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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 회장 김정태 1년 연임설, 후계자 양성 노력이 더 필요하다

고두형 기자 kodh@businesspost.co.kr 2021-02-15 15: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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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 역할의 70%는 후계자를 양성하는 것이다.”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이 한 말이다. ‘최고의 경영자는 태어나는 게 아니라 육성된다’는 신념에 따라 6년 넘게 후계자 선정에 공을 들였다고 한다.
 
하나금융 회장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797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정태</a> 1년 연임설, 후계자 양성 노력이 더 필요하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

하나금융지주가 다음 회장후보를 추천하기까지 한 달도 채 시간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태 회장의 1년 연임설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유력후보로 꼽혀온 함영주 부회장이 법적 리스크를 안게 된 불확실성을 고려해 김 회장이 연령 제한의 마지노선까지 1년 더 임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다. 

어느쪽도 하나금융지주로선 편치 않은 선택일 것이다. 금융당국의 시선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탓이다.

문제는 뚜렷한 대안도 없다는 점이다. 법적 리스크를 안은 채 새 지주 회장의 시대를 맞는 것도 개운치 않고, 1년 더 현재 회장이 임기를 이어간다 해도 지배구조 관련 불확실성이 상당 기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하나금융지주가 놓인 지배구조 관련 이런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이사회가 회장후보군을 육성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겼다.

함영주 부회장이라는 유력한 후보가 있는 상황에서 다른 후보를 키우는 것이 하나금융지주의 지배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을 수도 있다.

함 부회장은 2019년 3월 하나은행장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승승장구하며 김 회장을 이을 유력후보로 입지를 다져왔다.

2019년 당시 함 부회장이 하나은행장 2년 연임에 성공했다면 김 회장의 임기 만료와 겹치면서 자연스럽게 회장 자리에 도전하는 구도가 형성됐을 수 있다.

하지만 함 부회장이 채용비리에 휘말리고 금융당국이 은행장 연임에 우려를 나타내는 상황에서 함 부회장이 은행장 연임을 포기하면서 하나금융지주 후계구도까지 영향을 받게 됐다.

하나금융지주는 2020년 3월 함영주, 이진국, 이은형 3인 부회장체제를 통해 경쟁체제를 구축하려고 노력했지만 김 회장의 임기를 1년 남긴 시점에서 이뤄진 일이라 늦은 감이 있다.

이런 사정에는 은행, 증권사에 치우친 하나금융지주만의 사업구조 특수성도 자리하고 있다. 계열사 대표이사 가운데 은행, 증권사를 빼면 회장후보로서 존재감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점도 회장후보군을 여럿 키우는데 한계로 작용했다는 뜻이다.  

KB금융, 신한금융에서 카드, 보험계열사 대표이사들도 회장후보군을 형성하며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것과 대비된다. 

김정태 회장이 1년 연임을 통해 시간을 벌더라고 임시변통에 불과할 수 있다는 점이 하나금융지주의 고민을 더욱 깊게 만든다.

함 부회장은 채용비리 혐의,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 징계를 두고 재판을 벌이고 있는데 1년 안에 법적 리스크를 털어버리는 것이 쉽지 않다.

올해 2분기 하나은행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등과 관련해 금감원의 제재심을 앞두고 있는데 함 부회장 역시 징계 사정권에 들어가 있어 오히려 추가적으로 법적 리스크에 휩싸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회장이 비록 1년이더라도 연임을 하게 되면 금융당국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국내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임기를 김 회장처럼 오래 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초 ‘이사회 사무국’을 신설하는 등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사회 사무국은 사외이사를 돕는 별도 조직으로 4대 금융지주 가운데 하나금융지주만 사외이사를 지원하는 부서를 따로 두지 않고 경영지원팀에서 수행해왔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발표한 ‘2020년 상장기업 ESG 평가 및 등급’ 가운데 지배구조(G) 평가 항목을 살펴보면 신한금융과 KB금융지주는 ‘A+’를, 하나금융지주 ‘A’를 받았다.

신한금융지주는 2010년 이른바 ‘신한사태’를 겪은 뒤 ‘이사회 운영의 한계, 취약한 사외이사 역할 등을 개선하는 데 공을 들였다. 

그룹 CEO 자격 요건을 미리 규정하고 CEO 후보군을 육성하는 경영승계 프로그램을 구축하면서 승계 프로그램을 크게 바꿨다.

KB금융지주도 지난해 윤종규 회장의 두 번째 연임을 앞두고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1~2년 전부터 다양한 검증프로그램을 운영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나금융지주는 해마다 중요한 직무에 필요한 핵심인재를 평가, 선발해 육성하는 승계계획(Succession Planning)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 최고 경영진으로 꾸려진 인재육성위원회가 핵심인재를 선발하고 육성프로그램을 심의해 미래 경영진 후보군을 양성하고 있다.

그럼에도 후계자 양성에 소홀하다는 지적이 다시 나오고 있다는 점은 하나금융지주가 고민해볼 대목이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2012년 4월 한 인터뷰에서 “잭 웰치처럼 후계양성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정설로 돼 있지만 나는 아니라고 본다”며 “그건 회장만의 라인을 만드는 것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잭 웰치 회장이 물러난 뒤 제프리 이멜트, 존 플래너리 등 제너럴일렉트릭 전 최고경영자(CEO)들이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제너럴일렉트릭의 후계 양성 과정도 빛이 바래긴 했다. 하지만 하나금융지주가 다음 회장 최종후보를 두고 고민에 빠진 상황을 보면 잭 웰치 전 회장의 말은 여전히 곱씹어 볼 만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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