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올해 글로벌 구리 가격 강세에 따라 풍산 신사업 발굴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동전 등 기존 구리제품의 시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만큼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새 성장동력을 마련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4일 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2021년 세계적 경기회복 기대감에 전기동 가격 강세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기동은 전선과 배선 등에 사용되는 정련 구리로 풍산의 주력 사업인 신동제품의 원자재다.
한국광물자원공사가 운영하는 한국자원정보서비스를 보면 4일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오전 전기동 3개월물 공식가격은 1톤에 전날보다 0.7%(64달러) 상승한 9227.5달러로 거래됐다.
2월 하순에는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전기동 현물이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뛰기도 했는데 그 뒤로도 꾸준히 강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는 “미국 국채 수익률 상승과 기대물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한 때 현물 가격 변동폭이 커지기도 했지만 1톤에 9100달러 선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기동 가격 강세에 따라 풍산도 영업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풍산은 전기동을 활용해 신동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신동제품 가격이 전기동 가격 흐름에 민감하게 연동되기 때문이다. 신동은 구리나 구리 합금을 압연이나 압출해 판이나 관, 봉, 선 등으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더구나 풍산은 제품 가공을 위해 전기동 재고를 쌓아두는데 전기동 가격이 오르면 재고평가이익이 늘어 영업이익으로 반영된다.
풍산은 올해 실적 목표치로 매출 2조2237억 원, 영업이익 1094억 원을 제시했다. 2020년과 비교해 매출은 14.4%, 영업이익은 14% 증가하는 것이다.
다만 풍산은 연평균 구리 가격을 1톤에 7500달러 수준으로 보수적으로 잡아둔 만큼 구리 가격이 현재 수준의 강세를 유지한다면 자체 목표치를 웃도는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경기회복과 청정에너지 수요가 맞물리면서 구리 사용량은 급증하는데 재고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파악된다.
류 회장이 올해 구리 가격 강세에 힘입어 새로운 구리제품시장을 확보하는데 매진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풍산은 그동안 전기동을 활용한 동전사업에서 쏠쏠한 영업이익을 거둬왔는데 세계적으로 신용카드와 모바일결제 등이 보편화 되면서 동전 수요가 감소했다.
이를 반영하듯 실적도 2017년부터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풍산은 연결기준으로 2017년 매출 2조9949억 원, 영업이익 2410억 원을 거뒀는데 2019년에는 매출 2조4513억 원, 영업이익 411억 원을 거뒀다. 2년 만에 매출은 33.17%, 영업이익은 486% 감소했다.
지난해 구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매출 2조5940억 원, 영업이익 1210억 원을 거두며 실적을 회복했으나 여전히 2017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류 회장으로서는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 셈이다.
이미 류 회장은 취임한 뒤로부터 구리를 활용한 첨단소재 개발로 신사업 방향을 잡아뒀다.
류 회장은 1999년 풍산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 첨단소재 산업을 바탕으로 한 세계 최고의 구리제품 전문 기업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2016년부터는 전기자동차 부품과 2차전지소재사업에도 진출을 시도했다. 전자부품을 연결하는 커넥터 투자도 늘리고 있는데 올해 구리 가격 상승세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늘면 신사업 투자를 가속화하는데 힘을 받을 수 있다.
풍산 관계자는 “전기차와 관련한 구리나 구리합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만큼 관련 제품의 시장 전망도 밝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올해 전기차와 관련한 자동차용 부품이나 부품소재에서 새로운 매출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