 전 사장을 만났지만 별 수확은 없었다. 한 회장은 “신 전 사장을 만나 얘기를 나눴는데 상당한 괴리감과 온도차를 느꼈다”며 “신한의 미래를 위해서는 분열보단 통합으로, 잘잘못을 따지기보다는 용서와 화합으로 가야하는데 이에 역행하게 되면 신한에 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신한사태 해결과 종식을 위해서는 관계된 모든 분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모든 걸 내려놔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말은 신 전 사장의 복직이 불가능함을 뜻한다.
한 회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신한 사태와 관련된 모든 분이 겸허해지고 신한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 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전 사장을 겨낭해 복직 의사를 거두고 신한을 향한 날선 발언을 삼가하라는 요구이다.
이 대목에서 정말 신 전 사장이 복직을 원하는 것인가 하는 궁금증이 든다. 신 전 사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리 욕심이나 내는 노인이라 폄하해도 괜찮다"며 “하루라도 복직해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정정당당하게 퇴임식을 거쳐 스스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한 하루라도 복직을 하는 것이 곧 신한 사태에 대한 무죄를 받은 데 대한 완전한 명예회복 조처로 여기는 것이다.
신 전 사장의 이런 의지는 매우 강력하다. 신 전 사장은 "만일 신한 경영진의 사과와 명예회복이 없으면 부당고소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도 추가로 물을 것이고 이사회와 주주들의 설득작업도 내가 직접 할 것이다"고 말했다. 지난 11일에는 오전 일본 오사카를 방문해 고 이희건 신한금융 창업주의 묘소를 찾아 판결문을 읽기까지 했다.
이런 신 전 사장의 심상치 않은 의지를 의식한 듯 한 회장은 신 전 사장과 격돌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한 회장은 14일 ‘금융회사 고객정보 유출관련 긴급간담회'에서 "신 전 사장과의 갈등이 더 이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한사태로 또다시 주목을 받는 것 자체가 신한 이미지를 해치는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
신한사태의 종결이 쉽지 않은 까닭은 신 전 사장이 한 회장을 라웅찬 전 회장의 '호위무사'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라 전 회장과의 다툼에서 상처를 입은 신 전 사장으로서는 한 회장 체제에 더욱 압박을 가하기 위해 '원대복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회장은 취임 후 지속적으로 라 전 회장과 경영현안을 논의해 왔다. 또한 신한 주요 계열사 사장들도 모두 '라웅찬 사람'으로 분류된다. 신 전 사장도 한 인터뷰에서 "라 전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나 있다고 하지만 현재 경영진을 보면 모두 라 전 회장 사람들 뿐"이라며 "신한사태는 나로 끝나는 게 절대 아니고 '제2의 신상훈'이 나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한 내부에서는 신 전 사장이 원하는 명예회복이 비단 자신의 그것에 그치지 않고, 신한사태로 물러난 핵심측근의 명예도 포함하고 있어 해결책을 찾기가 더욱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신한사태 와중에 그의 핵심측근인 이성락 부행장은 보직이 박탈되고, 신 전 사장의 라인으로 꼽히는 최상훈 신한아이타스 대표는 연임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