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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게 최장수기업에 걸맞은 뚝심이 아쉽다

김재창 기자 changs@businesspost.co.kr 2015-12-24 17:5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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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에게 최장수기업에 걸맞은 뚝심이 아쉽다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두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다.

두산의 모태는 1896년 서울 배오개(현 종로4가)에 설립된 ‘박승직 상점’이다.

1995년 한국기네스협회가 국내 최고(最古)기업 인증서를 발급함에 따라 두산은 ‘한국의 최장수기업’으로 공식인정받았다.

박승직의 장남인 박두병(두산그룹 초대회장)이 1946년 두산상회로 재개업하면서 두산그룹의 역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두산(斗山)이라는 이름은 ‘한 말 한 말 쌓아가며 산을 이룬다’는 뜻을 담고 있다.

두산이 최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두산은 내년이면 회사 창립 120주년을 맞는데 이렇게 많은 욕을 먹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비난이 거세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최근 사무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희망퇴직이 직접적 발단이 됐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실적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자 인력구조조정을 시행하면서 사무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서를 내도록 했다.

이름이 희망퇴직이지만 사실상 강제로 밀어내기였다. 특히 이제 막 입사한 1~2년차 신입직원들에게도 희망퇴직을 강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뒤늦게 나서 신입사원은 희망퇴직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지시했지만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 회장의 지시 이후 1~2년차 직원만 구제됐을 뿐 3~5년차 직원들은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게 됐다.

이렇게 해서 모두 702명이 회사를 떠났다. 여기에 희망퇴직을 거부한 직원들에게 인권침해성 교육까지 실시했다는 보도가 나와 두산그룹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다.

기업이 경영악화로 인력구조조정을 하는 것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식이다. 살길을 마련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어느날 갑자기 직원들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어느 때보다 경기불황이 심해 이들은 회사 밖으로 나오는 순간 ‘헬조선’을 맞닥뜨리게 된다.

두산이 다른 기업보다 더 욕을 많이 먹는 것은 두산이 보여 준 행태가 박 회장이 그동안 강조하던 경영철학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평소 ‘인재 양성’과 ‘따뜻한 성과주의’를 골자로 하는 ‘두산웨이’를 강조해 왔다. 그는 평소 “급격한 변화에도 사람만 남아 있으면, 환경에 적응하는 인재만 있으면 기업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의 광고카피인 ‘사람이 미래다’도 이러한 박 회장의 인재중시 경영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이 카피는 박 회장이 직접 만든 것이다.

하지만 이번 희망퇴직 사태로 이런 말이 한낱 구호뿐이었다고 지적해도 두산이나 박 회장 모두 할 말이 없게 됐다.

올해 두산 베어스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라이온즈를 꺾고 14년 만에 감격의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박 회장은 “야구를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지만 한두명 스타가 아닌 선수들 모두 열심히 하고 따뜻한 팀컬러가 한결같다”며 “선수가 바뀌고 감독이 바뀌고 세월이 바뀌어도 그런 팀컬러가 변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얘기한 두산의 팀컬러는 은근과 끈기, 그리고 뚝심으로 요약된다.

두산그룹이 지난 119년 동안 한국 최장수기업으로 버텨온 원동력도 바로 은근과 끈기, 뚝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베어스가 14년 동안 우승을 못했는데도 팬들이 두산베어스를 저버리지 않은 것은 두산의 이러한 팀컬러를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개인이든, 기업이든 잘못하는 일이 있을 수 있고 넘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과오를 깨닫고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두산그룹과 박 회장의 변화한 모습을 발견하고 싶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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